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뒤에서 열리는 거대한 ‘군비 쇼핑 스프리’
이미지 확대보기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세종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로이터통신은 24일 미군이 이란을 향해 13일 연속 야간 공습을 마쳤다고 전했다. 전쟁은 멈추지 않았고, 미국 국방부가 밝힌 전비는 이미 375억 달러에 이르렀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나들었고, 미국 의회에서는 대통령의 전쟁권한을 제한하려는 표결까지 벌어졌다. 화면에는 폭발하는 기지와 날아가는 미사일이 보인다. 누구나 이 장면을 미국과 이란의 국가 간 전쟁이라고 이해한다. 맞는 해석이다.
미국은 이란의 핵능력과 탄도미사일, 드론, 호르무즈해협 봉쇄 능력을 제거하려 한다. 이란은 정권의 생존과 핵주권, 군사적 억지력,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지키려 한다. 미국이 공격하면 이란은 미군기지와 유조선, 걸프지역의 미국 동맹국을 공격한다. 이것이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첫 번째 전쟁이다.
전쟁이 시작되면 미국 정부는 평상시에는 좀처럼 사용하기 어려운 막대한 규모의 예산을 단기간에 풀 수 있다. 미사일을 쏘고, 요격미사일을 소모하고,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함정을 배치한다. 소진된 무기는 다시 채워야 한다. 부족한 생산시설은 확장해야 한다. 로켓모터와 반도체, 희토류와 센서, 조선과 위성,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에도 국가자금이 들어간다. 전쟁은 전장에서 총탄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산업 전체에 주문서를 뿌린다.
말하자면 미국의 군사조달 체계에 거대한 '쇼핑 스프리(shopping spree)’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물론 이 표현을 오해해서는 안 된다. 군 지휘관이 충동구매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전시라는 긴급성과 국가안보라는 절대적 명분 아래, 평시라면 가격과 경쟁입찰, 비용초과와 납기지연을 놓고 수년간 다투었을 사업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는 한 문장으로 빨라지는 구조를 말한다. 전쟁은 의사결정의 시간을 압축한다. 압축된 시간은 곧 계약자의 기회가 된다.
필자는 이 구조를 이렇게 본다. 거대 자본은 반드시 전쟁을 직접 만들어내지 않더라도, 위협을 예산으로 전환하고, 예산을 계약으로 전환하고, 계약을 자산가치와 정치적 영향력으로 전환하며, 그 영향력을 다시 다음 예산과 정책에 투입하는 순환구조를 형성한다.
이미지 확대보기잠시 숫자를 살펴보겠다. PAC-3 MSE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한 발은 약 400만 달러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한 발의 평균 구매가는 약 130만 달러로 제시됐다. 값싼 드론 한 대를 잡기 위해 수백만 달러짜리 요격탄이 날아갈 수 있다. 군사적으로는 성공적인 방어일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고가의 재고가 빠르게 사라지는 장면이다.
여기서 반전이 생긴다. 일반적인 구매자는 재고가 사라지면 걱정한다. 미국의 전쟁경제는 재고 부족을 새로운 구매의 명분으로 바꾼다. 무기 부족은 생산 확대를 부르고, 생산 확대는 공장 증설과 신규 고용을 부른다. 국방부는 기업이 수십억 달러를 선투자하도록 다년간의 구매를 보장한다. 공장이 세워지고 나면 그 설비를 유지하기 위한 후속계약도 필요해진다. 전쟁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다. 미래의 지출을 고정하는 장기계약의 시작이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 국방부가 민간기업에 지급한 계약액은 총 2조 4000억 달러였다. 같은 기간 국방부 재량지출의 약 54%가 민간계약업체로 이전됐다. 록히드마틴은 3130억 달러, RTX는 1450억 달러, 제너럴다이내믹스는 1160억 달러, 보잉은 1150억 달러, 노스럽그러먼은 810억 달러를 받았다. 다섯 기업의 합계만 7710억 달러다. 같은 기간 미국이 군사원조를 제외한 외교·개발·인도적 지원에 쓴 3560억 달러의 두 배를 넘는다.
이미지 확대보기이 수치는 트럼프만의 결과가 아니다. 트럼프 1기 말과 바이든 행정부가 함께 포함돼 있다. 바로 이 점이 더 중요하다.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어느 한 정당이 만든 일시적 장치가 아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계약은 이어지고, 무기체계가 채택되면 정비와 부품, 소프트웨어와 성능개량, 동맹국 판매가 수십 년간 뒤따른다.
록히드마틴과 RTX는 23일 미 국방부의 무기 재고 보충 수요를 이유로 연간 실적 전망을 상향했다. 록히드마틴의 미사일·화력통제 부문 매출은 20% 늘어난 41억 달러를 기록했고, 수주잔고는 2304억 달러로 증가했다. RTX의 수주잔고는 2890억 달러에 이르렀다. 전쟁의 총성이 기업의 회계장부에서는 '백로그', 즉 미래 매출로 바뀐 것이다.
이쯤에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방산기업이 전쟁을 일으켰는가를 묻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확인된 자료만으로 기업이 이 전쟁을 비밀리에 지시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된 뒤 누가 예산과 계약을 얻고, 누가 전쟁이 끝날 때 손해를 보는지는 물어야 한다.
전쟁을 시작한 이유와 전쟁을 계속할 이유는 서로 다를 수 있다. 이란의 핵과 미사일이 전쟁을 시작하게 만들었더라도, 전쟁이 만들어 낸 공장과 장기계약, 지역구 일자리와 투자수익은 전쟁을 끝내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미국과 이란의 첫 번째 전쟁은 언젠가 끝난다. 그러나 두 번째 전쟁, 즉 예산과 계약을 둘러싼 미국 내부의 경제협상은 그날에도 끝나지 않는다.
전쟁은 어느 날 끝난다. 그러나 전쟁이 만든 공장과 계약과 이자는 그날 끝나지 않는다.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