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이란, 휘발유 110리터 초과시 리터당 10만 리알(약 55원) 인상 이유

글로벌이코노믹

이란, 휘발유 110리터 초과시 리터당 10만 리알(약 55원) 인상 이유

전쟁과 미국 제재 압박 속 쿼터 초과자 유가 조정
기존 110리터 보조금 동결… 일반 운전자 부담 최소화
2019년 대규모 시위 재발 우려 속 인상 대상 한정...추가 인상 요인 내재
지난 9월 5일(현지시각), 이란 반다르아바스 해변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선박들의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9월 5일(현지시각), 이란 반다르아바스 해변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선박들의 모습. 사진=로이터
이란 정부가 전쟁과 미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로 악화한 재정 부담을 줄이고자 한 달에 휘발유 110리터(L)를 초과해 사용하는 운전자를 대상으로 가격을 올린다. 이란의 휘발유 가격은 한 달 사용량에 따라 단가가 올라가는 누진제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6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정부 대변인 파테메 모하제라니는 이란 국영 매체를 통해 8일부터 적용되는 유가 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쿼터 초과 사용자에 3단계 가격 적용


이번 조치로 보조금 쿼터를 초과 구매하는 세 번째 구간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0만 이란리알로 올라간다.이는 자유시장 환율 기준 약 4 미국 센트(약 55원)에 해당한다.

이란의 휘발유 가격은 한 달 사용량에 따라 단가가 올라가는 누진제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첫 번째 쿼터인 월 60리터까지는 리터당 1만 5000리알(약 8원), 두 번째 쿼터인 추가 50리터(합계 110리터)까지는 리터당 3만 리알(약 16원)의 저렴한 보조금 가격이 그대로 유지된다. 한 달 사용량이 110리터 이하인 대다수 일반 운전자는 가격 인상 영향이 없다.

110리터 이상을 주유하는 다소비 이용자만 인상된 3단계 가격을 내게 된다.

이란의 휘발유 가격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란 정부는 에너지 소비 억제를 목표로 지난해 12월에도 보조금 대상 휘발유 가격을 부분 인상한 바 있다.

2019년 시위 재발 우려 속 고심 끝 단행


이란 정부는 유가 인상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로 조치를 미뤄왔다. 지속되는 미국 제재와 지정학 리스크로 재정 적자가 누적되자 보조금 개혁을 더 미룰 수 없었다.

이란에서는 2019년 휘발유 가격 인상 발표 후 전국적인 시위가 발생해 정권에 부담을 줬다. 이에 따라 이란 당국은 서민층의 반발을 줄이려고 110리터 초과 이용자만 인상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요 회원국인 이란이 자국 내 연료 공급난을 겪는 상황은 보조금 구조의 한계로 풀이된다.

유가 인상과 민심의 향방


미국 제재와 재정 고갈 탓에 이러한 부분 인상만으로는 보조금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향후 정부가 보조금 대상을 줄이거나 추가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경우 민심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과 주요 외신은 이번 유가 인상을 단순한 재정 정책이 아닌 이란 정권의 '안보 리스크' 악화 징후로 본다.

국제위기관리기구(International Crisis Group, ICG)는 이란 정세 보고서에서 이란 정부가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생필품과 에너지 보조금을 손대는 순간이 정권 안전의 가장 취약한 고리가 된다고 지목했다.

영국의 유력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외세의 압박에 맞서 단결하는 이란의 전통적 '국기 결집 효과(Rally 'round the flag)'가 가파른 인플레이션과 통화 가치 폭락 앞에 한계에 다다랐다고 분석했다.


심완섭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iberwld@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