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작 연대기(85)] 강혁 현대무용 안무가의 '내가 숲에서 부른 나무들', 'Tourist', '비가시성의 무게', 'Hawaiian Blues' 탐구
이미지 확대보기강혁은 한예종에서 예술사와 예술전문사를 졸업하고, LDP무용단에서 2013년부터 2021년까지 활동했다. 이후 블루댄스씨어터 대표이자 안무가로 활동하며 인간의 감정과 관계, 동시대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현대무용으로 풀어내는 창작 작업을 이어왔다. 익숙한 이미지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움직임 연구를 바탕으로 관객과 감정을 공유하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표해 왔다. 현재 한양대 ERICA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연구를 병행하며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내가 숲에서 부른 나무들' : 관계 단절과 침묵의 아픔을 딛고, 무너진 기억 속에서 서로를 다시 마주하는 '우리'의 가능성을 탐구한 작품이다. 자신이 소속된 공간에서 관계가 무너지고, 신뢰와 소통이 균열하는 시간을 지나며 스스로 숲속에 홀로 서 있는 나무를 느꼈다. 그때의 침묵은 관계 단절 뒤 몸에 남겨진 감정의 무게였다. 작품은 '다시 대면할 용기'를 질문한다. '부른'은 지금까지 관계에서 나눈 말과 감정, 몸의 기억을 다시 바라보는 행위를 의미한다.
'숲'은 시간과 관계의 흔적이 겹친 기억의 장소이며, 그 안의 '나무들'은 지금까지 인연을 맺어온 사람들과의 소통의 흔적이다. 안무가는 그 나무들을 소환함으로써 잃어버린 관계들이 현재의 자신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바라본다. 작품 속 호흡과 정지, 미세한 떨림을 중심으로 한 느린 움직임은 몸이 회복의 리듬을 찾아가게 돕는다. 이 작품은 상처를 예화(藝化)하여 이전의 세계와 화해하고, 상실 이후에도 다시 '우리'를 향해 나아가는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Tourist' : 반복적으로 소비되는 현대 사회의 비극과, 이에 무감각해지는 인간의 시선을 바라보며 창작한 작품이다. 전쟁과 재난, 사고와 죽음은 매일 같이 뉴스와 SNS를 통해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그러한 장면에 익숙해지고 타인의 고통을 하나의 이미지처럼 소비하게 된다. 강혁 안무가는 이러한 현대인의 상태를 '관광'이라는 개념으로 해석한다. 관광객은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잠시 바라본 뒤 떠난다.
작품 속 인간은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처럼 표현된다. 움직임은 끊임없이 이동하며, 무용수 간의 접촉과 시선 또한 최소화된다. 이러한 신체 언어는 현대인이 비극을 소비하는 방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안무가는 'Tourist'를 통해 우리는 반복되는 현실 속에서 감각이 무뎌진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작품은 관객에게 "나는 지금 이 장면을 경험하고 있는가, 아니면 단지 구경하고 지나가는가"를 물으며,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공감의 감각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비가시성의 무게' :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관계의 무게를 움직임으로 탐구한다. 인간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관계 구조에 주목하며, 그 안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불편함, 다양한 감정을 몸으로 드러낸다. 작품의 핵심 키워드는 불편함, 관계, 수직, 유연, 감정으로, 관계가 개인에게 남기는 심리적 무게를 신체 언어로 표현한다. 작품은 테이블과 의자, 스탠드 조명 등 일상적인 오브제를 적극 활용한다.
이러한 오브제들은 흔한 무대 장치가 아니라 인간관계의 거리와 위치, 권력 구조를 상징하는 장치이며,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결합에 관계의 형태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이다. 안무가는 이 작품을 통해 수직적인 관계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계 속에서도 유연한 사고와 새로운 관계 맺기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다양한 감정과 움직임을 거친 몸은 결국 관계를 다시 바라보는 시선을 만들어내며, 인간관계 속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표현한다.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Hawaiian Blues' : 누구나 꿈꾸고 있는 '먼 천국'이나 '잃어버린 낙원'을 향한 감성적 여행을 그린 작품이다. 그곳은 실제 존재하는 장소일 수도, 과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일 수도, 아직 도달하지 못한 이상향일 수도 있다. 현실에서는 멀어졌지만,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선명하게 존재하는 공간을 향한 인간의 갈망을 움직임으로 풀어냈다. 안무가에게 '여행'은 내면을 향한 감정의 이동이다. 설렘과 희망으로 시작된 여정은 현실과 이상의 거리를 마주하며 흔들린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선택과 움직임이 만들어진다. 그리움과 기쁨, 회상과 갈망은 서로 얽혀 하나의 감정의 흐름을 이루고, 그 감정은 현재를 살아가는 힘으로 이어진다. 안무가는 'Hawaiian Blues'를 통해 도달하지 못한 낙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을 향해 계속 걸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목적지보다 중요한 것은 그곳을 향해 움직이는 과정이며, 그 과정 자체가 지금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강혁의 안무작들은 서사와 관념을 몸의 움직임으로 치환하면서, 개인의 내면적 경험을 동시대 사회의 관계적 풍경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점에서 젊은 안무가 강혁만의 독자적인 미학적 세계를 보여준다. 무용수로서 축적한 신체의 기억을 안무가의 사유로 전환하는 그의 작업은 ‘몸은 무엇을 사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간다. 그의 안무는 단순한 직관적 표현에 머물지 않고 신체와 공간, 인간과 관계에 관한 지속적인 탐구 속에서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혁은 현대무용으로 인간의 감정과 관계, 동시대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지속적으로 탐구하며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블루댄스씨어터를 중심으로 공연예술과 다양한 장르의 협업을 확대하고, 국내는 물론 해외 무대에서도 한국 현대무용의 새로운 움직임과 예술적 가치를 알리는 안무가로 성장하고자 한다. 그는 창작과 연구를 함께 이어가며 현대무용이 사회와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과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예술가가 되고자 한다.
강혁 주요 경력
-Arch Project 대표
-블루댄스씨어터 대표
-부암아트센터 이사
-한국현대무용진흥회 이사
-전 LDP무용단 정단원(2013~2021)
-한예종 예술사·예술전문사 졸업
-한양대 ERICA 일반대학원 박사과정
-2026 제35회 전국무용제 서울 예선 ‘동상’
-2026 한국미래춤협회 ‘모던 안무가상’
-2025 제1회 부암공연예술제 ‘대상’
-2025 천안흥타령춤축제 ‘연기상’
-2024 아름다운 무용인상 시상식 ‘2024년을 빛낸 무용수상’
-2026 '비가시성의 무게' 안무
-2026 'Hawaiian Blues' 안무
-2026 '우리의 속도' 조안무 및 출연
-2026 강혁X블루댄스시어터 '내가 숲에서 부른 나무들' 총안무 및 연출
-2026 춘천마임페스티벌 'Tourist' 안무
-2026 제35회 전국무용제 서울예선 'Tourist' 안무
-2025 제1회 부암공연예술제 '내가 숲에서 부른 나무들' 안무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블루댄스씨어터©이형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