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삼성 오스틴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반도체 저장장치인 SSD 가격의 상승을 경고했다. 연초에는 적어도 연중까지 가격이 정체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삼성 오스틴 공장이 폭설로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가동이 중단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삼성 오스틴 공장에서 생산하는 SSD 비중은 전체 생산량의 약 75%를 차지한다. 이번 생산중단으로 SSD 가격은 2분기에 3~8%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시장의 전망이다.
익스트림무역전문지 테크(Tech)는 삼성 오스틴 설비가 전 세계 300㎜ 웨이퍼 생산량 가운데 한 달에 약 5%를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하면서 웨이퍼 가격 상승도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장 정상화까지 얼마나 소요될까
텍사스 오스틴 지역 전력공급을 담당하는 오스틴에너지는 지난 2월 지역 최대 전력사용자들과 협상을 통해 180여 개 발전소가 주 전역에서 고장 나 텍사스 전력망이 붕괴될 위기에 처하자 많은 집들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주민들이 잠재적 위험 상황에 처했다며 공장 가동 중단을 요청했다.
2월 20일 삼성 설비에 전원이 복구되었지만, 오스틴 공장은 아직도 작업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전문 분석가인 패트릭 무어헤드는 "정전이 발생한 후 제조라인이 문제 없이 가동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반도체 공장은 워낙 미세하고 민감해서 물 분자 하나가 생산을 완전히 중단시킬 수 있으며, 매우 특정한 가스, 액체, 그리고 저장과 반출이 어려운 물질을 사용해 정확한 가동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제조라인은 1~2주 이상 정전사태가 발생하면 중대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한편, 반도체 업계에서는 지난 2월 중순 겨울 폭풍우로 텍사스 동결 때문에 수도와 전력 공급이 동시에 끊겼고 대다수 기업들이 준비할 시간이 거의 없어 피해가 막심하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하루에 약 150메가와트(MW)의 전력을 사용하는데 백업 발전기에서 필요 전력을 가동하거나 유휴 상태로 사용할 수 없어 대부분 시설이 완전 폐쇄됐고 장비들도 오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켈레 글레이즈 삼성 대변인은 "현재 최대한 빨리 재가동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이 과정을 통해 시설 점검과 재구축이 이뤄지면서 정상 수준에 도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주요 초점은 인력뿐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한 현장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언제 시설이 가동에 복귀할지, 가동 중단으로 인해 장비나 제품이 어느 정도 파손됐는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반도체 설비는 얇은 조각인 웨이퍼를 만드는데 한 번에 45일에서 60일 정도 소요되며 만약 제조과정에 전력공급이 중단되면 제품 손실로 이어지고 복구하는데도 최소 몇 주간 작업 손실이 불가피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반도체공장을 재가동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필요한 수준으로 전원을 다시 공급하고 모든 것이 살균되고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4월이 되어야 다시 정상 가동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으며 5월까지는 하드웨어를 출하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4월 초에 생산을 재개한다면, 5월에는 컨트롤러를 선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용 가능한 SSD 컨트롤러가 75% 감소하면 삼성은 물론 반도체 시장 전체에도 단기적으로 중대한 위험이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전자에게 득실은?
우선 손실부분이다. 셧다운 총비용에 대한 추정치는 다양하지만 전문가들은 삼성이 적어도 수백만 달러의 비용을 부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웨드부시증권의 분석가이자 수석 부사장인 맷 브라이슨은 "삼성의 오스틴 설비가 생산량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고 추정하면서, 이는 가동 중단으로 인해 회사가 하루에 약 천만 달러의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고 수주에 걸친 휴업으로 인해 파손된 장비와 관련된 비용을 포함하면 수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또한 그는 "삼성의 팹에서 나오는 칩은 종종 완제품 가치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며, 삼성의 문제로 인해 장치나 시스템을 제조하지 못하는 것은 반도체 고객에게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 분석가인 로저 케이는 "삼성의 손실은 제품 손실이나 기타 손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그 숫자는 잠재적으로 하루에 300만 달러 정도로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면 이득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반도체 수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 상승은 삼성에게 손실만 부담지우는 것이 아닐 수 있다.
또한, 삼성은 연초에 오스틴에 대규모 확장을 고려하고 있었다. 이번 셧다운은 삼성이 2월 초 170억 달러의 최첨단 칩 공장을 고려하는 많은 장소들 중 하나라고 오스틴을 언급하면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으로 주목되고 있다. 삼성은 뉴욕과 애리조나 등 다른 지역도 고려하고 있다. 삼성이 오스틴 주 정부에 제출한 문서에는 지방 정부 기관으로부터 납세자 지원 인센티브로 10억 달러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오스틴 재해는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자연재해가 촉발한 피해는 삼성전자만이 아니다.
오스틴 지역제조업협회는 "네덜란드 비메모리 생산기업 NXP반도체 오스틴 제조시설 2곳이 동시에 폐쇄되는 등 지역 반도체 산업 전반에 경제적 재앙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제이시 주니가 NXP 대변인은 지난 2월 NXP 시설이 폐쇄되자 "가능한 한 빨리 영업을 재개하기 위해 제품, 장비, 시스템 평가를 부지런히 진행하고 있다"면서 "유틸리티 중단 및 겨울 폭풍으로 인한 기타 현장 충격으로 인해 정상 수준에 도달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언급했다. NXP의 설비는 회사 전체 생산량의 약 37%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 지역제조업협회는 "대략 1700여개의 센트럴 텍사스 반도체 회사들 중 일부는 현재 사업을 재개중이지만 다른 회사들 중 일부는 여전히 완전히 침체되어 있다"며 반도체 수급에 상당한 우려를 표했다.
한편, 텍사스는 테슬라가 전력망에 메가 배터리를 조용히 꽂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