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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 ‘바지마저 얼어붙는’ 120년 만의 한파… 정전, 단수 등 속출 주민들 고통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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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 ‘바지마저 얼어붙는’ 120년 만의 한파… 정전, 단수 등 속출 주민들 고통 이모저모

미국 전역을 강타한 120년 만의 기록적인 한파로 온타리오주 나이아가라 폭포가 얼어붙은 모습.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전역을 강타한 120년 만의 기록적인 한파로 온타리오주 나이아가라 폭포가 얼어붙은 모습.

북쪽은 일본의 홋카이도 남쪽은 오키나와와 거의 같은 위도에 있는 미국 본토이지만, 지금 거의 전 국토가 강렬한 한파에 휩싸여 있다. 평년 이맘때 기온을 무려 25도나 밑도는 추위와 계속되는 폭설이 덮치고 있다.

현지시각 16일(화)에는 미국 본토의 73% 면적이 눈에 덮였다. 이는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라고 한다. 시카고의 국제공항에서는 9일 연속 눈이 관측되며 이미 관측 사상 최장기간 타이기록을 세우고 있다.

■ 영하 35도까지 ‘뚝’ 120년 만의 한파

그렇다면 기온은 어떨까? CNN에 따르면 7일 만에 최고기온 최저 기록이 무려 1,381개나 경신되었고, 최저기온 최저 기록도 깨졌다. 이번 한파가 예년보다 크게 다른 것은 텍사스, 오클라호마 등 평소에는 온난한 지역에도 영하의 한기가 덮여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오클라호마시티의 2월 평균 최저기온은 0도이지만, 16일에는 영하 25.6도까지 떨어져 1899년 이래 120년 만의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또 텍사스주의 달라스 포트워스에서는 영하 18.9도까지 떨어지며 관측 사상 역대 2위의 최저기온이 됐다. 그 외에도 패트빌(아칸소주) 관측 사상 최저인 영하 29도, 헤이스팅스(네브래스카주)는 영하 35도로 관측 사상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 정전에 난방마저 안돼 사망자까지 발생

이런 강추위 속에 텍사스주에서는 480만 가구가 정전되면서 많은 주민이 사흘째 난방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화장실도 천장의 팬도 얼어붙은 실내에서 사람들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추위에 떨면서 어려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사고도 잇따르면서 벽난로 화재로 할머니와 3명의 어린 자녀가 사망하고, 차 안에서 몸을 녹이고 있던 어머니와 여아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슬픈 소식도 있었다.

■ 수도관 파열 속출 단수로 식수난

게다가 정전과 수도관 파열 등이 원인이 되어 단수가 일어나고 있으며 ‘온수 권고’가 발령되고 있습니다. 물이 나오더라도 수돗물이 박테리아 등으로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어 생수나 수돗물이라도 반드시 끓인 물을 마시도록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전으로 물을 끓이는 것도 여의치 않아, 눈을 모아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 육지로 올라 온 바다거북 구출작전

이러한 불편한 생활 속에서도 육지 거북의 구출에 진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다거북은 수온이 10도를 밑돌면 ‘콜드 스탠’이라는 현상이 일어나 움직일 수 없게 되어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 육지로 올라온다고 한다. 텍사스 사우스파드레 아일랜드에서는 지금까지 자원봉사자 등에 의해 수천 마리의 육지 거북이 구조되어 실내에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대피소에서도 정전이 일어나고 있어 예측을 불허하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 북부선 ‘냉동 바지’ 챌린지까지

한편 한파, 단수, 정전의 ‘3중고’에 허덕이는 미국 남부와는 달리 북부에서는 추위를 즐기고 있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프로즌 팬츠 챌린지’ 이른바 ‘냉동 바지에 도전!’이라는 제목의 기획이 SNS상에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건 뭐냐면 영하의 기온에서 꽁꽁 언 바지를 눈 위에 세워놓는 것이다. 만드는 방법은 바지를 물에 담가 밖에 말리는 것뿐이다. 이것으로 빠르면 몇 분 후에 직립한다고 합니다. 갖은 수를 다 써서 개성 있는 냉동바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냉동 바지’ 계획은 원래 2019년에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거주하는 톰 그로팅이란 사람이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겨울은 너무 추워서 집에 틀어박히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것이라고 한다. 영하 18도 이하라면 가장 좋은 상태로 바지를 세울 수 있다고 한다. 추위로 괴로워하는 남부와 즐기는 북부. 미국은 남북으로 사정이 많이 다른 것 같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