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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일본인 기자의 ‘한류성형’ 취재기 “도쿄 4분의 1 비용 뛰어난 가성비가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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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일본인 기자의 ‘한류성형’ 취재기 “도쿄 4분의 1 비용 뛰어난 가성비가 매력”

서울 굴지의 고급 주택가 강남구. 그 중에서도 압구정이라는 지역은 대형 연예기획사가 모이고 초 고급아파트가 들어선 세레브타운이다. 이 압구정에는 ‘성형거리’라고 불리는 거리가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어느 곳을 둘러봐도 성형외과나 미용피부과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입주세입자 모두가 미용 의료기관인 건물까지 있다. 한국 국세청에 따르면 한국 내에는 1,300곳 이상의 성형외과가 있으며 그 중 35%인 462곳 이 강남구에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이 ‘성형의 성지’를 목표로 바다를 건너는 일본여성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의 '성형1번지'로 불리는 압구정역 일대에는 성형외과와 각종 뷰티숍이 어우러진 '뷰티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의 '성형1번지'로 불리는 압구정역 일대에는 성형외과와 각종 뷰티숍이 어우러진 '뷰티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 “비용 도쿄의 4분의 1 가성비 갑(甲)”

6월 중순 강남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사토오 마이 씨(22). 지바 현에서 미용사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10일 간의 휴가를 받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취재 당시는 수술 후 3일째로 아직 얼굴 전체가 부어 있었다. 사토 씨는 이번에 콧대를 높인 다음 코를 축소하는 수술과 이마를 도톰하게 하는 지방이식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에서 수술을 한 이유는 그럴싸하다. 그녀는 “도쿄의 유명한 의원에서느 비용이 200만 엔이나 든다고 해서 포기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50만 엔이면 할 수 있어 곧바로 결정했어요. 조금 불안하기는 하지만 저렴한 비용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강남구의 카페에서 취재에 응한 사토 씨는 마스크를 벗고 생생한 수술자국을 보여 주었다. 주변에 많은 손님이 있는데도 말이다. 그녀는 “일본이라면 이런 행동을 할 수 없어요. 하지만 한국이라면 수술 후에도 당당하게 거리에 나갈 수 있어요. 얼굴 전체를 붕대로 가린 여자들도 자주 보고요. 부기가 빠지기까지의 시간을 성형에 너그러운 한국에서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트위터 등의 SNS에서는 최근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한 일본인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계정이 있으며 사토 씨도 미리 거기서 사전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 후에는 “나와 같은 시기에 한국에서 수술을 받은 사람을 SNS에서 발견해 함께 식사하기로 했다”며 총총히 사라졌다.

사진은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을 집도하고 있는 모습. 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은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을 집도하고 있는 모습.


■ 연간 1만 명 한국행 ‘일본인 전담팀’ 구성도

한국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에 한국의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은 일본인은 전년보다 1.5배 증가한 4만2,000명에 달했다. 그리고 이 중 27%에 해당하는 약 1만1,000명이 ‘성형외과’에서 진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과 수술사례수가 많아 수술의 질이 보장되고 있다는 인식이 증가의 배경인 것으로 분석된다.

성형목적으로 방한하는 일본인들의 물결은 우리가 보기엔 한국에 있어서 또 다른 비즈니스의 기회가 되고 있다. 그 중에는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환해 시장개척을 진행시키는 의원도 있다.

강남구 청담 오라클 피부과·성형외과는 현지 연예인도 많이 찾는 한국 유수의 의원이지만 최근 일본인 환자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인 직원을 상주시키는 등 제도를 강화하면서 2014년 개원 당초보다 환자 수가 5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황금연휴가 이어진 지난 5월은 10~20대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약 150명이 내원했으며, 취재 당시도 19세의 일본여성이 ‘점 제거’상담을 하고 있었다.

이 의원은 한국의 일반적인 성형외과와 비교해도 수술비용이 싼 것이 특징으로, 예컨대 ‘코 높이는 수술’는 15만 엔 정도라고 한다. 일본의 젊은 세대를 겨냥해 접근이 용이한 적정가격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것도 전략의 하나다.

일본인 대응 팀의 실장을 맡고 있는 하야시 미야코 씨는 “원래 한국인들을 위한 의원이었지만, 새로운 시장으로 일본인들을 타깃으로 설정한 결과 매상도 크게 증가했다. 최근에는 일본인이라도 한 번에 여러 곳을 성형하는 사람이 많아 단가도 오르고 있다. 일본인 성형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사진은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은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 일부 부작용 사례도 있어 주의 당부도

이런 한류 성형열풍은 수술 후 부작용이라는 폐해도 낳고 있다. 도쿄도의 '등등역피후과 형성외과'에서는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사람이 귀국 후에 상담하러 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 중 상당수는 "수술 후의 부기가 좀처럼 빠지지 않는다“ "생기 시작이 사전의 설명과 달라져 있었다"라고 하는 것이다.

오오쿠보 마사토모 원장은 “젊은 층은 싸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수술을 하는 것 같은데 과연 사전상담이나 수술 후 후속조치나 충분히 할 수 있을까. 일본에서는 생각하기 어렵지만, 한국에서는 초진 일에 그대로 수술을 하는 케이스도 많다. 해외에서의 수술에 수반하는 여러 가지 리스크를 일본인측도 강하게 의식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최근엔 국민생활센터에도 같은 상담이 많이 전해지고 있고, 2018년에 한국에서 턱 성형수술을 받은 여성은 귀국 후 일본의원에서 "턱 뼈가 좌우 비대칭으로 되어 있다"로 진단됐다고 한다. 또 부기가 가라앉지 않아 시력저하 증상을 호소하는 또 다른 여성에게서 한국의 의원 측과 서면거래가 없었기 때문에 문제 발생 시 대응받을지 불안하다는 상담도 들어왔다고 한다.

취재를 통해 일본인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성형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이 한류 성형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다만 성형수술 등 미용의료는 의료행위라지만 병의 치료나 예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스스로 그 필요성을 결정하는 것이다. 의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을 우려 등, 여러 가지 리스크가 수반되는 해외에서 수술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