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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구인대란 여파, ‘산업용 로봇 주문’ 40%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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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구인대란 여파, ‘산업용 로봇 주문’ 40% 급증

북미지역의 산업용 로봇 연간 주문량 추이. 짙은 파란색이 자동차 산업용 로봇, 옅은 파란색이 비자동차 산업용 로봇 주문량이다. 사진=AAA
북미지역의 산업용 로봇 연간 주문량 추이. 짙은 파란색이 자동차 산업용 로봇, 옅은 파란색이 비자동차 산업용 로봇 주문량이다. 사진=AAA

미국 제조업계의 산업용 로봇 주문량이 지난 1분기 40%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 경색에 따른 구인대란 속에 생산직 근로자를 안정적으로 고용하는 일이 어려워지자 제조업체들이 생산라인 자동화에 팔을 걷어붙인 결과다.

기업들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이같은 추세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구인대란이 진정된 이후 일자리 자체가 회복되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분기 산업용 주문량 40% 폭증


미국첨단자동화협회(AAA)가 최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미국의 산업용 로봇 주문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2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산업용 로봇 주문량이 1분기 동안 40%나 증가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AAA는 설명했다. 구인대란발 로봇 주문은 이미 지난해부터 가시화해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의 산업용 로봇시장도 16억달러(약 2조원) 규모로 대폭 성장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AAA는 밝혔다.

아울러 제조업계가 그동안 주문했던 산업용 로봇을 보면 자동차 산업용 로봇의 비중이 비자동차 산업용 로봇보다 컸으나 지난해부터는 비자동차 산업용 로봇의 비중이 자동차 산업용 로봇을 앞지르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용 로봇 주문량이 폭증한 배경과 관련해 반도체·의료기기·항공부품 포장재를 생산하는 미국 델폰인더스트리즈의 조 몬타노 최고경영자(CEO)는 WSJ와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구인대란과 임금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코로나19)의 여파로 생산직 근로자들의 결근율이 높아지면서 우리 회사를 비롯해 로봇의 필요성을 새롭게 인식한 기업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을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과거에는 문제가 있는 생산라인에 다른 인력을 투입하는 식으로 대처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몬타노 CEO는 “코로나 사태가 한창 극성일 때 생산라인에서 코로나 환자가 대거 발생한 결과 하루 생산량이 40%나 급감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제로봇연맹(IFR)은 “산업용 로봇을 많이 사용하는 한국, 일본, 독일 등의 제조업계와는 다르게 미국에서는 생산직 근로자 풍부하고 임금도 안정적으로 유지돼왔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이 산업용 로봇의 도입에 소득적인 편이었다”면서 “그러나 코로나 사태에다 구인대란까지 겹치는 유례 없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생산인력의 공백을 산업용 로봇으로 해결하는 기업이 그 어느때보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고 밝혔다.

◇로봇 보급율 확대로 일자리 사라질 가능성도


마이클 치코 화낙 북미법인장. 사진=화낙
마이클 치코 화낙 북미법인장. 사진=화낙


미국의 제조업계가 생산현장에 투입하는 로봇의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는 또다른 배경으로 로봇 기술의 첨단화도 꼽히고 있다.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 1위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화낙의 마이클 치코 북미법인장은 WSJ와 인터뷰에서 “로봇을 통한 자동화 문제에 대해 과거에는 운영이나 관리가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든다는 인식이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강했으나 관련 기술이 계속 진화하면서 갈수록 로봇을 운용하는 일이 편리해졌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 로봇 보급률이 높아지고 나면 생산분야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아울러 나오고 있다.

노동경제 전문가로 유명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다론 아제모을루 교수는 “자동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를 경우 종래의 일자리가 상당수 없어지는 결과를 나을 수 있다”면서 “현재의 구인대란은 일시적인 현상이지 영원히 지속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를 계기로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는 형태로 고용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