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중국 "이젠 제조굴기"...산업SW·공작기계 등 키운다

글로벌이코노믹

중국 "이젠 제조굴기"...산업SW·공작기계 등 키운다

'넘사벽' 미국·독일·일본의 최고급 제조기술 따라잡기 나서
두산중공업의 가스 터빈.이미지 확대보기
두산중공업의 가스 터빈.
중국이 제조굴기를 위해 산업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산업 생산 능력과 산업 수출 규모에서 욱일승천의 기세를 보였다. 중국은 제조업 부문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의 28%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제조 강국이다. 유엔이 지정하고 있는 산업 범주(41개의 주요 산업 범주, 191개의 중간 범주, 525개의 하위 범주)를 모두 갖춘 규모의 대국이다.

그러나 시간의 축적이 필요한 최고급 제조 기술에 있어서 여전히 미국과 독일, 일본을 넘어 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컨트롤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중국이 제조굴기를 위해 필수적으로 강화해야할 분야는 ▲산업 소프트웨어 ▲최첨단 가스 터빈 ▲고급 커패시터와 저항계 ▲CNC 공작 기계 등이며, 세계 일류가 되기 위해 본격 나서고 있다고 한다.

◇ 산업 소프트웨어 분야 갈 길 멀고 칩 기술 절대 부족


산업 소프트웨어란 기존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산업이 고부가 가치화와 산업간 융합을 통해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 신(新)소프트웨어 산업이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지능형 소프트웨어, 정보보안 등 새로운 4차 산업 분야와 함께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제조 산업 핵심 기술은 소프트웨어 기술에 의존하는 로직 프로그래밍, 데이터 설정 및 분석, 장치 드라이버, 프로그램 변경, 센서 애플리케이션 등을 포함하는 산업용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산업 발전의 가장 큰 병목은 바로 산업 소프트웨어로 개발 수준이 아직 뒤떨어져 세계 1등 제조 국가로 도약하지 못하는 데 있다. 2021년 기준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규모는 미국 시장조사기관 IDC자료에 따르면 비대면 관련 수요와 더불어 신규 시장 확산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한 1조4000억 달러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통신기기나 자동차 등의 개발 원가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특히 통신기기는 53%, 자동차는 52%, 항공 51% 등으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결국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가 제조 강국의 핵심 요소가 되어가는 추세다.

산업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중국이 가장 의욕을 보이는 분야는 우선 EDA(Electronic Design Automation) 소프트웨어다. EDA는 '전자 설계 자동화' 장치로 인쇄 회로 기판부터 내장 회로까지 다양한 전자 장치를 설계 및 생산하는 수단의 일종이다. 때로 전자 컴퓨터 활용 설계(Electronic Computer –Aided Design, ECAD)라고 불리기도 한다.

EDA는 주로 칩 설계에 사용되며 설계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기술 정확도가 요구될 때마다 소프트웨어 코드의 30~50%를 다시 작성해야 하며 소프트웨어로 인한 병목 현상이 기술 개발의 제한 요소다.

중국은 현재 관리 소프트웨어(사무용 소프트웨어, 재정 및 세무 소프트웨어 등)에 상대적으로 능숙하지만 EDA는 극히 취약하다. 필요량의 절대치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최고의 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인 화웨이도 미 소프트웨어 회사인 Synopsys, Cadence, Mentor에서 수입하고 있다. 미 소프트웨어 회사의 EDA 칩 설계는 칩에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포함된 매우 복잡한 구조로 극도의 정확도를 요구해 중국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다음은 CAD R&D 및 설계 소프트웨어다. CAD란 컴퓨터 지원설계(Computer Aided Design)란 의미로 컴퓨터에 기억되어 있는 설계 정보를 그래픽 디스플레이 장치로 추출하여 화면을 보면서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곡면이 혼합된 복잡한 형상의 입체도 비교적 간단히 설계할 수 있도록 한다.

패션에서는 어패럴 컴퓨터 시스템의 일환으로 디자인화에 기초한 옷본 제작이나 그레이딩 전개 등의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이 분야에서도 기술 격차가 커서 중국시장에서 프랑스의 Dassault, 독일의 지멘스(Siemens), 미국의 PTC, 미국의 오토데스크(Autodesk)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오토데스크(세계 최고의 디자인 소프트웨어 및 디지털 콘텐츠 제작 회사)의 제품인 오토캐드(AutoCAD)는 중국의 거의 모든 생활에서 사용되는데 시장 전체를 독점하고 있다.

또 다른 예는 실시간으로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SAP(System Applications and Products) 소프트웨어다. SAP는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이다. 독일 최대의 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인 SAP SE에서 제조한다. 독일 인더스트리 4.0 국가 전략을 주도하는 기업이다. 강력한 기술 역량 덕분에 세계 500대 기업 80%가 고객이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다음은 임베디드 시스템이다. 각종 전자제품, 정보기기 등에 설치된 마이크로프로세서에 미리 정해진 특정기능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를 내장시킨 시스템이다. '스마트 제품'을 만드는 핵심 요소다. IT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항공기, 선박 등 기존의 전통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 간주되고 있다.

임베디드 시스템은 일본이 최고다. 정밀 공작 기계, 로봇 및 자동차는 일본에서 세계적 수준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분야다. 시계, 전자레인지, 휴대폰, 디지털 TV, 자동차 등 디지털 접속장치가 있는 모든 장치는 임베디드 시스템을 사용한다.

원자력 시스템 소프트웨어 기술도 보강을 서두른다. 중국의 원자력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지만 소프트웨어는 독일 지멘스의 NX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항공 우주 산업 분야다. 설계, 테스트, 발사, 운영 및 임무 응용 프로그램을 포함한 항공 우주 임무의 전체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STK 분석 소프트웨어도 모두 아메리칸 어낼리티컬 그래픽스(American Analytical Graphics)가 개발한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CAE(computer-aided engineering, 컴퓨터 이용 공학)도 부족하다. 상품 기획ㆍ개발 과정에 컴퓨터를 이용해 가상공간에서 물건을 만들고 구동까지 하는 기술인데, 컴퓨터 성능이 폭발적으로 향상되고 물리, 화학 관련 지식이 정교해진 데다 컴퓨터 지원 설계(CAD)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CAE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미국 ANSYS사(社) 등이 시장 점유율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생산 관리 분야에서 독일 SAP와 미국 오라클(ORACEL)은 고가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자료=글로벌이코노믹


◇ 제조업 핵심장치 대형 가스 터빈 주요 기술은 수입에 의존


가스 터빈은 온·고압의 연소가스로 터빈을 가동시키는 회전형 열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압축기, 연소기, 터빈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술적 복잡성 측면에서 가장 어려운 공업 제품 중 하나로 강력한 제조 국가로 발전하는 데 기술 자립이 필수다.

2019년 상반기 발전용 가스 터빈 시장에서 GE가 49.66%, 지멘스가 26.13%, 미쓰비시 히타치가 12.36%, 안살도가 6.41%였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가스 터빈을 생산할 수 있는 4개의 회사다.

중국 동방 전기가 300만 MW 용량의 가스 터빈 70대 이상을 생산했지만 여전히 핵심 기술 20%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 첨단 커패시터(축전기)와 저항계, 최고급은 대량생산에 기술 한계


중국은 1년에 수조 개의 저항계와 커패시터(축전기)를 소비하는 최대 시장이다. 최고의 소비자 등급 커패시터와 저항기는 모두 일본에서 생산된다.

커패시터는 콘덴서(축전기)를 말하고 저항계는 미지저항(未知抵抗)에 전류를 흘려서 전압과 전류의 비(比)에서 저항을 조사하는 장치다.

커패시터와 저항기는 전자 산업의 황금 지원 역할을 한다. 커패시터 시장은 연간 200억 달러 이상이며 저항계도 수백억 달러 수준이다. 이 분야의 1위는 일본의 플레이어사(社_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대부분 저가 제품이다.

커패시터와 저항계는 일관성이 생명인데 중국은 대량 생산을 하면 동일한 성능이 아직 나오지 않는다.

◇ '산업의 쌀'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Multi Layer Ceramic Condenser)


MLCC는 반도체에 전기를 일정하게 공급하는 '댐' 역할을 하는 장치다. 회로에 전류가 들쭉날쭉하게 들어오면 부품이 망가지는 데 이를 제어한다.

MLCC는 가로세로 길이가 각각 머리카락 굵기 수준으로 맨눈으로는 작은 점으로 보인다. MLCC를 300㎖짜리 와인 잔에 절반가량 담으면 가격이 1억 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값비싼 부품이다. 휴대폰, LCD TV, 컴퓨터 등에 사용된다.

MLCC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라믹과 금속(니켈)판을 여러 겹으로 쌓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데 일본은 1000단, 중국은 약 300단이 가능하다.

100만개의 MLCC에 대해 하나의 非적격 제품만 허용될 정도로 초정밀성이 요구된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휴대폰이 가볍고 얇아지고 주파수 대역이 많아질수록 고성능 부품의 양이 늘어나는데 아이폰에서 사용하는 MLCC는 최신 기기의 경우 수천 개가 필요하다. MLCC는 스마트 폰의 전체 회로 기판에 배치한다.

자동차(특히 전기 자동차)와 5G 스마트폰에서 MLCC의 소형화 기술은 계속 강화되고 있다. 일본의 무라타(Murata)의 새로운 장비는 0.25mm x 0.125mm에 불과하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MLCC다. 부피는 비슷한 제품의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전력 저장 용량은 10배에 달한다.
오토데스크의 오토캐드 작업.이미지 확대보기
오토데스크의 오토캐드 작업.


◇ 휴대폰 배터리


휴대폰에서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부품은 배터리다. 5G 휴대폰은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하고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디자인 볼륨 제한으로 5G 휴대폰에는 더 큰 용량과 더 작은 배터리가 필요하다.

세계 최강은 일본 TDK다. 자회사 암페렉스 테크놀로지는 한때 글로벌 스마트 폰 리튬 이온 배터리 시장의 30%를 점유했다. 애플과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세계 휴대폰 제조 시장 점유율이 독보적이다. 기술을 따라 잡는데 최소 10년이 걸린다는 주장이다.

◇ CNC(컴퓨터 수치제어) 공작 기계 분야, 자본‧노동‧지식산업의 삼위 일체


중국은 2003년 이후 세계 최대의 CNC 공작 기계 소비 및 수입국이지만 국내 기계 대부분은 저가 제품이고 고급 기계의 90%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기계를 만드는 기계인 공작기계를 자동화한 것이다. CNC 공작기계는 컴퓨터를 내장하고 있어 프로그램을 조정해 오동작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항공 우주, 조선, 자동차, 철도 건설, 국방, 군수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중국은 한때 공작 기계 생산량과 구매 규모가 세계 1위였다.

'중국 고급 CNC 공작 기계 산업의 시장 심층평가 및 2020-2024 투자 타당성 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고급 CNC 공작 기계의 국산화율은 2018년 약 7%였다.

산업 성숙도의 관점에서 고급 CNC 공작 기계와 해외 격차는 약 40~60년으로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선진국 수준에 해당할 만큼 절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Made in China 2025'에서는 2025년까지 중국의 핵심 공정 수치 제어율을 현재 33%에서 64%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일본이 CNC 공작 기계 수출 1위다. 1958년 최초 CNC 공작 기계를 개발한 이래 기술 축적으로 1978년 이후 CNC 공작 기계 생산량과 수출량은 항상 세계 1위다.

산업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여전히 핵심 강대국은 미국, 독일, 일본으로 아직 중국이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