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은 지난 50년 동안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디자인하고 제조함으로써 세계 1위라는 최고의 결과를 낳았고 이 방안을 최선으로 여겨 왔다. 인텔은 엔비디아나 퀄컴 등 굴지의 회사들이 대만 TSMC 등 전문 파운드리 반도체 칩 제조업체로 옮겨갔음에도 불구하고 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밥 스완 인텔 CEO(최고경영자)는 인텔의 디자인 팀들이 칩이 제조되는 장소에 대해 좀 더 융통성 있게 하길 바란다면서 2023년 자사 제품 일부를 아웃소싱할지에 대한 결정을 다음 달 발표겠다고 밝혔다.
올해 인텔 주가가 20% 가까이 하락하면서 10억 달러의 인텔 지분을 보유한 서드포인트는 더 강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칩 디자인과 제조를 분리하는 방안을 고려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제조를 위한 합작법인 설립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그러나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스테이시 래스건은 “인텔의 제조를 별도의 회사로 분리하는 것으로는 아무 것도 고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칩 공장은 풀가동해야 수익성이 있다. 칩 디자인 회사들은 설계 완성 전 18개월에서 24개월 앞서 생산공장을 확보하고 양산을 준비한다. 이는 제조 회사를 설립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데 그만큼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인텔이 제조를 분리해도 공장은 타 기업을 유치하기 까지 당분간은 인텔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텔이 이전 공장과 제조 계약을 체결할 경우, 고급 생산기술을 사용하는 경쟁업체들과의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인텔의 공장을 진보된 프로세서 칩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두 회사인 TSMC나 삼성전자에 매각하는 것도 어렵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했다.
칩을 만들기 위해서는 복잡한 제조 공정에서 수천 단계의 생산 프로세스를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고가 장비를 배치하고 프로그래밍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TSMC 칩 제조 프로세스를 복제하기 위해 인텔 공장을 개조하는 데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VLSI 리서치의 댄 허치슨 CEO는 "TSMC 입장에서 인텔 공장을 사는 것은 아이들이 크리스마스에 받은 레고 선물에서 한두 개의 블록을 떼어내고 매뉴얼을 비린 후 조립하려는 것과 같다“고 혹평했다.
인텔은 현재 15개 공장에서 월 80만개 이상의 웨이퍼를 가공해 칩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삼성과 TSMC의 각각 290만 개와 250만 개보다 크게 떨어지는 양이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