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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 "러시아 원유 감산하면 유가 배럴 당 380 달러까지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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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 "러시아 원유 감산하면 유가 배럴 당 380 달러까지 오른다"

G7,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추진에 맞서 러시아 원유 감산 가능성

JP모건 체이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JP모건 체이스. 사진=로이터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 체이스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러시아 에너지 분야 제재에 반발해 러시아가 원유 감산에 돌입하면 국제 유가가 배럴 당 380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7개국(G7) 정상들은 지난달 28일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도입해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바짝 죄기로 했다.

나타샤 카네바 JP모건 분석관은 고객에게 보낸 투자 메모에서 러시아가 경상 수지 흑자 등으로 인해 하루 50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해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하루에 원유 생산량을 300만 배럴만 감산해도 국제 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가 배럴 당 190달러가 될 것이고, 최악의 경우 500만 배럴을 감산하면 배럴 당 38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 가격은 전거래일보다 2.52%(2.67달러) 오른 배럴당 108.4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선물가격은 사흘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으며 이번주 들어 0.75% 상승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9월물은 2.4%(2.60달러) 오른 111.63달러에 마감했다.

카네바 분석관은 “서방의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 러시아가 취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하고, 가능성이 큰 대응 조처는 가격 상한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원유 수출을 줄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가 원유 감산을 통해 서방에 고통을 주려 할 것이고, 국제 원유 시장의 긴장 여부는 러시아 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분석업체 CEIC에 따르면 러시아의 경상 수지는 올 1~5월 1103억 달러 흑자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322억 달러보다 3배가량 많았다. 미국과 유럽 등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했으나 중국과 인도 등이 원유를 사들이면서 원유 수출이 호조를 보인다.

서방이 러시아의 에너지 분야에 대한 압박을 가할수록 유가 상승 등으로 러시아가 오히려 더 큰 실익을 챙기는 역풍이 거세게 분다.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러시아산 원유인 우랄스(Urals) 가격이 치솟고 있다.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중국과 인도가 우랄스 수입을 늘리고 있는 게 핵심 이유이다.

유런연합(EU) 27개 회원국은 지난 5월 30일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연말까지 90%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이 결정이 발표된 뒤에도 중국과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증가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원유 트레이딩업체가 러시아산 원유 매입에 집중적으로 가담함으로써 러시아산 원유가 국제 시장에서 별다른 지장 없이 거래됐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이번 6월 1~13일까지 러시아가 파이프라인과 국영 트랜스네프트 PJSC가 운영하는 항만 시설을 이용해 수출한 원유는 일일 평균 462만 배럴에 달했다. 이는 1개월 전과 비교할 때 근소하게 줄어든 규모이다.
EU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90% 줄이기로 했으나 최근 들어 유럽 국가들의 러시아 원유 수입이 오히려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내 정유소들이 6월 셋째 주에 러시아에서 하루 184만 배럴(1배럴=159ℓ)의 원유를 수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3주 연속 증가한 것으로 터키를 포함해 유럽으로의 유입은 거의 2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러시아의 수출 터미널에서 선적되는 원유 절반은 아시아로 향하고 있고, 이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보다 3분의 1가량 증가한 것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하루 평균 100만 배럴로, 1월 21∼2월 18일의 하루 평균 60만 배럴과 비교하면 40만 배럴이나 늘었다.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하루 2만 5,000배럴에서 최근 60만 배럴로 뛰었다.

G7 정상들은 지난달 28일 독일 바이에른주 엘마우 성에서 3일간의 정상회의를 폐막하면서 밝힌 성명을 통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G7은 제3국, 민간부문과 협의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검토하기로 했다.

G7은 러시아산 원유 수출허용하되 가격에 상한선을 두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유지하면서 공급난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G7이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 통제에 성공하려면 미국과 유럽연합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 다른 나라들이 동참해야 하고, 석유 수출국 연합인 OPEC 플러스 등이 협력해야 한다. 그렇지만 중국, 인도 등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게 확실하다. 러시아는 OPEC 플러스 회원국이어서 이 기구가 러시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