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 11.3㎎/L, 5급수 상한 넘어 ‘6급수 수준’…2025년 1.7㎎/L 1등급
하루 5000t 생활오수 차단·하수관로 301㎞ 정비…빗물과 오수 길부터 분리
수달·백로·연어 돌아오고 사람이 다시 강으로…2028 국제정원박람회 무대
하루 5000t 생활오수 차단·하수관로 301㎞ 정비…빗물과 오수 길부터 분리
수달·백로·연어 돌아오고 사람이 다시 강으로…2028 국제정원박람회 무대
이미지 확대보기1980년대 말에는 여름철 강변 접근이 어려울 만큼 악취가 심했다.
1992년 한 해에만 물고기 떼죽음이 다섯 차례 기록됐다. 공장폐수와 생활오수가 몰려든 강은 ‘죽음의 강’으로 불렸다.
수질오염은 1996년 정점을 찍었다.
물속 유기물 분해에 필요한 산소량을 나타내는 BOD는 높을수록 수질오염이 심하다는 뜻이다.
태화강은 당시 공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상한선인 10㎎/L마저 넘어 등급분류 밖으로 밀려났다.
정부 자료에서는 당시 수질을 ‘6급수 수준’으로 표현했다.
울산시도 공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2025년 태화강 평균 BOD는 1.7㎎/L다.
1996년 11.3㎎/L와 비교하면 약 85% 낮아져, BOD 수치 기준으로는 수질이 약 6.6배 개선된 셈이다.
BOD 2㎎/L 이하는 하천 수질기준상 1등급이다.
울산시는 현재 태화강을 1급수 생태하천으로 관리하고 있다.
수질이 회복되면서 생태계도 되살아났다.
상류에서는 수달이 발견되고, 중류 삼호대숲은 여름마다 수천 마리 백로류가 둥지를 트는 번식지가 됐다.
하류에는 연어가 다시 돌아오며, 현재 태화강 전 구간에는 800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한다.
공업용수로도 쓰지 못했던 강은 어떻게 이만큼 달라졌을까.
하루 5000t 생활오수…강으로 들어가는 길부터 끊었다
태화강 오염은 울산의 산업화와 함께 깊어졌다.
1962년 특정공업지구 지정 이후 공단이 빠르게 들어서고 인구가 급증했다.
도시의 팽창 속도를 하수처리시설이 따라가지 못했다. 공장폐수와 생활오수, 축산폐수가 태화강으로 흘러들었다.
특히 하류에는 높이 8m, 길이 7㎞의 대형 배수터널이 있었다.
조사 결과 이곳을 통해 하루 약 5000t의 생활오수가 강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미지 확대보기울산은 강에 들어온 오염수를 뒤늦게 걷어내는 대신 유입 통로부터 막았다.
빗물과 생활오수가 함께 흐르던 관로를 분리했다.
빗물은 하천으로 보내고 가정에서 나온 오수는 별도 관을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보냈다.
1995년부터 2008년까지 1325억원을 들여 생활오수 차단 하수관로 261㎞를 정비했다.
이후 2010년까지 270억원을 추가 투입해 40㎞를 더 확충하면서 정비 구간은 총 301㎞로 늘었다.
울주군과 동구 일대에도 분류식 하수관로를 확충했다.
민간이 먼저 투자하고 울산시가 장기간 비용을 갚는 임대형민자사업(BTL) 방식으로 추진됐으며 사업비는 1810억원이었다.
수만 가구의 오수관도 하수처리장과 연결했다.
처리시설을 늘리고 강바닥에 오랫동안 쌓인 퇴적오니(오염된 진흙과 찌꺼기)도 걷어냈다.
이미지 확대보기효과는 강물에서 나타났다.
생활오수가 직접 흘러드는 통로가 줄면서 오염물질 유입도 급감했다.
강바닥에 쌓이던 오염물질이 줄고 물의 자정기능도 되살아났다.
태화강을 바꾼 결정적 전환점은 강을 청소한 데 있지 않았다.
더러운 물이 강에 도착하기 전에 막은 것이다.
수달·백로·연어…물이 살아나자 생명이 돌아왔다
태화강의 변화는 생태계가 보여준다.
울산시는 현재 태화강에 800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울주군 언양읍 구수교에서 수달 두 마리가 시민의 카메라에 잡혔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수달의 등장은 태화강 생태계가 회복됐다는 신호로 읽힌다.
실제로 태화강 여러 구간에서 수달 서식이 계속 확인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태화강 삼호대숲은 매년 여름 수천 마리의 백로류가 찾는 번식지가 됐다.
올해도 왜가리와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황로, 해오라기, 흰날개해오라기 등 7종이 확인됐다.
이미지 확대보기연어도 돌아왔다.
울산시는 2000년부터 어린 연어 방류를 시작했고 2003년부터 회귀 개체를 확인했다.
40년 가까이 자취를 감췄던 연어가 다시 태화강을 거슬러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때 물고기가 떼죽음하던 강에 수달과 백로, 연어가 다시 자리를 잡았다.
생물 다음에는 사람이 강으로 돌아왔다
수질 회복은 강을 이용하는 방식까지 바꿨다.
2005년에는 태화강을 직접 헤엄치는 전국 규모 수영대회가 열렸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악취 때문에 접근조차 꺼리던 물속으로 사람들이 들어갔다.
이미지 확대보기조정도 이제 태화강의 연례 풍경이 됐다.
세계명문대학 조정 페스티벌은 2024년 처음 시작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3년째 이어졌다.
올해는 하버드·예일·MIT, 옥스퍼드·케임브리지 등을 포함한 8개국 14개 대학이 참가했다.
공업용수로도 쓸 수 없었던 강에서 사람이 수영하고 세계 대학생들이 노를 젓는다.
BOD 숫자보다 더 쉽게 읽히는 변화다.
이미지 확대보기1m 넘으면 베어내라…사라질 뻔한 대숲이 국가정원으로
강이 살아난 뒤에는 강변 공간을 지키는 일이 남았다.
국가정원의 상징인 십리대숲은 한때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1987년 하천정비계획에서 홍수 때 물 흐름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제거 대상이 됐다.
당시 하천구역에서는 높이 1m가 넘는 수목을 치수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베어내도록 했다.
십리대숲의 대나무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민과 환경단체가 막아섰다.
서명운동과 학술세미나, 대정부 건의가 이어졌고 전문가들은 대숲이 실제 홍수위에 미치는 영향까지 분석했다.
대숲으로 인한 수위 상승은 15~20㎝가량으로 추산됐고, 당시 하천의 여유 높이 1.2m를 고려하면 치수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대숲은 살아남았다.
이번에는 강변 들판이 개발 위기를 맞았다.
1994년 태화들 18만6000㎡가 자연녹지에서 주거지역으로 변경되면서 아파트와 택지개발 논란이 불거졌다.
시민들은 감사청구에 나섰고 직접 땅을 사서 보전하자는 ‘태화들 한 평 사기운동’까지 벌였다.
개발 논란 끝에 2005년 태화들은 다시 하천구역에 편입됐다.
시민들이 지켜낸 대숲과 강변 들판은 이후 울산시의 태화강 복원사업과 맞물려 새로운 공간으로 바뀌었다.
울산시는 태화들 일대를 매입·정비하고 십리대숲과 연결해 태화강대공원을 조성했으며 생태공간과 정원을 단계적으로 넓혔다.
그 결과 태화강 일대는 2019년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베어낼 뻔한 대숲과 개발될 뻔한 강변 들판을 시민들이 지켜냈고, 울산시는 그 공간을 오늘의 태화강국가정원으로 완성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죽음의 강’에서 2028 국제정원박람회 무대로
이미지 확대보기국가정원 지정은 끝이 아니었다. 태화강은 이제 국제정원박람회 무대로 확장되고 있다.
2028년 4월 22일부터 10월 22일까지 태화강국가정원과 삼산·여천매립장 일원에서 울산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린다.
올해 조직위원회가 출범했고 지난 1월에는 박람회 지원과 사후활용을 위한 특별법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30년 전 공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었던 강이 세계 정원산업과 생태도시의 미래를 보여주는 국제행사의 무대로 바뀌는 셈이다.
태화강의 30년은 강물만 깨끗하게 만든 역사가 아니다.
생활오수가 흘러드는 길을 끊었다. 땅속 하수관을 바꿨다. 강바닥의 오염물질을 걷어냈다.
시민들은 사라질 뻔한 대숲과 개발될 뻔한 들판을 지켰다.
그 뒤 연어가 돌아왔다. 백로가 대숲을 채웠고 수달이 강을 헤엄쳤다. 사람도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1996년 BOD 11.3㎎/L. 2025년 1.7㎎/L.
두 숫자 사이에 산업도시 울산이 강을 되살린 30년이 들어 있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