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선주에게 독성물질 피해 책임 묻기도 힘들어

일반 상선의 경우 엔진실 및 연료 라인 등에 포함된 석면이 약 10t에 달한다. 방글라데시의 폐 선박 파쇄 산업은 글로벌 규모다. 그런데 폐 선박 정리 및 파괴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은 독성물질 취급에 대한 훈련조차 받지 못했다. 석면이 폐로 흡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비가 제공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폐 선박 파괴 산업은 방글라데시의 철강 원료 공급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근로자들의 삶과 환경의 파괴는 국제적으로 핫이슈가 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개발도상국에 버려지는 유해 폐기물을 막기로 되어 있는 바젤협약의 서명국이다. 2009년 대법원은 이 협약에 따라 방글라데시에서 선박을 철거하기 위해 수입하려면 그 전에 선박에서 위험 물질을 제거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자국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칙을 도입하도록 명령한 것이었다.
그러나 규정은 엉터리라고 한다. 데일리스타 조사 결과 방글라데시 환경부에 제출된 28건의 폐 선박 수입 관련 증명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전부 허위서류임이 밝혀졌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이 서류를 ‘쓰레기’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심지어 정부 당국자들조차 “증명서가 현실적이지 않다”며 “진위를 확인할 수단이 없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입수된 28건 중 17건은 해외의 비밀 조세피난처에 등록된 회사 서류여서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방글라데시 환경변호사회(벨라)는 올해 초 선박법 위반과 관련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았다. 2016년 고철용 독극물 용기를 수입하기 위해 사용된 문서들이 ‘미완성적으로 준비됐으며’, ‘조작된 것’임을 밝혀낸 판결은 이례적이었다.
재판의 대상이 됐던 선박은 머스크 소유로서 카리브해 조세피난처 세인트키츠와 네비스에 위치한 한 회사를 통해 들여온 것이다. 환경부에 제출된 문서에서는 위험 물질을 청소했다고 주장했지만 선박에는 불법 방사성 폐기물이 실린 사실이 밝혀졌다. 법원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석면이 함유된 500kg의 물질이 선박에서 제거됐다.
한편 방글라데시 환경부의 고위 관계자는 환경부가 폐 선박의 독성 물질을 시험하기 위해 현대화된 실험실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과실을 막기 위한 필요한 조치들을 해 나갈 방침이라고 확언했다. 그러나 그 약속이 실제로 실행될 것인지는 누구도 약속하지 못한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