“韓·日, 실질적 소통·협력 확대로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가야”
이미지 확대보기이재명 정부 대일 외교의 과제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인 2025년에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기조 위에 대일 외교의 목표를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 도모’로 설정했다. 대일 외교의 성공을 위해서는 세 가지 과제에 우선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한·일 협력의 선순환적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일본 의회의 여소야대 상황으로 한·일 관계에서 일본 측의 동력이 제한되어 있고, 당분간 일본 정치 지형의 불확실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4일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신임 자민당 총재가 당선되어 내각 총리로 지명됐다. 한·일 간에 역사 갈등이 재연되지 않도록 한·일 협력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노력이 요구된다.
둘째, 이재명 대통령의 국빈 방일과 새로운 공동선언의 채택이다. 지난 8월 이 대통령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잇는 새로운 선언을 추진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은 한·일 관계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 기념비적인 문서다. 한·일 간에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급변한 국제 정세와 한·일 관계를 반영한 신 선언의 추진이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신 선언의 채택이 추진된다면 그 계기는 이 대통령의 국빈 방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년 이상 한국 지도자의 국빈 방일은 없었던 만큼 이 대통령의 국빈 방일이 성사된다면 한·일 간 신뢰 회복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셋째,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다. 미·중 패권 경쟁과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은 고율 관세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고, 중국이 제조업 기술로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면서 글로벌 무역 질서가 우리에게 불리하게 재편되고 있다.
그 충격을 완화할 대안으로 일본 시장이 재평가되고 있다. 일본은 4조2000억 달러 규모의 경제력을 가진 성숙한 시장으로, 민주주의 및 시장경제체제를 우리와 공유하고 있다. 한국의 CPTPP 가입은 한국과 일본의 공동시장 구축을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추진 전략
대일 외교의 추진에서 다음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한·일 관계의 구조적 갈등 요인을 사전에 대비하고, 상황 발생 시 축소 지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강제동원(징용), 구일본군 위안부, 독도, 교과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한·일 대륙붕협정 등과 같은 돌발 변수를 철저히 관리해 협력의 틀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과거사에 관한 한·일 간 인식 차이를 인정하고, 이것이 한·일 협력을 제약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기존 합의와 해법을 유지하되 그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기존의 제3자 변제안과 위안부 합의를 유지하겠지만, “피해자와 유족의 입장을 진지하게 고려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합의와 해법 유지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기존 해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국회에서 초당적인 특별법을 제정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포괄적으로 구제하고, 추도 위령 사업, 조사 및 연구 등을 수행할 재단의 설립을 추진하는 것도 선택지로 남아 있다. 일본 측에 강제동원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자료 제공을 요청하거나 중단된 유골 봉환을 체계적으로 이행하고,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전문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안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
둘째, 한·일 간에 소통과 실질 협력의 확대다. 정상회담 및 셔틀 외교를 활성화하고, 외교·재무·경제·국방 등 각료회담과 실무 협의를 정례화하고, 외교·국방(2+2) 각료급 협의체의 신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정당의 의석 변화와 의원의 세대교체 및 국제 정세 변화를 반영한 초당파적인 의원 교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의원연맹 등을 활용해 일본의 신흥 정당, 야당 인사와의 정기적 교류를 확대하고, 일본 정치인의 방한 초청을 확대해 한국에 대한 우호적 인식을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제적 상호 의존을 확대하기 위해 한국의 CPTPP 가입 외에 한·일 통화스와프의 확대, 제3국 시장의 공동 진출, 민간 주도의 한·일 경제공동체 논의, 공동의 산학연구, 경제안보, 주요 광물 공급망 및 공동 조달, 첨단기술 표준, 사이버 안보, 에너지 협력, 재생에너지와 수소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사회 및 문화 교류 분야에서는 상호 문화 개방의 확대, 스포츠 공동 리그의 도입, 국제행사의 공동 개최, 출입국 절차 간소화 조치와 같은 관광산업 협력도 추진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외국인 노동자, 지방 소멸, 인프라 노후화, 연금 및 복지 재원 문제 등 양국의 공통 과제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일본인의 한국 방문 증진 방안을 마련해 풀뿌리 차원의 상호 이해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협력이다.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에 비례해 한·일 협력과 한·미·일 공조의 필요성이 커졌다. 한·일 협력은 원활한 한·미 관계는 물론 대북한 공조,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 안정화, 한·미·일 협력과 한·중·일 협력 등 소다자 협력과 지역·글로벌 협력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미국의 방위비 압박 및 관세 정책과 북·러 접근에 따른 북한 군사기술 고도화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고,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 유지를 위한 한·일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G7 확대 및 한국의 참여에 일본이 협력하고, 국제연합, APEC 정상회의, G20, 동남아국가연합(ASEAN) 회의 등 다자회의에서 상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조양현<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장>
이미지 확대보기(전)하버드대 웨더헤드센터 Academic Associate·싱가포르 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Visiting Fellow·한국정치외교사학회장·현대일본학회장. 저서 '한국의 외교정책과 대외관계' 외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