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정부 탄압에도 동영상 급속히 퍼져

온라인에 공유된 보안 영상에는 지난 9일 아침 중국 북부 허베이성의 도시 탕산(Tangshan)에서 한 남성이 여성 3명이 앉아 있는 식탁에 접근해 한 여성의 등에 손을 얹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그녀가 저항하자 그 남자는 그녀와 그녀의 친구를 공격하고 다른 몇 명의 남자들이 모여든다. 그런 다음 여자는 머리채가 붙잡힌 채 밖으로 끌려나와 구타를 당하고 남자의 발에 차이게 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탕산 당국의 관리는 폭행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약속했으며 두 지역을 수색한 끝에 10일 폭행 용의자 9명을 체포했다.
이 같은 약속은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 사용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웨이보에서는 여전히 공격 영상이 13일 아침에 유행하며 성 불평등에 대한 폭 넓은 대화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한 여성은 2021년 해변에서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말한 남성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그녀는 100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은 게시물에서 “그 이후로 나는 더 이상 밤에 혼자 집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썼다.
중국 걸그룹 CKG48의 두 멤버는 정중히 거절하는 데에도 남성이 건배를 강요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유했다. 이 영상은 약 2600만 번 조회수를 기록했다. CKG48는 중국의 충칭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여성아이돌 그룹이다.
이 같은 분노에도 불구하고 국영 차이나 데일리 신문은 12일 논평에서 “이번 공격이 여성 권리에 문제를 드러냈다”는 생각을 일축했다. 이 사건은 “어떤 형태의 성적 적대감으로도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페미니스트이자 변호사인 량 샤오웬(Liang Xiaowen)은 중국 당국은 이것이 젠더 기반 폭력임을 부인함으로써 시스템 문제를 다루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량 샤오웬은 “중국 사회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기존 체제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가장 강력하고 거침없는 목소리 중 일부”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이것이 중국 정부가 여성의 목소리를 무시하거나 페미니스트 생각에 반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온갖 노력을 다하고 페미니즘의 전체에 오명을 씌우려고 하는 이유”라고 직격했다.
중국 집권 공산당은 이 나라 초기 미투 운동을 자유주의적인 서구의 가치를 전파하는 수단으로 간주하며 거듭 탄압해 왔다. 결과적으로 성폭력에 대해 말해왔던 중국 여성들은 국가의 가부장적인 문화에 의해 계속 침묵해왔다. 25명으로 구성된 중국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정치국에 여성은 단 한 명뿐이며 올해 은퇴를 앞두고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상사의 성폭행을 고발한 혐의로 여성을 해고했다.
여성 인권은 또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무색하게 만들 것이라고 위협했다. 여러 스캔들에 대한 국제적인 보도가 올해 말에 3선 확보라는 기념비적 시도를 앞두고 있는 시진핑의 마지막 주요 국제 행사(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를 망쳐 놓았기 때문이다
테니스 스타 펭슈아이(Peng Shuai)에 대한 우려로 유엔 인권 사무국, 백악관, 세레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를 비롯한 유명 스포츠 스타들은 중국에 올림픽 준비 기간 동안 그녀의 소재를 밝히도록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펭은 중국 인터넷에서 즉각 삭제된 전직 부총리를 비난한 뒤 대중 앞에서 사라졌었다.
몇 주 후, 중국 동부 장쑤(江蘇)성 당국은 문 없는 오두막에서 목에 쇠사슬로 묶인 8명의 어머니의 사건을 경시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중국 검열관들은 중국 정부가 이 문제를 조사할 것을 촉구하는 베이징대학 동문 100명의 서명 편지를 삭제하였다. 이 편지는 농촌 지역의 신부 밀매 문제를 조명했다.
미국의 국제인권감시기구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의 중국 수석 연구원인 야추 왕(Yaqiu Wang)은 “탕산의 공격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그런 분노를 촉발시켰다. 왜냐하면 너무나 많은 중국 여성들이 그들을 위한 공공 안전의 부족과 공격자들에 대한 처벌(면책)에 대한 불만을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휴먼 라이츠 워치는 인권 변호 및 연구를 하는 비영리 단체이다. 이 기구의 본부는 미국 뉴욕에 있다.
그녀는 “관계당국은 젠더 기반 폭력을 조사하고 법을 집행하며 폭행 및 괴롭힘의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녀는 “관계당국은 여성인권 문제에 대한 온라인 토론 검열을 중단하고 여성인권 활동가를 괴롭히거나 위협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독립 언론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보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세업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