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TSMC는 설립 이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는 패권 국가들의 사이에서 어느 편을 선택할 것인가를 강요당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위험한 경쟁에 말려들어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고 LA타임즈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TSMC의 전 엔지니어인 케니 양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TSMC가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말이 있다. 그들이 하는 일이 매우 가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적어도 중국 정부가 TSMC만큼은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TSMC의 기술력은 사실상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 칩은 업계에서 가장 작은 칩을 전문적으로 제조하는데, 인간의 DNA 두 가닥과 맞먹는 5나노미터 공정이다. 2나노미터 칩에 대한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극초단파 레이저와 플라즈마 기술은 물론 TSMC 임원이 ‘흑색 마법’이라고 이야기하는 극자외선 리소그래피 기술이 어우러져야 한다.
반도체는 이제 세계 기술 패권 경쟁에서 국가 안보에 필수 자산이 되었다. TSMC 이사회는 2024년까지 120억 달러 규모의 공장을 미 애리조나에 설립하는 계획을 승인했는데, 이는 TSMC의 대중 무역 관계에 대해 불안해하는 트럼프 행정부를 달래기 위한 조치였다.
첨단 반도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사물 인터넷 등 미래 시대를 규정할 기술에 결정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것들은 미사일에서 자율 차량, 사이버 보안, 신약 개발까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TSMC는 고조되는 투쟁에 말려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공격의 무기로 반도체를 선택했다. 화웨이는 물론 SMIC도 최근 블랙리스트에 올라 수출 금지의 제재를 당했다.
미국과 다른 나라들은 중국을 집중 견제하고 있다. 미 정부는 TSMC에게 애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고객인 하이실리콘 테크놀로지에 대한 수출을 줄이도록 강요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TSMC가 매출의 5분의 1을 중국에서 차지하고 소규모의 파운드리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이완 정부에 지속적으로 중국 비즈니스를 줄이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 TSMC와 차이잉원 대만 총통 측은 백악관이 압력을 넣은 사실이 없다고 이를 부인했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