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차 진입 직후 불길 CCTV 확인…보관 물질·수량 추적
주택가 취급사업장 59곳 특별조사…미세입자·일산화탄소, 호흡기·심혈관계 부담
주택가 취급사업장 59곳 특별조사…미세입자·일산화탄소, 호흡기·심혈관계 부담
이미지 확대보기울산 남구 삼산동 페인트 자재창고에서 솟구친 검은 연기가 인근 주택가를 덮었다.
경찰은 창고 내부로 지게차가 들어간 직후 불길이 치솟는 CCTV 장면을 확보했다.
합동감식은 발화 지점과 지게차 작업의 연관성, 창고에 보관됐던 물질의 종류와 수량을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페인트와 희석제, 합성수지와 포장재가 함께 타면 검댕과 미세입자, 일산화탄소, 휘발성유기화합물, 자극성 연소가스가 뒤섞일 수 있다.
지게차 진입 직후 불길…불탄 창고서 발화점 추적
울산경찰청은 4일 오전 11시부터 울산소방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참여한 합동감식에 들어갔다.
감식반은 창고 잔해와 연소 흔적을 통해 최초 발화 지점을 찾고 있다. 특히 지게차가 창고 안으로 들어간 직후 불이 시작된 정황을 토대로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열이나 불꽃, 전기적 요인을 살펴보고 있다.
창고에 남아 있는 페인트류와 인화성 물질도 수거해 성분과 보관량을 확인한다.
이미지 확대보기불은 지난 3일 오전 8시20분께 발생했다. 인화성 물질을 타고 빠르게 번져 창고 전체와 인접 건물 4동을 태운 뒤 약 4시간 만에 꺼졌다.
인근 다세대주택 3층에 있던 60대 여성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창고 업주인 60대 남성은 중상을 입었다. 주민 3명도 다쳐 치료받았다.
무엇이 탔나…연기 독성 가르는 저장 목록
페인트는 색을 내는 안료와 표면에 막을 만드는 수지, 점도를 조절하는 용제와 첨가제가 섞인 제품이다.
제품마다 성분과 연소 생성물이 다르다.
화재가 발생하면 불완전연소 과정에서 일산화탄소와 검댕이 만들어진다.
산소가 부족한 창고에서는 일산화탄소 농도가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
일산화탄소는 혈액의 산소 운반을 방해해 두통과 어지럼증, 구토, 혼란을 일으킨다.
검은 연기를 이루는 미세입자는 기도와 폐 깊숙이 침투한다.
눈과 목을 자극하고 기침과 호흡곤란을 유발한다.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에게는 기관지 수축과 증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고령자와 어린이, 심혈관질환자는 같은 농도에서도 더 큰 부담을 받는다.
불에 탄 용제와 수지에서는 휘발성유기화합물과 자극성 알데히드류가 발생할 수 있다.
합성수지와 단열재, 포장재의 성분에 따라 연소가스의 종류도 달라진다.
검은색의 짙기만으로 연기의 독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실제 위험은 어떤 물질이 탔는지, 농도가 얼마나 높았는지, 얼마 동안 노출됐는지가 결정한다.
창고 내부의 제품 목록과 물질안전보건자료가 필요한 이유다.
폭염이 높인 휘발성…연기와 열의 복합 부담
고온은 인화성 물질이 불에 타기 전부터 저장환경을 바꾼다.
기온이 오르면 페인트와 희석제에 포함된 용제의 증발이 빨라진다. 환기가 충분하지 않은 창고에서는 가연성 증기가 더 빠르게 쌓인다.
밀폐된 용기는 내부 압력이 높아지고 작은 틈이나 손상 부위로 증기가 새어 나올 가능성도 커진다.
경찰은 CCTV를 토대로 지게차 작업 과정에서 점화원이 발생했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고온으로 창고 안에 가연성 증기가 축적된 상태라면 전기 스파크나 정전기, 지게차의 뜨거운 표면과 같은 작은 점화원도 급격한 연소로 이어질 수 있다.
화재 이후에는 폭염과 연기가 인체에 겹쳐 작용한다.
더위로 심박수가 빨라지고 체내 수분이 줄어든 상태에서 미세입자와 일산화탄소를 흡입하면 호흡기와 심혈관계의 부담이 커진다.
야외 활동이 많은 주민과 현장 진압대원에게 여름철 화학화재가 더 위험한 이유다.
1천L 아래 허가 대상 제외…주택가 사업장 59곳 조사
이번 화재는 주택가에 자리 잡은 소규모 인화성 물질 취급시설의 관리 공백도 드러냈다.
울산시가 파악한 해당 업종 기준으로 페인트류를 위험물 지정수량인 1천L 미만으로 저장·취급하면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설치 허가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허가시설에 적용되는 안전거리와 보유공지, 시설 기준과 정기점검이 소규모 창고에는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 구조다.
울산소방본부는 4일부터 31일까지 주택가 인근에서 페인트류를 취급하는 사업장 59곳을 조사한다.
소방과 구·군, 낙동강유역환경청이 합동조사반을 꾸려 위험물과 유해화학물질의 종류와 수량, 보관 상태를 확인한다.
무허가 건축물과 소방시설 관리, 물질별 관련 법령 준수 여부도 조사 대상이다.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입건이나 과태료 부과 등 행정·사법 조치가 이어진다.
조사는 저장량에서 보관 방식과 주민 대피정보까지 넓혀야 한다.
여러 종류의 페인트와 희석제, 접착제, 세척제가 한 공간에 보관되는지, 화재 때 필요한 물질 정보가 확보돼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지난해 울산 화학사고 36건…전국 두 번째
울산은 대규모 석유화학시설과 주거지역이 가까운 산업도시다.
사업장 화재는 검은 연기와 주민 대피, 주변 대기질 문제로 빠르게 확산한다.
국립소방연구원이 지난해 국내 화학사고 282건을 분석한 결과 울산에서는 36건이 발생했다.
경기 53건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월별로는 7월 33건, 8월 34건 등 한여름 두 달에 67건이 몰렸다.
울산에서는 폭염이 화학물질의 저장 상태를 바꾼 사례도 있었다.
2020년 8월 LG화학 온산공장 옥외 보관장에서는 CCTA 약 15.2t이 자연발화해 연기를 내며 분해·연소했다. 환경부 화학물질종합정보시스템은 폭염에 따른 온도 상승을 자연발화 배경으로 추정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이 사고는 여름철 화학물질 관리가 저장량과 소방시설 확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물질별 보관온도와 환기·냉각 상태, 혼합 보관 여부까지 살펴야 화재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삼산동 화재에서는 지게차 작업과 발화의 연관성과 함께 창고에서 무엇이 얼마나 탔는지 밝혀져야 한다.
검은 연기가 어느 방향으로 퍼졌고 주민이 어떤 물질에 노출됐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화재 원인 조사와 주민 안전대책을 잇는 핵심 정보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