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내리막길 지속되며 생존 경쟁 가열…파타고니아, AB인베브 고소
미국 맥주업계가 잇단 소송전에 휘말리고 있다. 버드와이저, 코로나 등 맥주 브랜드를 갖고 있는 세계 최대 맥주그룹 AB인베브가 지난달 아웃도어 의류업체 파타고니아로부터 소송을 당했다고 CNN 등이 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파타고니아가 지난 2012년 출시된 AB인베브의 '파타고니아 맥주'에 대해 자사의 브랜드를 그대로 베낀 카피캣이라며 낸 소송이었다.
파타고니아 측은 "AB인베브는 '파타고니아 맥주'를 출시하면서 파타고니아가 지난 40년간 쌓아온 환경친화적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이용했다"며 "그들은 수십년동안 우리가 사용해온 파타고니아의 유명한 산 모양 로고와 아주 흡사한 로고까지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파타고니아는 또 AB인베브가 '파타고니아 맥주'의 판촉활동을 위해 미 콜로라도 스키장 등에 부스를 설치하고 영업 사원들에게 파타고니아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자켓, 스카프를 입게 했다고 비난했다.
파타고니아는 2016년 '롱루트'라는 자체 맥주를 만들며 맥주 사업에 진출했다. 최근에는 화학비료나 살충제 없이 키운 보리를 이용해 자체 생산한 두 번째 맥주 브랜드를 출시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AB인베브는 슈퍼볼 광고에 맥주회사 몰슨쿠어스가 제품에 옥수수 시럽을 쓴다는 조롱조의 내용을 넣었다가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광고는 중세 판타지 왕국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AB인베브가 제조하는 맥주 이름을 딴 '버드라이트 성'에 시럽이 든 큰 통이 도착하자 왕이 "우리 게 아닌데? 우리는 시럽 안 쓰잖아?"라고 묻자 신하는 "밀러라이트는 씁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리고는 맥주원정대는 몰슨쿠어스 제품 이름을 딴 '밀러라이트 성'과 '쿨스라이트 성'에 옥수수 시럽을 배달하는 여정이 그려진다.
고과당의 옥수수 시럽은 비만이 사회적 문제인 미국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퍼져 있다.
몰슨쿠어스는 이 때문에 소송 도중 AB인베브의 '버드라이트'에 대해 자사의 '밀러라이트'보다 칼로리가 높고 탄수화물도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내용으로 '밀러라이트: 더 맛있다'라는 문구를 담은 반박 광고를 낸 바 있다.
미국 맥주시장은 지난 20여년간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미국 주류 시장에서 맥주 점유율은 1999년 56%에서 지난해 45.5%로 10%포인트 준 반면 진, 위스키 같은 증류주는 같은 기간 28.2%에서 37.2%로 증가했다.
미국 젊은 세대의 주류 소비량이 갈수록 줄고 소규모 양조장이 뜨면서 대형 맥주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맥주업체들 사이에 소송이 잇따르면서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김환용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khy031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