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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인플레이션 급증에 마이너스 금리시대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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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인플레이션 급증에 마이너스 금리시대 종료

스위스 쮜리히 소재 스위스국가은행(SNB) 건물 전경.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위스 쮜리히 소재 스위스국가은행(SNB) 건물 전경. 사진=로이터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 중앙은행의 경제 실험의 유일한 지지자로 남아 있던 스위스 중앙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 시대는 이번 주 막을 내릴 예정이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은 통화 당국이 0% 이상 금리를 인상해 대출자에게 돈을 지불하고 저축자에게 불이익을 주던 기존의 금융 정책을 뒤집도록 만들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수년간 물가하락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이 정책을 활용했던 스위스 중앙은행이 8월 물가상승률이 3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자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재의 마이너스 0.25%에서 많게는 1% 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신에 따르면, 2009년 스웨덴 릭스뱅크가 도입할 당시 경제학자들과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지켜본 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궁극적으로 디플레이션의 위협을 빠르게 물리치고 성장을 되살릴 것이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수년간 투자자들은 독일과 같은 정부에 돈을 빌려주기 위해 돈을 지불했고, 주택 구입자들은 덴마크와 같은 일부 국가의 은행으로부터 그들의 주택 담보 대출에 대한 이자를 받았다. 또한 2014년 유럽중앙은행이 이 정책을 시행한 이후 유로존에서 예금자들이 은행 예금 보유에 수수료 청구를 받는 것에 대한 불만을 격렬하게 토로한 사례도 있다.

공격적인 통화 완화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자산 거품을 부풀리고 불평등을 확대시켰다고 주장한다. 체코 출신의 한 학생은 지난달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알프바흐 회의에서 유럽 중앙은행 총재들이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인하한 것에 비판적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이 정책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렸다면서 "나 같은 사람이 내 인생의 다음 10년 안에 내 첫 번째 집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니?"라고 물었다.

스위스 중앙은행의 이번 결정 전망은 스웨덴, 덴마크, 유럽중앙은행의 유사한 움직임에 따른 것인데, 이는 지난 7월, 8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것이다. 2019년 ECB의 마지막 금리 인하 폭은 저축율이 높았던 독일에서 상당한 논란이 있었는데, 한 신문사는 중앙은행 총재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를 흡혈귀가 예금자들의 계좌를 빨아먹는 것으로 묘사했다.

2014년 마이너스 금리로 전환되기 전 ECB 이사회를 떠난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 제네랄레의 로렌초 비니 스마기 회장은 "뒤늦은 깨달음의 혜택으로 이론뿐 아니라 ECB 내부 정치에서도 실수임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에 그 부작용이 이익보다 더 클 것인지 등에 대해 ECB 관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있다.
마이너스 금리의 유일한 유의미한 효과는 유로화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었는데, 디플레이션 경제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프린스턴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마커스 브루너마이어는 이 정책이 ECB에게 "대단한 성공"은 아니었지만, 마이너스 금리는 중앙 은행들의 또 다른 무기라는 것을 모두에게 납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언급했다.

스웨덴의 중앙은행인 릭스뱅크(Riksbank)는 2년 전에 그 정책을 처음으로 포기했다. 이달에 덴마크 중앙은행은 크로네 자국 통화를 강화하고 더 높은 수입 물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해 그 뒤를 따랐다. 스위스의 예상 금리 인상 또한 스위스 프랑 강세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며, 이는 낮은 인플레이션 시기 통화 약세 시도와 대조되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이제 유럽 은행들은 고객들에게 더 이상 예금 보유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제로 금리 이하의 글로벌 부채 총액(채권자들이 돈을 빌려주기 위해 돈을 지불한다는 의미)은 2020년 말 최고치인 18조4000억 달러에서 거의 90%가 줄어들었다.

다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일본 중앙 은행으로 물가 상승과 엔화 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미래에 제로 금리와 채권 수익률 상한선 제로를 포기할 것 같지 않다. 아직은 일본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3%로 낮게 유지되고 있고, 상품 가격 상승에서 임금 인상으로의 전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중앙은행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의 10년 임기가 내년 4월로 끝나면서 금리 정책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차기 총재가 중앙은행의 입장을 변경할 수도 있고 미국의 경기 침체로 인해 통화 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대부기관 및 은행들 조사에 따르면,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연간 평균 0.7%의 추가 은행 대출을 유발했다고 추정하면서 이 실험적 정책을 성공적으로 자평했다. 또한 이 정책이 0.4~0.5%포인트의 추가 경제성장을 만들어냈고, 거액의 자금이 은행 금고에 그대로 쌓여 있게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독일 은행들은 7월에 예금 금리가 0%로 오르자 유럽중앙은행에 500유로, 200유로 지폐로 110억 유로의 현금을 돌려주려고 서두르며, 이 정책이 일부 경화(유로화) 사재기를 유발했음을 시사했다. 독일 은행들은 이 정책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잠식하고 고객에게 전가하기 어렵다고 불평했지만, 독일 가격 비교 사이트 베리복스(Verivox)의 랄프 웨퍼는 분석한 1300개 은행 중 455개 은행이 기업 고객뿐만 아니라 소매 예금자에게도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루너마이어는 독일 국민에게 만들어지는 "심리적 어려움" 으로 "독일에서 자랄 때, 돈을 절약하고 저축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우다가 갑자기 그렇게 한 것에 대해 벌을 받게 되는 상황, 그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명예기자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