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포스코, 크라카타우포스코 지분율 50%로 낮춘다

공유
0

포스코, 크라카타우포스코 지분율 50%로 낮춘다

파트너 크라카타우스틸에 20% 양도에 반반으로
경영권은 유지, 2고로 등 시설투자 자금으로 활용

포스코 최초의 해외 일관제철소인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 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이미지 확대보기
포스코 최초의 해외 일관제철소인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 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
포스코가 첫 해외 철강 고로 일관제철소인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의 지분율을 기존 70%에서 50%로 낮춘다.

대신 대규모 투자유치를 통해 제철소 생산 능력을 현재(300만t)의 3배가 넘는 1000만t 체제로 확대하고,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해 동남아시아지역으로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인 뉴스셋업은 12일(현지시간) 크라카타우스틸이 크라카타우포스코의 지분율을 기존 30%에서 50%로 늘린다고 보도했다. 하루 전 크라카타우스틸 경영위원회가 진행한 청문회에서 실미 카림 크라카타우스틸 대표는 이 같은 사실을 포스코와 합의했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그러면서 이번 안건 통과를 주주들에게 묻는 임시주주총회를 5월 10일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실미 대표는 “이번 지분 획득은 크라카타우 스틸의 미래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지분율 증가가 향후 회사 확장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 크라카타우포스코를 판재류 제품 사업을 키우기 위한 발판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결정은 우리가 (사업 확대) 기회를 잡기 위해 선택한 것”이라면서, “국내 시장 에서의 경험(크라카타우 스틸)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포스코 인지도를 통해 우리 제품의 수출 증대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극심한 경영난을 겪으며 파산 위기까지 몰렸던 크라카타우스틸은 올초 인도네시아 정부의 지원을 통해 기사회생했다. 크라카타우스틸은 인도네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기업이자 200여개의 로컬 업체로 구성된 인도네시아 철강산업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회사가 공개한 연간 조강 생산량은 315만t으로, 세계철강협회(WSA)가 발표한 2020년 인도네시아 전체 조강생산량(930만t 추정치)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다. 만약 크라카타우스틸이 파산했다면 협력사의 연쇄 부도와 더불어 수요산업에 직격탄을 날리게 된다. 나아가 국가 경제의 급락 및 신인도 하락이라는 도미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크라카타우스틸은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포스코에 크라카타우포스코 지분 양도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30%면 투자법인 형태에 머물지만, 50%이면 공동경영 형태가 되어 자회사로 편입시킬 수 있다. 흑자기업인 크라카타우포스코를 편입하면 연결기준 재무구조와 손익을 개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코로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최초 합작 당시의 계약 조건에 70%인 지분율을 낮춘다는 항목이 있었다. 하지만 50%는 아니었다. 2010년 포스코는 국내 언론에 ‘합작법인은 포스코와 크라카타우스틸이 각각 70%, 30%의 지분을 참여했으며 향후 사업 안정화가 이뤄질 경우 크라카타우스틸은 지분을 45%까지 늘릴 수 있도록 했다’고 발표했다. 지분율을 희석시킬 수 있지만 경영 독립을 보장받기 위해 확보하기 위한 마지노선을 55%로 명기한 것이다.
특히 모기업이 파산 직전까지 몰리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흑자구조를 이뤄낸 크라카타우포스코지분을 양도할 경우, 영향을 받을 우려도 컸다. 다행히 크라카타우스틸이 정상화 작업을 받고 있어서 협상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되었고, 검토 끝에 포스코는 크라카타우스틸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라카타우스틸이 사업 확대의 발판을 마련한 만큼, 포스코로서도 얻은 것이 많다는 게 철강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단 회사 경영과 제철소 운영권은 포스코가 그대로 유지한다. 대신 크라카타우스틸에게 양도한 주식대금을 제철소 추가 투자에 활용할 수 있게 되어 한국 본사는 부담을 덜게 되었다.

크라카타우포스코가 소재한 인도네시아 찔레곤에는 현재 연간 쇳물 생산량 300만t인 고로(용광로)만 있다. 이로 인해 쇳물로 생산하는 제품은 슬래그 등 반제품이 대부분이었고, 크라카타우스틸이 현물을 출자해 건설한 열압연(열연) 공장이 최근에야 건설되어 운용하고 있다. 쇳물을 만드는 상공정 시설만 있을 뿐, 이를 가공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하공정 건설이 10년 넘게 이뤄지지 않은 것이었다.

이에 크라카타우스틸은 2022~2024년 기간 동안 7억달러 규모의 냉간압연(CRM) 공장도 건설할 예정이다. 이어 2025년에는 추가 투자를 통해 생산 능력을 증가시켜 향후 3년 동안 찔레곤에서의 제품 생산량을 연간 1000만t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당초 계획했다가 지연되고 있는 제2고로 건설도 가시화할 전망이다.

최근 인도네시아에는 현대자동차가 전기자동차 공장을 완공해 생산을 시작했다. 일본이 독점하디시피하고 있는 현지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인기가 오르자 현대차에서 동남아시아 지역의 거점으로 삼기 위해 공장을 건설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에서 자동차용 강판 수요가 향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크라카타우스틸도 자동차 강판 생산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강판 경쟁력을 갖춘 포스코도 새로운 기회를 열 수 있다.

실미 대표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동차 전용 냉연공장이며, 세계 자동차 산업, 특히 동남아시아의 기반이 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투자를 준비하고 있으므로 자동차용 철강 원료 산업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철강 소비는 건설(78%)과 자동차(11.3%)가 수요를 주도했다”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