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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일본, 동남아 영향력 쇠퇴…한·중 급속 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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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일본, 동남아 영향력 쇠퇴…한·중 급속 잠식

2021년 중국 교역, 일본 3배 넘어…한국과 격차도 1.3배에 그쳐
일본의 아세안 국가에 대한 영향력이 급격히 쇠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의 격차도 1.3배에 불과하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의 아세안 국가에 대한 영향력이 급격히 쇠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의 격차도 1.3배에 불과하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동남아시아에서 일본의 경제적인 영향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일본이 글로벌 성장의 원동력인 동남아시아에서의 입지를 계속 잃어 가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은 이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sociation of South East Asian Nations, 아세안)과의 무역에서 일본을 추월하였고, 한국이 빠르게 일본을 추격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부분적으로 도쿄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을 막기 위해 국경을 폐쇄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가속화되었다.

아세안(ASEAN)은 1967년에 설립된 동남아시아의 정치, 경제, 문화 공동체이다. 매년 11월에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아세안은 현재 거대한 공동체로 거듭 태어나고 있다.

아세안 사무국에 따르면 일본은 중국이 무역의 가치를 높이기 전인 2008년까지 5년간 아세안의 최대 교역 파트너로서 1위 자리를 놓고 미국과 경쟁했다. 중국은 2009년에 일본을 추월했으며 2021년 약 3배 가까이 앞서고 있다. 2003년 일본의 아세안 교역량은 한국의 3배였으나 2021년에는 그 격차가 1.3배로 좁혀졌다.
일본의 2012년 연간 아세안 직접 투자액은 148억5000만 달러로 역내투자 1위 및 미국의 투자 2위에 이어 3위였지만 2020년에는 85억2000만 달러로 6위로 떨어졌다.

일본의 쇠퇴하는 존재감은 사람들의 흐름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 아세안 국가를 방문한 인적 교류 통계에서 일본은 2020년 10%로 2012년 16%에서 감소했다. 일각에서 '밀폐 정책'이라고 조롱하는 일본의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자국 정부 고위 공무원과 기업 임원의 방문이 줄었다고 비판한다.

싱가포르 싱크탱크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ISEAS Yusof Ishak Institute)의 2022년 설문조사에서 아세안 국가의 정책 전문가 및 오피니언 리더 2.6%만이 일본을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 강국"으로 꼽았다. 중국은 77%였다. 2019년 설문 조사에서는 일본을 6.2%로 꼽았다.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는 싱가포르 교육부 산하 연구 기관이자 법정위원회이다.

그러나 일본의 강점은 과거 이 지역에 대한 경제적인 기여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아세안에 대한 일본의 직접투자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누적투자 면에서는 여전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재정적인 지원으로 동남아시아 경제의 성장을 도왔다. 1999년과 2019년 사이에 일본은 공적 개발 원조 순지출의 15%를 아세안에 할당했다. 중국은 종종 수혜국에게 자국자재와 장비의 구입(조달)을 요구하지만 일본은 일반적으로 그러한 요구 조건을 붙이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이 지역 발전에 대한 기여로 인하여 발생하는 영향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안주할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일본 대외무역기구(Japan External Trade Organization) 개발도상국경제 연구소(Institute of Development Economics Organization)의사토 유리(Yuri Sato) 명예 연구원은 "일본은 지난 반세기 이상 동안 쌓아온 아세안과의 깊은 유대감이 아세안을 특별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는 계속 변화하고 있고 일본도 동남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개발 도상국 경제 연구소는 일본 경제 산업성 산하 준정부 연구 기관 이자 일본 최대의 사회 과학 연구소이다.

일본의 경쟁국들은 이 지역에서 입지를 확장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백신 외교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일본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실패했지만 중국은 아세안에 5억 회분 이상의 중국 백신을 보내 델타 변종 파동의 정점에 있는 대중의 불안을 완화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중국 경제가 일본보다 3배 이상 커진 지금 일본도 생산량 측면에서 중국과 경쟁하기 어려워졌다.

신뢰는 일본이 동남아 지역에서 여전히 팔 수 있는 한 가지라고 한 전문가는 주장했다. ISEAS의 2022년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4%가 전 세계의 평화, 안보, 번영을 돕기 위해 "올바른 일을 하는" 국가로 일본을 꼽았고, 중국은 27%만 답했다. 이 지역민들은 분명히 남중국해와 다른 곳에서 중국의 강압적인 전술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

사토는 "이 지역 40~50대는 일본의 브랜드와 애니메이션과 함께 성장했고 일반적으로 일본에 대한 좋은 이미지(인상)를 갖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자국에 대한 신뢰성이 지속되는 동안 이를 이용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두 가지 분야로 교육과 청소년 교류를 선택했다.

일본은 오랫동안 미국과의 동맹을 기반으로 아시아 외교를 공식화해 왔으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동남아시아가 지정학적인 중요성을 높이고 있는 반면, 일본은 아세안에서 존재감이 줄어 들면 외교력이 약화될 수 있어 아세안과의 관계 회복이 더 시급하다고 한 전문가가 제언했다.


김세업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