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예술의 한 장르로 격상시킨 전문잡지
지난 1일로 창간 50주년을 맞은 월간 <춤>이 대기록을 세웠다. 1976년 창간한 이후 올해 3월 통권 601호까지 단 한 번도 빼지 않고 월간지를 발행해온 것이다.
이미지 확대보기<춤>을 발행하는 출판사 늘봄은 지난 1일 펴낸 50주년 기념호에서 <춤> 창간 50주년과 현대춤 100년을 기념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특집호로 한국 무용계에 조동화가 남긴 큰 족적도 드러났다. 이 잡지는 춤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하나의 예술로 이끈 역할을 했는데 '무용'이 아니라 '춤'을 제호로 사용하면서 무용문화를 고급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욱이 각 분야 석학이나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인물을 춤 평단과 필자로 끌어들여 춤을 예술의 한 장르로 격상시키는데 큰 공헌을 했다는 평가도 얻었다.
함경도 회령 출신인 조동화 선생은 한국 근현대무용사를 대표하는 1세대 무용평론가다.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한 선생은 1963년 개국한 동아방송에 입사해 제작 편성 부장을 지냈다.1964년에는 동아무용 콩쿠르 창설 산파역할도 했다. 간판급 시사프로그램 '앵무새'에서 정부를 비판했다가 옥고를 치렀다. 그는 1975년 '동아사태'로 해직된 후 이듬해 <춤>지를 창간했다. 1976년 3월은 일본인 무용가 이시이 바쿠(石井漠)가 경성공회당에서 ‘신무용(新舞踊)’ 공연을 한 지(1926년 3월 21일) 50년이 되는 때였다. 평소 무용전문지의 필요성을 절감한 조동화 선생은 이때를 기점으로 춤지를 창간했다.
<춤>의 역사가 그보다 10년은 더 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창간 준비호가 1966년 7월에 발행됐다. 조동화(춤평론)와 김경옥(춤평론, 연극평론), 박용구(음악평론), 이두현(민속학자) 등 4명의 평론가들이 동인지 형태로 발행하고자 뜻을 모았으나 호(號)만 세상에 내놓고 10년의 세월을 보냈다.
이미지 확대보기50주년 기념호는 권두시로 오세영의 '어떤 무희에게'를 실었으며 조은경 주간의 사회로 문학박사 김호연, 철학박사 박민경, 비평사학자 심정민, 한국춤평간회 회장 유인화, 댄스포러럼 편집장 윤대성 등이 참가한 묵직한 두툼한 좌담, 어경연 세명대 교수의 반딧불이에 대한 추억을 담은 동물원 살롱, 공연평 등 기존 포맷에 따른 글도 올렸다.
한국무용가 국수호는 "현역 무용가는 자기 춤을 글로 남겨야 한다는 조동화 선생의 권면 덕분에 88올림픽 문화축전 대본 공모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을 기억해 낸 글을 기고했다. 현대무용가 김현진은 "부친께서 춤지 표지화 작가였다는 인연으로 춤도 알기 전에 춤지를 알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국악평론가 윤중강은 "교사였던 어머니가 학생들에게 읽히려고 교실 뒤에 스크랩해 논 소년조선일보의 ‘어린이를 위한 꽃 전설(글 조동화, 그림 김성환)’을 읽으며 이름이 동화(?)하며 갸웃했던 추억"을 떠올렸다.
낭형당 만필을 연재 중인 한국 커뮤니케이션학의 태두 차배근 서울대 명예교수는 춤지 홈페이지(choom.co.kr)에서 1966년 창간 준비호와 1976년 창간호를 찾아 꼼꼼히 읽어본 후 “조용한 이런 호수 위의 학(무용가)들을 깨워주기 위하여 던지는 작은 돌맹이와 같은 역할을 하기 위해 <춤>이라는 무용 잡지를 발간했다”는 조동화 선생의 발간 취지이자 목적을 밝혀냈다.
좌담에서 평론가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무용계와 평론계의 추이와 <춤>지의 역할을 평가했다. 김호연 평론가는 "<춤>지가 50주년을 맞은 것만으로도 역사성과 정통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한정된 독자를 대상으로 발해하는 전문 잡지인데도 이렇게 발간을 이어간다는 것은 참 대단하며, 시대가 변화해도 기본 포맷을 유지하면서 나간다는 것도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심정민은 좌담 말미에 "앞으로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가면서 <춤>만이 할 수 있는 흔들리지 않는 거목의 역할을 이어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면서 "그것이 월간 <춤>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된 역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조유현 발행인은 50주년 기념호에 이어 조동화 전집 3권도 발간한다. 1권은 수필로 2025년 12월 나왔고 2권 평론은 3월 나왔다. 조동화 선생은 1953년부터 1990년대까지 신문이나 잡지에 게재한 글들을 오려붙여 여러 권의 스크랩북으로 정리했는데 이를 정리해 수필로 묶어냈다. 간결하고 쉬운 문체로 쓴 수필은 스스로를 '실향민, 팔레스타인인'이라고 부른 그의 삶과 사유, 잃어버인 조국과 피란 많은 청춘에 대한 애틋한 추억과 번뇌가 깃들어 있다.
평론은 조동화 선생이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50여년간 쓴 공연평과 시평, 논단과 에세이 등 370여 편의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3권은 우화로 2027년 2월 발간 예정으로 있다.
조 발행인은 아울러 1976년 3월호 창간호부터 2026년 2월호까지 춤 600권 전권 수록한 춤 디지털 북(choom.co.kr)도 오픈했다. 누구든지 회원가입 없이 열람할 수 있다.
조 발행인은 "무용계가 보내준 신뢰를 바탕으로 <춤>이 앞으로도 젊은 무용가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