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17일(현지시간) 러시아산 원유 금수를 담은 추가 제재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C 집행위원장이 밝혔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가 여전히 EU의 발목을 잡고 있다. 헝가리는 원유의 60%, 천연가스의 85%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부 장관은 이날 러시아 제재에 동참해서 원유 수입을 중단하면 그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는 데 약 150억∼180억 유로(20조∼24조 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U는 회원국 간 주요 정책을 만장일치로 결정하기에 한 개의 회원국이라도 반대하면 의결할 수 없다. AP통신은 “유럽연합이 러시아 제재 과정에서 단일대오를 유지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고, 원유에 이어 천연가스 금수를 추진하면 반대하는 회원국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날 수입업체가 러시아에 달러화 또는 유로화를 내고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것이 제재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이는 천연가스 수입업체가 러시아 가스프롬 은행에 새 계좌를 열어 지속해서 러시아산 가스를 유럽으로 들여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러시아의 원유 수출 규모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올해 4월에 러시아의 원유 수출은 하루 평균 62만 배럴이 늘어나 올해 1, 2월과 비슷한 수준인 하루 810만 배럴을 기록했다고 IEA가 밝혔다. 미국과 유럽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중단되거나 감소한 대신에 인도와 중국의 원유 수입이 이를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러시아의 정유 산업이 장기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폴리티코가 최근 보도했다. 러시아의 유전 개발 현장에서 사용되는 미국산 채굴 장비 등을 러시아가 사지 못하도록 미국이 규제하고 있다.
러시아의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 동향은 향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전개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