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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인텔, 반도체 설계-제조 분리에 선택 옵션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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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인텔, 반도체 설계-제조 분리에 선택 옵션 제한적"

헤지펀드 서드포인트가 인텔에 대해 반도체 디자인과 칩 제조 사업을 분리할 것을 촉구하고 있으나 인텔로서는 선택할 옵션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헤지펀드 서드포인트가 인텔에 대해 반도체 디자인과 칩 제조 사업을 분리할 것을 촉구하고 있으나 인텔로서는 선택할 옵션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사진=로이터
인텔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헤지펀드 서드포인트의 다니엘 롭이 인텔에 대해 반도체 디자인(설계) 및 개발과 칩 제조 사업을 분리할 것을 촉구하고 있으나 인텔로서는 선택할 옵션이 제한적이며 회사의 앞날은 불투명하다고 로이터통신이 애널리스트의 의견을 들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텔은 지난 50년 동안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디자인하고 제조함으로써 세계 1위라는 최고의 결과를 낳았고 이 방안을 최선으로 여겨 왔다. 인텔은 엔비디아나 퀄컴 등 굴지의 회사들이 대만 TSMC 등 전문 파운드리 반도체 칩 제조업체로 옮겨갔음에도 불구하고 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인텔은 최근 몇 년 동안 최첨단 제조 기술을 유지하는데 실패했다. 칩 제조를 아웃소싱하는 엔비디아나 AMD 등의 경쟁사들은 그 틈을 비집고 PC나 데이터센터 칩 등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영국의 암에 자리를 내 주었고 애플과 아마존 등은 자체 칩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밥 스완 인텔 CEO(최고경영자)는 인텔의 디자인 팀들이 칩이 제조되는 장소에 대해 좀 더 융통성 있게 하길 바란다면서 2023년 자사 제품 일부를 아웃소싱할지에 대한 결정을 다음 달 발표겠다고 밝혔다.

올해 인텔 주가가 20% 가까이 하락하면서 10억 달러의 인텔 지분을 보유한 서드포인트는 더 강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칩 디자인과 제조를 분리하는 방안을 고려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제조를 위한 합작법인 설립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그러나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스테이시 래스건은 “인텔의 제조를 별도의 회사로 분리하는 것으로는 아무 것도 고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칩 공장은 풀가동해야 수익성이 있다. 칩 디자인 회사들은 설계 완성 전 18개월에서 24개월 앞서 생산공장을 확보하고 양산을 준비한다. 이는 제조 회사를 설립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데 그만큼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인텔이 제조를 분리해도 공장은 타 기업을 유치하기 까지 당분간은 인텔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텔이 이전 공장과 제조 계약을 체결할 경우, 고급 생산기술을 사용하는 경쟁업체들과의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AMD는 2000년대 중반 제조 공장들을 분사하면서 이전 공장들과 이 같은 계약을 맺었다. 이로 인해 AMD는 엔비디아와 같은 경쟁업체들처럼 빠른 속도로 첨단 기술로 이전하지 못하는 난관을 겪었다.

인텔의 공장을 진보된 프로세서 칩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두 회사인 TSMC나 삼성전자에 매각하는 것도 어렵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했다.

칩을 만들기 위해서는 복잡한 제조 공정에서 수천 단계의 생산 프로세스를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고가 장비를 배치하고 프로그래밍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TSMC 칩 제조 프로세스를 복제하기 위해 인텔 공장을 개조하는 데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VLSI 리서치의 댄 허치슨 CEO는 "TSMC 입장에서 인텔 공장을 사는 것은 아이들이 크리스마스에 받은 레고 선물에서 한두 개의 블록을 떼어내고 매뉴얼을 비린 후 조립하려는 것과 같다“고 혹평했다.

인텔은 현재 15개 공장에서 월 80만개 이상의 웨이퍼를 가공해 칩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삼성과 TSMC의 각각 290만 개와 250만 개보다 크게 떨어지는 양이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