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특별 승진 사례로 본 천태만상 탈세
이미지 확대보기박영범 세무사·YB세무컨설팅 대표
지난달 16일 국세청이 개청 60년 만에 처음으로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블라인드 평가를 도입해 56명의 특별승진자를 파격 발탁했다. 이번 승진자들의 두드러진 공적을 살펴보면, 갈수록 교묘해지는 고액 체납자 및 기업들의 지능적인 탈세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체납, 조사, 소송 분야에서 적발된 조세 회피 수법들을 혀를 내두르게 한다. 그만큼 납세 의무를 피하려 하고 세금을 내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성실한 납세자들을 우롱하는 이들과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이들의 수법을 뿌리 뽑는 일이야말로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 상상을 초월하는 은닉술: 체납 분야
고액 체납자들은 과세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단히 치밀하고 기상천외한 방식을 동원한다. 책갈피와 소금 항아리에 자산을 숨겼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 한 체납자는 거액의 양도 잔금을 자금 세탁한 후 자기 주소지가 아닌 내연녀 아들의 주소지에 숨어 지내며, 책자 사이에 수십억 원대의 무기명 양도성 예금증서를 교묘히 숨겨뒀다. 다른 체납자 일가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고 금융 자산을 골드바 등으로 전액 현금화해 잠적했다. 국세청은 신용카드 사용 내용을 역추적한 끝에 소금항아리 속에 이들이 숨겨둔 거액의 현금을 찾아냈다.
어떤 체납자는 등산 가방에 현금과 골드바를 넣은 뒤 바느질로 꽁꽁 묶어 숨기기도 했다. 고액의 현금 은닉이 의심되는 체납자를 쫓기 위해 수십 개의 주변 CCTV를 분석한 사례다. 추적 결과 수상한 등산 가방을 집안으로 반입하는 행적을 포착했다. 현장 수색에서 나온 바느질로 꼼꼼하게 밀봉된 등산 가방 안에서 막대한 양의 현금과 골드바가 쏟아져 왔다.
이밖에 제도의 맹점을 노리고 고의로 체납하는 사례도 있다. 고액 체납 시행사는 도급과 신탁계약서상의 집행 순위를 방패막이 삼아 세금 납부를 회피했다. 거액의 민사 공탁금을 두고 실무적으로 법원의 압류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하려 했다. 형사공탁은 받을 수 있다는 법리를 새롭게 확인해 출장 압류와 추심을 단행한 국세청에 결국 덜미를 잡혔다.
■ 치밀한 장부 조작과 비자금 조성 : 조사 분야
기업들의 탈세는 회사 내부 시설을 악용해 더 조직적이고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세청이 바싹 신경을 쓰고 있는 분야다.
한 제약회사는 리베이트 용도로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했다. 국세청은 자금팀 임원의 비밀금고에서 거액의 현금을 발견한 데 그치지 않고, 컴퓨터 USB 사용 이력을 추적해 은닉된 USB를 찾아냈다. 이 안에는 리베이트 제공의 결정적 증빙인 이른바 'BM(Back Money)' 자료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또 특수고용직 노동자인 대리기사들에게 대금 정산을 수시로 지연한 대리운전 플랫폼 업체는 수천 개의 미등록 총판과의 거래를 등록 업체와 한 정상 거래인 것처럼 위장해 거짓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은 사실이 적발돼 조세범 처벌법 위반으로 고발 당했다.
■ 끝까지 추적해 국고를 지킨다 : 소송 분야
복잡한 소송전을 벌이며 탈세를 막으려는 국세청의 역시 치열하다.
대구지방국세청은 좋은 사례다. 징세 송무국의 담당자는 행정소송 5년 2개월, 민사소송 4년 8개월 무패의 에이스로 최종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특히 민사소송에서 수백억 원의 승소로 역대급 조세채권을 확보하고, 동일 쟁점 선행 사건인 은닉 재산에 관한 최초 소송에서 이겼다. 이를 통해 국가 예산 수천억 원을 절약하는 성과를 냈다. 이는 법적 다툼을 통해 조세채권 확보를 방해하려는 시도에 철퇴를 가한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 성동세무서 재산세과 직원의 경우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는 근저당권이 설정된 납세담보 토지가 지자체 수용 불가로 체납될 뻔한 상속세를 시청 공무원과 함께 상속세 조기 납부와 토지 수용 문제를 원만히 해결했다. 법원 경매중인 상속받은 유일한 단독주택에 대해 감정 평가 자료를 직접 확보, 재산 평가 심의 제도를 활용해 상속인의 경제 고충을 예방했다. 상속인의 어려움을 창의적 해결해 적극 행정 우수 공무원에 선정돼 승진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국세청의 특별 승진 사례들은 '특별한 성과를 낸 공무원에게는 그에 걸맞은 파격적인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성과 중심의 인사 원칙을 현실화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아무리 교묘하게 소금 항아리나 밀봉된 가방 속에 재산을 숨기고 거짓 거래 구조를 짜더라도 공정하고 치밀한 국세청 과세 망을 결코 피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도덕경에 나오는 한 구절이 생각난다. 체납자들이여 '하늘의 그물은 성기지만 빠뜨리지 않는다(天網恢恢 疏而不漏, 천망회회 소이불루)'는 말을 두렵게 생각하라. 국세청이여 체납자를 포획하는 그물을 더욱 조밀하게 짜시라.
절세미인 박영범 세무사·YB세무컨설팅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