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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자회사, 남아공에 '14조 원대' AI 데이터센터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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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자회사, 남아공에 '14조 원대' AI 데이터센터 추진

더반 아마짐토티에 KOSPO 컨소시엄 대규모 사업 제안
현지 야당 "전력도 물도 없는데 누구를 위한 투자냐"…민주동맹 "깜깜이 행정·환경 파괴" 반발
AI 전력 수요 2030년 두 배 전망 속 아프리카 데이터센터 러시 가속, 규제 우회 논란도
한국전력(한전) 발전 자회사인 한국남부발전(KOSPO) 컨소시엄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인근에 최대 100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나섰다. 그러나 현지 야당의 '투명성 부재·인프라 부족' 공세에 막혀 사업 추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전력(한전) 발전 자회사인 한국남부발전(KOSPO) 컨소시엄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인근에 최대 100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나섰다. 그러나 현지 야당의 '투명성 부재·인프라 부족' 공세에 막혀 사업 추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미지=제미나이3
아프리카 대륙이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각축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유럽연합(EU)이 에너지 효율 규제를 강화하며 데이터센터 신설에 제동을 거는 사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아프리카로 자본이 몰리는 흐름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전력(한전) 발전 자회사인 한국남부발전(KOSPO) 컨소시엄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인근에 최대 100억 달러(14470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나섰다. 그러나 현지 야당의 '투명성 부재·인프라 부족' 공세에 막혀 사업 추진에 적신호가 켜졌다.

더반 남부 아마짐토티 데이터센터 사업 개요.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더반 남부 아마짐토티 데이터센터 사업 개요. 도표=글로벌이코노믹


더반 해변에 꽂히는 'K-데이터센터' 깃발


남아공 IT 전문 매체 마이브로드밴드(MyBroadband)는 지난달 28(현지시각) 보도에서 KOSPO 컨소시엄이 더반 남부 아마짐토티(Amanzimtoti) 지역 내 이테퀴니(eThekwini) 광역지자체를 상대로 데이터센터 건립 사업 승인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제안된 투자 규모는 최소 30억 달러(43400억 원)에서 최대 100억 달러에 이른다. 컨소시엄은 건설 단계와 운영 단계에서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고, 더반을 아프리카 대륙의 기술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야당 의원 "위원회 안건 오를 때까지 아무 설명 없었다"


현지 제1야당 민주동맹(DA)의 이테퀴니 시의회 집행위원 겸 아마짐토티 지역구 의원 안드레 비트게는 이 사업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지난 23일 시의회 위원회 안건에 오르기 전까지 지자체로부터 단 한 차례의 사전 설명도 받지 못했다고 공개적으로 폭로했다.

비트게 위원은 "인근 해수 담수화 플랜트 건설 때는 주민 공청회와 정보 공개가 철저히 진행됐는데, 이번 데이터센터 사업은 세부 내용이 전혀 없다"며 행정 불투명성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아시아 기업들이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현지 인력보다 자국 전문 인력을 앞세우는 전례를 언급하며, 고용 창출 약속이 실제 지역 경제 효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

전력 누수율 50%에 데이터센터 유치?…인프라 역설


이번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현지 인프라의 한계다. 더반 지역은 현재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고 상수도 누수율이 50%를 넘는다. 마이브로드밴드가 인용한 글로벌 에너지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AI 관련 전력 소비량은 2024415테라와트시(TWh)에서 2030945TWh로 두 배 이상 폭증할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 한 곳이 소도시 전체에 맞먹는 전력을 소비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인프라가 한계에 달한 더반에 초대형 시설을 유치하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비트게 위원은 "시 당국이 최근 킹스버그 변전소 보수 예산을 다른 용도로 전용한 사실만 봐도, 기초 인프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본 전력망도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AI 시설을 유치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주민 복지에 반한다는 논리다.

94,000ha 생태 보호구역과 맞닿은 부지…환경 우려도 '빨간불'


사업 예정부지가 더반 메트로 오픈 스페이스 시스템(D'MOSS)과 인접해 있다는 점도 논란의 핵심이다. D'MOSS는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해 지정된 94,000헥타르(ha) 규모의 광역 생태 보호구역이다. 야당 측은 해안 지역 특유의 부식성 환경을 견딜 건축 자재 계획, 인근 철도 및 사유지 영향 분석, 냉각수 확보 방안 등 환경 영향과 관련된 기본 검토 자료가 전혀 제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지역 갈등을 넘어 글로벌 AI 인프라 경쟁의 민낯을 드러낸다. 미국과 EU는 에너지 효율 지침을 잇달아 강화하며 AI 데이터센터 신설에 높은 장벽을 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 컨소시엄이 상대적으로 환경 규제가 덜 엄격한 남아공을 택했다는 의혹이 현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들은 "선진국 기업들이 아시아·아프리카 등에서 데이터센터 확대에 속도를 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규제 차익을 노린 투자라는 비판이 국제사회에서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비트게 위원은 "기술 발전과 투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에너지·용수 공급 대책, 환경 영향 평가, 현지 경제 참여 보장이 담긴 구체적인 타당성 조사 보고서가 공개돼야 이 사업을 논의할 수 있다"고 못을 박았다.

한전·KOSPO 남아공 데이터센터, 3대 과제 넘어야 착공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의 최대 변수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환경 영향 평가 통과 여부다. D'MOSS 인접 부지인 만큼 생태 조사와 대체 방안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둘째, 주민 공청회에서의 설득력이다. 낯선 외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에 대한 지역 사회의 경계심을 허물려면 고용·환경·인프라 분야의 구체적 약속이 뒤따라야 한다. 셋째, 대체 전력·용수 확보 계획이다. 현지 인프라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전원·용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면 반대 여론은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

국내 자원·에너지 업계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하는 시점에, 투자 규모보다 현지 사회와의 공존 방식이 사업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는 점을 KOSPO 컨소시엄이 어떻게 수용하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