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이 발언은 구체적인 합의가 임박했다기보다는 미국의 관세 정책을 지렛대로 활용해 협상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한국의 4월 수출 실적이 둔화되며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강화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에 대한 투자’ 행사 후 뉴스네이션 방송 타운홀에서 “한국, 인도, 일본과 무역 합의가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세부적인 진행 상황이나 협상 일정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당신들보다 덜 서두르고 있다. 우리는 지금 유리한 위치에 있다”면서 “그들이 우리를 필요로 한 것이지 우리가 그들을 필요로 하진 않는다”고 말하며 협상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자국이 고율 관세를 통해 이미 협상 우위를 점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세 나라와 무역 합의 체결이 임박했거나 공식적인 협상이 진행 중임을 밝힌 것이 아니라 관세 정책을 통해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내보낸 데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잠재적 거래’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 역시 구체적인 합의안이 오간다는 의미보다는 미국이 유리한 위치에서 여지를 갖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같은 날 발표된 한국의 수출 지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아시아 수출국에 미치는 충격을 보여줬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관세청 자료를 인용해 한국의 4월 수출액이 조업일수 기준 전년 동기 대비 0.7% 감소했다고 이날 전했다. 이는 계절성과 조업일 차이를 반영한 실질 수치로 외형적 증가세(3.7%)와 달리 한국의 수출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있어 이는 경고 신호”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확대가 수출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반도체, 철강, 배터리 등 주요 수출 품목이 미국의 고율 관세 및 기술 규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재집권 이후 고율 관세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뿐 아니라 우방국인 한국과 일본에도 ‘무역 재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상원이 대통령의 관세 권한을 제한하려는 법안을 부결시키면서 트럼프의 무역 압박 전략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한국은 철강 부문에서 최근 미국 상무부가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 면제를 철회하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자동차·반도체 산업도 추가 압박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 무역 합의의 가시화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미국이 관세를 외교·경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음을 다시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