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성(盛)’은 닦인 마음으로 시간을 만들어 가며 ‘성(盛)’의 의미를 되새기며 빛이 되어가는 젊은이들을 그린 작품이다. ‘설자영아츠그룹’은 전통의 뿌리 위에서 동시대의 감성과 철학을 담아 움직임을 탐구하는 무용 단체다. 몸의 언어를 통해 사람과 사람, 과거와 현재, 보이지 않는 마음의 결을 연결하며 예술적 공감과 성장의 가치를 전한다. 그들은 춤으로 묻고, 춤으로 답하며 함께 더 나은 미래를 그려간다. 이번 작품은 ‘마음에 머물러 춤으로 움튼’ 작품의 전시다.
'정성(停盛)'의 오브제 놋그릇은 표면에 깃든 시간과 마음의 깊이를 무대 위에 환기한다. 온기와 예를 품어내는 상징적 매개체로써 놋그릇은 견고함, 신뢰, 자신을 정갈하게 하는 정신성을 함축한다. 귀인을 맞이하는 마음을 담고, 소중한 순간을 준비하는 정성의 그릇이었다. 놋그릇의 진정한 가치는 가꾸어 온 마음에 있다. 매일 손길을 더하고 닦아내면 표면은 깊은 윤기를 머금고 은은한 광채를 드러낸다. 정성도 반복되는 시간과 돌봄 속에서 하나의 빛이 된다.
설자영의 '정성(停盛)'은 오래 지속된 내면의 태도에 가깝다. 보이지 않는 시간을 견디고, 자리를 지키며, 몸짓을 거듭하면서 인간은 자신을 끊임없이 갈무리한다. 정성은 갑작스러운 발현이 아니라, 매 순간을 충실히 살아내는 삶 속에서 서서히 쌓이는 정신의 결이다. 켜켜이 쌓인 시간은 어느 순간 몸의 기억과 정신의 깊이, 마음의 온기에 스며들어 한 존재만의 고유한 삶의 문양을 형성한다. 이번 공연은 정성으로 이어진 시간을 춤으로 바라보는 관조의 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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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1부 '머무를 정(停)'은 춤 이면에 축적된 호흡과 수련의 시간을 응시하며, 내면을 가다듬고 반복되는 자기 연마를 통해 타자와의 공명을 획득하는 과정을 형상화한다. ‘머문다’라는 것은 자신을 천천히 빚어가는 능동적 시간이며 삶의 깊이를 몸에 새기는 수행의 태도다. 2부 '성할 성(盛)'은 축적된 신체의 기억과 정신의 밀도가 동시대의 감각과 만나면서 새로운 움직임의 언어로 확장되는 순간을 포착한다. 두 장(場)은 ‘정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시간이 어떻게 한 존재의 내적 성숙을 이끌고, 응축된 생의 에너지를 현존으로 발화시키는지를 절제된 움직임과 사유의 흐름을 드러낸다.
놋그릇은 정성을 받아들이는 수동적 기물이면서, 거듭된 손길과 시간의 축적을 통해 스스로 빛을 발한다. 인간의 삶도 이와 비슷하다. 오래 머문 시간은 몸의 결을 다듬고 내면의 깊이를 길어 올리며, 삶을 천천히 무르익게 한다. 서두르지 않고 성숙하게 만든다. 지속된 마음은 진정성으로 응축되고, 온전한 신체 언어로 전이되는 순간, 머무름은 축적된 생명력과 충만으로 전화된다. 이때 춤은 시간과 마음이 빚어낸 존재의 깊이가 현전하는 미학적 사건이 된다.
오래 머문다는 것은 그 안에 깃든 마음의 밀도를 말한다. 시간은 삶에 같은 깊이로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시간은 흔적 없이 소멸하기도 하고, 인간의 내면에 삶의 결이 되고 몸의 기억을 남긴다. 설자영은 그 차이의 끝에서 ‘정성’을 마주한다. 온 마음을 다하며, 한 동작과 한 순간에 얼마나 깊은 마음을 부여해야 하는가. 춤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누군가의 성장을 이끌수록 ‘정성’은 열의가 아니라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고 다듬어야 하는 고도의 수행임을 깨닫는다.
1부 정(停):
배정혜류 부채현금의 정갈한 펼침 속에서 호흡이 길을 트듯, 춤의 진정한 시작은 화려한 기교가 아니라 고요한 마음을 온전히 담아내는 보이지 않는 정성에서 비롯된다. 대단원의 이매방류 살풀이춤은 아픔을 지워내는 대신 기쁨과 슬픔, 견딤의 모든 시간을 삶으로 온전히 받아들일 때 비로소 깊어지는 존재의 미학을 보여준다. 놋그릇이 오래 닦일수록 깊은 빛을 품어내듯, 인간 역시 삶의 모진 풍파를 견디고 품어낸 시간만큼 아름답고 고결한 결로 무르익어간다. 이 두 가지 눈부신 춤은 지나온 시간의 무게를 예술적 호흡으로 승화시켜 마침내 한 인간의 숭고한 현존을 완성한다.
조흥동류 진쇠춤의 거친 두드림과 뜨거운 단련의 과정은 흔들림과 시련을 견디며 비로소 단단한 자기 자신을 빚어내는 내면적 성취의 시간이다. 박지홍제 최희선류 달구법입춤의 호흡은 오래 닦인 마음이 타인과 만나 흥과 웃음으로 확산하며 세상과 연결되는 깊은 울림의 공간을 열어 보인다. 포기하지 않고 중심을 세우는 정성이 개인의 수행을 넘어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기쁨의 언어로 확장될 때, 춤은 인간을 잇는 거대한 생명의 그물이 된다. 단련과 나눔의 순환은 시련을 품은 한 개인이 세상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도달하는 가장 눈부신 예술적 화합의 현존이다.
제1장 '마음을 담다'(배정혜류 부채현금: 설자영) : 고요를 바탕으로 호흡과 부채의 미세한 흐름을 엮어내며, 춤의 본질을 외형적 기교가 아닌 응축된 정신성의 발현으로 보여준다. 한 동작마다 깃든 정성은 내면의 집중을 신체의 언어로 전환하여, 절제 속에서 오히려 깊은 생명력을 길어 올리며 고요한 호흡과 섬세한 움직임의 결을 통해 내면의 깊이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제2장 '나를 단련하다'(조흥동류 진쇠춤: 윤종현) : 쇠를 벼리는 단련의 이미지에 기대어, 춤의 수련을 신체적 숙련을 넘어 자아를 재구성하는 정신적 수행으로 해석한다. 흔들림과 좌절을 견디며 거듭 자신에게 귀환하는 과정에서 정성은 완성의 결과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자신을 갱신하는 힘으로 드러난다.
제3장 '울림을 나누다'(박지홍제 최희선류 달구법입춤: 강유정) : 개인의 내면에 축적된 수련은 타자와의 호흡 속에서 비로소 공동의 리듬과 정서로 확장되며, 춤은 관계와 공명의 예술로 변모한다. 장단과 몸짓이 서로를 매개하는 순간 정성은 자기완성의 경계를 넘어, 타인과 함께 흥과 생의 감각을 나누는 열린 미학으로 승화된다.
제4장 '시간을 품다'(이매방류 살풀이춤: 설자영) : 살풀이춤의 움직임을 삶의 상흔과 기억을 소거하지 않고 온전히 수용하여 새로운 질서로 변환하는 시간의 미학으로 읽어낸다. 축적된 세월과 인내가 몸의 깊이를 빚어내듯, 정성은 지나온 삶을 품고 견딘 시간 속에서 비로소 고유한 빛을 획득하는 성숙의 태도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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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2부 '성(盛)':
하나의 생명이 무수한 흔들림과 순환의 질서를 거쳐 고요의 자리로 회귀하는 여정은 시간의 맥락 속에서 축적된 내적 에너지가 춤의 몸짓으로 발화되는 깊은 성숙의 과정이다. 어제의 시간을 품은 채 새로운 감각을 획득하는 오늘의 몸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가 되어 삶의 방향을 끊임없이 빚어내는 태도로써 정성을 드러낸다. 이 눈부신 움직임의 언어는 육체의 기교를 넘어 진심으로 채워온 삶의 밀도가 예술적 형식을 통해 도달하는 고결한 존재론적 정점이다.
새벽의 고요 속에서 홀로 자신과 마주하는 '머무름'은 존재의 근원을 응시하며 새 움직임을 잉태하는 내적 집중의 고결한 시간이다. 이어지는 낮의 왕성한 생의 운동은 수많은 관계와 선택의 경험으로 존재의 층위를 두텁게 만들고 삶의 밀도를 높이는 일로 귀결된다. 반복되는 일상의 순간들은 몸의 기억으로 침전되어 춤의 리듬 속에서 긴장과 이완의 결로 구체화한다. 이 여정은 자신을 온전히 투여하여 삶과 예술을 성숙시켜 나가는 눈부신 존재론적 형식이다.
황혼의 경계는 지나온 순간들이 새로운 시간의 층위로 스며들어 고유한 삶의 결을 빚어내는 지속의 공간이다. 심신에 남은 기억의 잔향은 다가올 내일을 향한 새로운 호흡과 움직임의 토대가 되어 시종을 유기적으로 잇는다. 오랜 인내와 반복 속에서 무르익은 정성은 내면의 흔적을 생명력으로 전환하여 존재를 빛나게 하는 시간의 미학이 된다. 마침내 춤의 에너지로 발화되는 이 성숙의 현존은 한 인간이 온전한 삶의 밀도를 품고 도달하는 눈부신 예술적 정점이다.
설자영(총연출·안무, Suljayoung Arts Group 예술감독, 선화예고 무용부장)은 '레퍼토리로 보는 한국춤 교육적 가치 찾기Ⅰ'(2023)로 전통 레퍼토리의 계승과 교육적 가치를 현재의 시각으로 재발견하는 작업으로 무용적 운을 띠면서 시작하여 전통춤에 대한 '정성(停盛)'(2026)에 이르게 되었다. '배움, 춤이 되다_처용이 건네는 성장의 렉처 퍼포먼스'(2026)로 ‘처용무’ 예시와 서사, 교육적 가치에 대한 특강, 현재적 의미를 이어간 작업은 '정성'의 예고편이었다.
'정精·성誠'(2025)은 전통춤과 현재적 의미의 춤의 재발견, '레퍼토리로 보는 한국춤 교육적 가치 찾기 Ⅱ'(2025)는 전통춤의 진정한 가치, '못 M.O.T: Moment Of Truth'(2024)는 존재의 내면과 마주하는 순간의 춤, '섬'(2024)은 독립과 연대 사이의 존재 탐구의 춤, '舞, 색을 입히다'(2024)는 움직임에 감각과 정서를 더해 춤의 새로운 색채를 발견함, '너머의 시간_마주하다'(2023)는 과거와 현재, 기억과 미래를 연결하며 시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춤이었다,
'정성(停盛)'은 ‘정(停)’의 머무름과 ‘성(盛)’의 성숙이라는 이중적 의미 구조로 춤을 시간과 마음의 축적이 존재의 깊이로 전환되는 수행적 예술로 제시한다. 전통춤의 호흡과 수련을 기반으로 한 움직임은 단련과 공명, 기억과 성찰의 층위를 거치며 개별적 내면의 경험을 타자와 세계를 향한 관계적 감응으로 확장한다. 오랜 손길로 은은한 윤기를 획득하는 놋그릇의 상징은 시간의 축적이 신체에 각인되어 고유한 생명성과 미적 현존으로 발현되는 과정을 함축한다.
이 작품에서 ‘정성’은 특정한 목적을 향한 일회적 열의나 완성에 대한 의지가 아니라, 매 순간 자신을 성찰하고 삶의 흔적을 온전히 수용하며 지속적으로 자신을 갈무리하는 존재론적 태도로 이해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축적된 시간과 마음이 춤의 언어로 발화되는 순간 예술은 한 인간의 성숙한 삶과 내면의 진정성을 가시화하는 가장 밀도 높은 표현 형식으로 귀결된다. 설자영은 독창적 상상력으로 1부와 2부를 조화롭게 연결하면서 정성의 의미를 증명했다.
(출연 설자영 강유정 윤종현 이고운 백승민 김동현 박혜리 황서영 성주현 신한서 이하윤 권진수 오민주 문승연 신현진 이차연 하유진 김경빈 김윤서 김현정 박준섭)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설자영아츠그룹©잔나비와 묘한계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