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美 ‘아마존·스타벅스발’ 노조설립 운동 확산…노조설립 투표신청 57% 급증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美 ‘아마존·스타벅스발’ 노조설립 운동 확산…노조설립 투표신청 57% 급증

아마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미국 뉴욕시 스탠튼아일랜드 물류센터에서 노조 설립을 추진, 최근 실시된 찬반 투표를 가결로 이끈 노조 지도자 크리스천 스몰스(가운데)가 지난 1일(현지시간) 뉴욕시 브루클린에 있는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 뉴욕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아마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미국 뉴욕시 스탠튼아일랜드 물류센터에서 노조 설립을 추진, 최근 실시된 찬반 투표를 가결로 이끈 노조 지도자 크리스천 스몰스(가운데)가 지난 1일(현지시간) 뉴욕시 브루클린에 있는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 뉴욕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경제계에 노사대립의 전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무노동조합 경영 원칙’을 고수해온 세계 최대 커피페인 스타벅스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서 잇따라 창사 이래 첫 노동조합이 출범한 것에 그치지 않고 노조설립 찬반투표가 미국 전역의 사업장에서 우후죽순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7일(이하 현지시간) 야후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노사문제를 관장하는 연방 주무부처인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노조설립을 위한 찬반투표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풀처럼 번지고 있는 미국의 노조설립 운동은 이른바 ‘구인 대란’ 속에 근로자의 교섭권이 전에 없이 커진 가운데 전국규모의 기존 산별노조의 개입 없이 MZ세대에 속한 젊은 세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자생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노동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6개월간 노조찬반 투표 신청 57% 급증


미국 수도 워싱턴DC에 있는 NLRB 본부 청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수도 워싱턴DC에 있는 NLRB 본부 청사. 사진=로이터


NLRB는 전날 낸 보도자료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최근 6개월간 NLRB에 접수된 노조 설립에 관한 찬반투표 신청건수가 1174건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NLRB에 따르면 노조 설립 투표 신청은 최근 첫 노조가 설립된 아마존과 스타벅스 사업장을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다.

NLRB는 이 기간에 접수된 노동관계법 위반 신고 사례 역시 8254건으로 1년 전보다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일 미국 뉴욕시 스탠튼아일랜드 물류센터에서 진행된 노조 설립 찬반 투표에서 승리를 거둔 노조 추진세력 대표 크리스천 스몰스는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스탠튼아일랜드 물류센터에서 노조 결성안이 투표로 통과된 후 지금까지 미국 전역의 50여개 아마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로부터 노조 설립 투표에 관한 문의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야후뉴스에 따르면 앞서 지난해 12월 뉴욕주 버팔로 매장에서 창사 이래 첫 노조가 출범한 스타벅스의 경우 지금까지 미국내 180여개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노조 설립을 위한 찬반 투표를 주관해줄 것을 NLRB에 요청한 상태다. 미국내 스타벅스 매장 가운데 노조 설립안이 투표로 가결된 사업장은 현재까지 8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NLRB 업무 폭주할 정도


NLRB가 최근 6개월간 노조 설립을 위한 투표 신청 현황과 관련해 6일(현지시간) 발표한 보도자료. 사진=NLRB이미지 확대보기
NLRB가 최근 6개월간 노조 설립을 위한 투표 신청 현황과 관련해 6일(현지시간) 발표한 보도자료. 사진=NLRB


NLRB는 미국 노동관계법의 집행을 감독하고 부당노동 행위를 규제하는 연방 부처로 노조 설립을 위한 찬반 투표도 주관하는 곳.

미국 법률에 따르면 근로자, 노조조직, 사용자 모두 노조 찬반 투표를 신청할 자격이 있으나 근로자와 노조단체에서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투표 신청을 했다고 투표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고 NLRB가 자체적으로 심사한 뒤 투표를 여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판단을 내리면 투표가 실시되는 방식이다.

제니퍼 아브루조 NLRB 법무담당관은 “미국 전역에 걸쳐 노조 설립 운동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라면서 “앞으로도 노조 찬반 투표 신청건수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근들 노조 설립 운동이 예상 밖으로 활발해지면서 NLRB의 관련 업무도 크게 늘어나 인력 보충이 시급할 정도라고 그는 설명했다.

◇기존과 다른 새로운 노조운동


미국의 노조 조직률 추이. 사진=위키피디아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노조 조직률 추이. 사진=위키피디아


아마존과 스타벅스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노조 설립 운동은 종전의 노동운동과 궤를 크게 달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샌프란시스코주립대에서 노사문제를 가르치는 노동전문가 존 로건 교수는 “스타벅스와 아마존의 노조 설립 운동은 전국 단위의 대규모 노동단체가 일체 개입하지 않고 젊은 근로자들이 주도해 자발적으로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전혀 새로운 흐름”이라고 밝혔다.

종전의 노조 운동이 전업 노동운동가나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추진됐다면 스타벅스와 아마존에서 새로 벌어지고 있는 노조 운동은 중앙집권적인 전통 노동세력의 도움을 일체 받지 않고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사업장의 젊은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는 얘기다.

로건 교수는 새로운 차원의 노동운동이 앞으로 얼마나 강력한 동력을 얻을지는 더 지켜볼 일이지만 전반적으로 퇴조하는 분위기에서 탈피하지 못했던 미국 노동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전국 기준 노조가입률은 1960년 이후 하락세를 지속한 끝에 최근 기준으로 12.1%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도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스타벅스와 아마존 근로자들의 경우처럼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비롯한 방역 조치가 전국적으로 시행되면서 직접 손님을 상대하거나 직장에 나와 근무할 수 밖에 없는 필수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회사의 방역 조치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근로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의 경색 속에 구인 대란이 지속되면서 사용자에 대한 근로자들의 교섭능력이 커진 것도 이들이 노조 설립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게 된 계기로 분석되고 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