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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부끄러운 국세 체납 1위는 선박왕 권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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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부끄러운 국세 체납 1위는 선박왕 권혁

박영범 YB세무세컨설팅 대표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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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기업인들 중 사회에서 존경받는 이들은 맨 손으로 회사를 세워 거대 기업으로 키우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두둑한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나라 경제 발전에 큰 공헌을 경우가 적지 않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회장 등이 그런 분들이다. 많은 중소기업·중견기업 창업주들도 예외는 아니다. 근면함과 성실함, 정직함은 이들이 사회에서 존경 받을 수 있는 공통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모든 기업인들이 다 존경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주식을 타인에게 명의신탁하거나 타인 명의 계좌로 수입금액을 받고, 남의 명의로 사업체를 운영하고 배우자 명의로 고액의 급여를 받은 이들이 즐비하다. 어떻게든 재산을 빼돌리고 세금을 적게 내거나 내야 할 세금을 아예 내지 않고 버티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국세청이 지난 12일 공개한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을 보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소득을 성실하게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들을 바보로 만드는 고액·상습 체납자가 개인(6848명)과 법인(4161개)을 합쳐 1만 명이 넘고 체납액이 7조 1815억 원에 이르고 체납액이 2억~5억 원이 5360명, 5억~10억 원이 1013명 등으로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1년 이상 납부하지 않은 국세 체납액이 2억 원 이상인 고액·상습 체납자만 이 정도이니 몇 년 간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는 고액 체납자 숫자는 더 많을 것이다.

국세청이 최근 고액 상습체납자 명단을 공개했다. 사진은 국세청 청사. 출처=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국세청이 최근 고액 상습체납자 명단을 공개했다. 사진은 국세청 청사. 출처=뉴시스.


국세청이 이번에 공개한 개인 최고 체납자는 '한국의 오나시스' '선박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권혁운 시도홀딩 회장이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줬다. 국세청에 따르면, 권 회장은 선박 임대업을 운영한 시도홀딩 회장으로 체납액이 3938억 원에 이른다. 그가 대표로 있는 시도 카 캐리어 서비스(Cido Car Carrier Service Ltd)도 2132억 원의 세금을 내지 않아 법인 최고 체납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가 대표로 있는 선박 임대업체 시도탱크홀딩과 시도홀딩도 각각 1537억 원, 1534억 원의 세금을 체납해 체납금액 순위 2위와 3위 법인 명단에 올랐다.
1950년 6월 생인 권 회장은 1977년 현대자동차 자동차 사업부와 고려해운에 근무하며 현대차와 기아차 등 수출용 국산 자동차 해외 운송 경험을 쌓았다.그는 1990년 시도물산을 설립해 해운사업을 시작했다. 이어 1993년 일본 도쿄 신바시에 시도쉬핑 재팬을 설립해 일본에서 중고 자동차 운반선을 확보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사업을 확장하고 일본 회사에 위탁하지 않고 직접 하려고 1995년 부산에 시도상선도 설립했다. 2004년 시도쉬핑 한국영업소, 유도해운, 2009년 시도항공여행사 등 기업을 각각 설립·인수했다.

권 회장은 국산차 해외 운송을 주목적으로 290여 척의 선박을 운영해 '한국의 오나시스' 또는 선박왕이라고 불리었다. 그의 경력만 보면 그는 존경받아 마땅한 기업인이었다.

홍콩이 버뮤다, 케이맨제도 등 전통 조세피난처의 매력이 줄어든 틈을 타 기업들의 법인 이전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권혁 시도홀딩 회장은 주소지를 홍콩과 일본 등으로 신고하는 조세회피 방식으로 소득을 국내 신고하지 않았다가 국세청에 적발됐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홍콩이 버뮤다, 케이맨제도 등 전통 조세피난처의 매력이 줄어든 틈을 타 기업들의 법인 이전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권혁 시도홀딩 회장은 주소지를 홍콩과 일본 등으로 신고하는 조세회피 방식으로 소득을 국내 신고하지 않았다가 국세청에 적발됐다. 사진=로이터


국세청은 권 회장이 국내 거주하고 회사를 경영하면서 조세회피처인 케이맨 아일랜드와 홍콩 등에 회사를 세운 뒤 국내 회사에 업무를 위탁하는 것으로 하고, 거주지를 일본과 홍콩으로 신고하는 조세회피 방식으로 소득을 국내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봤다. 국세청은 지난 2011년 권 회장을 조사 회피처에 회사를 세우고 일본과 홍콩에 거주지를 만들어 법인세와 종합소득세 등을 탈세한 혐의로 세무조사해 4101억 원의 세금을 추징하고 조세 포탈 혐의로 고발했다.

권 회장은 한국의 거주자가 아닌 일본과 홍콩 거주자이며 국내에는 자산도 없고 조세회피처에 세운 회사도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권 회장이 국내에서 시도그룹 전체 업무를 통제하고 사업상 중요한 결정을 했으며 국내에서 실제로 생활해 국내의 거주자로 한 과세처분은 정당하다고 판결하며 국세청 손을 들어줬다. 한국의 선박왕이 '개인 최고액 체납자'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국세청은 권 회장에 대한 과세처분 판결이 대부분 종결돼 올해 처음으로 고액 체납자로 명단을 공개했다.

국세청이 이번에 공개한 고액·상습체납자들은 압류와 공매 등 강제 징수, 출금금지와 체납자료 제공 등 행정제재에도 체납 세금을 내지 않은 체납자들이다. 국세청은 재산은닉 협의가 높은 체납자에 대해 실거주지 수색, 사해 행위 취소 소송 제기, 체납처분 면탈범 고발 등을 하고 납부능력 있는데도 정당한 사유없이 체납한 6명은 감치 의결했다. 체납자의 버티기와 국세청의 조세정의 실현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모양새다. 국세청의 굳은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