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삼성전자·애플 떠난 러시아 시장에서 중국 기업이 '주춤'하는 이유는

공유
0

삼성전자·애플 떠난 러시아 시장에서 중국 기업이 '주춤'하는 이유는

물품 조달과 금융 결제 어렵고,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 우려

삼성과 애플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으나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기술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 확대를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삼성과 애플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으나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기술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 확대를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속속 철수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기술 기업이 러시아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국제사회의 러시아에 대한 파상적인 경제 제재로 인해 물자 조달과 금융 결제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실제로 러시아 시장 진출을 확대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현재까지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한 글로벌 기술 기업은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애플, PC 제조업체인 HP와 델, 통신장비 업체인 에릭손 등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러시아 시장 공백을 메우려고 중국 기술 기업들이 대거 뛰어들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이들 업체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중국 기술 기업들은 현재 중국 정부의 방침을 기다리고 있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 등 서방 국가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반대하는 견해를 밝혔다.
러시아는 스마트폰과 PC 시장 전체 시장 규모로 보면 2% 정도에 그치는 별로 크지 않은 시장이다. 그렇지만 러시아가 여전히 유럽 최대 시장이고,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이곳에서 각축전을 벌여왔다.

러시아의 휴대전화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는 삼성이고, 2위가 애플, 3위가 중국 샤오미이다. 개인 컴퓨터 분야에서는 지난해 기준으로 HP가 1위로 21%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고, 그 뒤를 이어 홍콩에 본사를 둔 레노보가 2위를 차지했다. 통신 장비업체인 중국의 화웨이는 러시아 시장에서 에릭손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중국계 기업들이 선뜻 러시아 시장 확대를 추진하지는 못하는 이유로는 러시아에 물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또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금융 제재를 받고 있어 무역 대금 결제 등이 쉽지 않다. 게다가 미국과 한국, 일본, 유럽연합 등이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 조처를 했다. 이 때문에 중국 기술 기업들이 러시아에 수출을 강행했다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미 정부의 한 당국자는 최근 기자들에게 “만약 중국이나 어느 다른 나라가 미국의 러시아 제재와 관련된 수출 통제를 위반하는 활동을 하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 제재하면서 ‘화웨이식’ 제재와 같은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워싱턴의 한 통상 관계자는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되면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외국인이나 기관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국방, 항공우주, 해양 분야에 사용될 수 있는 반도체, 컴퓨터, 통신, 정보보안 장비, 레이저, 센서 등수출 통제 대상에 올렸다. 이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정부가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제재하려고 사용했던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다시 꺼내 들었다. FDPR 미국 밖에서 외국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 해도 제조 과정에서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장비나 소프트웨어, 설계를 사용하면 해당 국가에 수출을 할 수 없도록 한 규제 장치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