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정보기관은 빈틈없이 일을 처리하지만, 중요한 결단을 최종적으로 내리는 것은 정치지도자의 몫이다. 그 역할을 아베가 해낼 수 있을까. 전 정보기관 전문가가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의 일본의 나아갈 길을 조언했다.
사실상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라 아베 신조 총리는 도쿄올림픽 개최를 연기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의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감염증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험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만약 내년 여름 올림픽이 열린다면 그때는 원활하고 안전한 대회를 위해 정보기관과 안보기관, 공중위생기관이 (가끔 국민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정보기관은 일반적으로 올림픽을 성공시키려 할 경우, 세 가지 주요 문제에 대처하려고 한다. 첫째, 테러 등 시민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태롭게 하는 위협에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고, 그런 사태를 미리 방지하는 것이다.
1972년에는 하계 올림픽을 치른 서독 뮌헨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 이후 올림픽 개최국 테러대책팀은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제공되는 실시간 정보에 따라 언제 어디에든 출동할 수 있도록 고도의 경계태세를 취하고 있다.
■ 정보기관의 대비보다 중요한 건 정치적 결단
둘째, 정보기관은 테러 위협 이외의 국경을 초월한 위협에도 대비하고 있다. 내가 미 행정부에서 마지막으로 맡은 일은 국가정보회의(NIC)에서 국경을 초월한 위협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국가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는 테러가 주목받기 쉽지만, 국제적인 조직범죄나 감염병의 팬데믹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들 요인은 모두 올림픽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나의 부서는 “적절한 대처법이 존재하지 않고, 지극히 감염력이 강한 바이러스성 호흡기질환이 새롭게 발생하면, 팬데믹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라고 2007년의 보고서에서 지적하고 있었다.
셋째, 정보기관은 테러 공격이나 물류 붕괴, 팬데믹 발생 등이 올림픽과 개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철저히 분석한다. CIA나 일본 공안조사청 같은 기관은 항상 만반의 준비를 기하려고 한다. 그러나 정보기관이 준비하는 정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지도자의 리더십과 관료조직의 대처능력이다. 그것은 감염증으로부터 사회를 지키기 위한 조치와 이러한 조치가 가져올 경제·정치적 폐해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할 것인가. 올림픽 개최 연기와 그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 손실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할 것인가 등이다.
■ 올림픽 성공개최 최종 판단은 아베 총리의 몫
이런 것들은 모두 정치의 문제다. 아무리 정보기관이 정밀도 높은 정보와 분석을 준비해도 그것만으로는 이들 문제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정치지도자가 어느 정도 주관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코로나19의 감염 확산에 대한 아베의 대응은 지금까지 너무 소극적이고 너무 늦다. 유전적인 요인이나 손 씻기 습관 등의 면에서 일본은 다른 나라와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데이터를 보는 한, 일본에서도 일거에 감염이 퍼지기 시작하고 있는 것 같다. 대응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어쩌면 테러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팬데믹 발생 가능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보다 어렵다. 올여름 도쿄올림픽은 연기 이외의 선택사항이 사실상 없었다고 하지만 위험과 득실의 균형을 고려해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베의 몫이었다.
예정대로 내년 여름 도쿄올림픽이 개최되면 일본과 다른 나라 정보기관의 노력으로 아베의 선택지가 넓어져 대회가 보다 원활하고 안전하게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정보기관이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대참사를 예견한다면 올림픽 개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될 것이며 포기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