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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아마존, 위아래 가리지 않고 ‘인력 유출’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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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아마존, 위아래 가리지 않고 ‘인력 유출’ 초비상

IT매체 엔가젯 ‘아마존 내부 보고서’ 단독 입수해 보도



지난 2020년 11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스태튼아일랜드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한 직원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0년 11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스태튼아일랜드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한 직원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자본주의 국가에서 경기 침체나 대규모 적자 등으로 기업이 인력을 단기적으로 줄이는 일은 흔한 일이다. 기업 환경이 나빠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자구 조치이기도 하다.

퇴사한 직원 때문에 빈 자리를 채우지 않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인력을 줄이는 것도 소극적인 형태의 인력 구조조정이다.

그러나 제 발로 나가는 직원이 많아 인력이 줄어드는 것은 경우가 많이 다르다. 그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의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온 아마존을 자발적으로 그만두는 직원의 규모가 아마존 경영진을 고민의 늪에 빠지게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입사자 3명중 2명, 세달 이상 못채우고 퇴사

이같은 사실은 미국 IT매체 엔가젯이 단독입수해 17일(이하 현지시간) 공개한 아마존 내부문건에서 확인됐다.
지난 1월 작성돼 아마존 경영진에 보고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보고서 내용 가운데 가장 놀라운 대목은 아마존이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하급직에서 임원직에 이르기까지 지난해 새로 채용한 임직원 가운데 세달 이상 근무한 사람이 ‘세명 중 한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거꾸로 말하면 지난해 입사한 임직원 가운데 세명 중 두명이 세달 이상도 못채우고 퇴사했다는 뜻이다.

이 내부 보고서는 자발적인 퇴사자와 정리해고를 통해 퇴사한 사람을 구분해 집계했는데 이 역시 충격적이다. 부서를 가리지 않고, 직위를 막론하고 제 발로 아마존을 그만둔 사람이 감원 조치로 퇴사한 사람의 두배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아마존에서는 모든 임직원을 가장 낮은 1급에서 가장 높은 10급에 이르기까지 10단계로 분류해 관리한다.

보고서는 “1급에서 10급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급에 대해 퇴사 이유를 파악한 결과 자발적으로 퇴사한 직원의 비율이 직급에 따라 최소 69.5%에서 최대 81.3%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전 직급에 걸쳐 자발적 퇴사와 정리해고를 통한 인력 감소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로 인해 아마존과 아마존 주주들이 입게 될 연간 손실만 80억달러(약 11조45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지적했다.

엔가젯은 “아마존의 지난해 순익 규모가 333억6000만달러(약 47조7400억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마존이 인력 유출로 겪게 될 문제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쉽게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시급 근로자뿐 아니라 정규직 인력 유출도 심각

엔가젯의 단독보도는 앞서 미국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아마존의 심각한 인력 유출 문제를 지적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내용이다.

NYT가 시간제로 일하는 아마존 직원들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연간 이직율은 15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고 WSJ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10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가젯은 “어느 쪽의 조사 결과이든 상관 없이 이는 업계 평균 퇴사율보다 두배나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인력 유출 자체도 위험 수준에 이르렀지만 하급직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도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이 문제는 물류창고에서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누차 지적돼온 아마존 시급 노동자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 미국 저임금 노동자 처우의 기준이 됐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아마존 물류 직원들의 근무 환경은 비판의 대상이었고 이 과정에서 아마존에서 창사 이래 첫 노동조합이 최근 출범하기도 했다.

엔가젯은 “시간제로 일하는 하급직 노동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월급을 받는 정규직인데다 초과근무에서도 예외여서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돼 있는 관리직에 속한 직원들의 동요도 심각하다는게 아마존에 닥친 더 큰 문제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제 발로 나가는 주된 이유에 대해 “커리어를 쌓는데 별 도움이 안된다” “진급이 잘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