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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사우디가 러시아 석유 수입?…싸게 들여와 내수로 쓰고 자국산은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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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사우디가 러시아 석유 수입?…싸게 들여와 내수로 쓰고 자국산은 수출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에서 생산하는 석유는 해외에 수출하고, 러시아산 값싼 석유는 수입해 자국 에너지로 사용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에서 생산하는 석유는 해외에 수출하고, 러시아산 값싼 석유는 수입해 자국 에너지로 사용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사우디아리비아는 세계 최고의 석유 생산 및 수출국이다. 사우디는 이런 석유 자원을 활용해 세계 18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국부의 대부분이 석유와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경제구조다.

사우디는 생산능력 기준으로 1일 평균 1000만 배럴이 가능하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생산 능력 대비 75~90% 정도만 생산하면서 일부 시설은 가동을 중단한 채 쉬며 정비를 받고 만약 가동 중인 시설이 고장이 나면 재가동하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 기간 석유 사용량이 줄고 탈탄소 움직임이 세계 에너지 시장을 사로잡으면서 총 생산능력의 70~73%만 생산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가 내려지면서 글로벌 석유 대란이 발생했음에도 사우디는 더 늘리지 않고 이를 고수 중이다.

사우디 입장에서는 석유를 더 생산할 경우 중장기 계약을 체결한 국가들에 판매하는 단기 유가의 가격을 높이 부를 수 없다. 또 언제 종결될지 모르는 전쟁이 끝나 러시아 석유 금수 조치가 풀릴 경우 추가 생산 과정에 투입된 비용이나 추가로 생산한 석유를 높은 가격에 팔 수 없기 때문에 생산량을 더 늘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석유 생산량을 늘려 세계 에너지 대란을 막는 데 일조해 달라고 부탁해도 사우디가 기존 입장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는 이유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동을 방문해 석유 추가 생산 문제를 의제로 삼았음에도 사우디는 기존 입장 고수와 함께 8월 초 OPEC+ 회의를 통해 최대한 성의를 보이겠다는 입장이다.

사우디는 비공식적으로 1일 40만 배럴을 더 생산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 사우디는 자국에서 생산하는 석유는 계획대로 제값을 받고 팔고 있는 반면 자국에서 사용하는 석유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10~20% 가량 저렴한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사우디는 미국과 서방의 러시아 석유 금수 조치에 아랑곳하지 않고 값이 싼 러시아 석유를 사들이고 있다.

원유 1톤은 대략 6.5배럴인데, 지난 4~6월간 에스토니아 항구를 통해 64만7000톤을 수입했다. 대략 420만 배럴이다. 1일 기준으로 4만8000배럴이다. 또한 사우디는 UAE 푸자이라 항구를 통해서 1~7월간 117만 톤의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했다. 두 항구를 통해 사우디는 전년 대비 2배 가량의 러시아산 석유를 10~20% 싸게 사들였다.

사우디는 통상 여름에 50도에 육박하는 더위를 식히려고 에어컨 가동으로 전력량이 최고치를 기록하는데 여름에는 한 달 60만 배럴을 사용하고, 겨울에는 30만 배럴을 사용한다.

이를 두고 미국과 서방은 당장 사우디 석유가 필요해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있지만 속으로 사우디의 상행위에 대해 얌체 같은 짓이라고 본다.

미국이나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 석유 자원이 필요한 국가들은 비싼 석유로 초인플레이션 고통을 겪고 있는데 사우디는 남의 고통을 알면서도 금수된 러시아 석유를 싸게 사서 자국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자국산 석유는 비싼 가격으로 파는 것에 대해 이기적 태도라고 여긴다.

하지만 사우디 입장에서는 합리적 행위다. 싼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해 자국 에너지원으로 활용하지만 자국에서 소비해야 할 자국산 석유를 다른 나라에 더 많이 팔 수 있어 글로벌 에너지 대란에 사우디가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