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러시아, 흑해 곡물운송 안전 보장 못해...세계 곡물가 다시 급등

공유
0

러시아, 흑해 곡물운송 안전 보장 못해...세계 곡물가 다시 급등

10월 31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 통항을 기다리는 흑해 곡물운송 상선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10월 31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 통항을 기다리는 흑해 곡물운송 상선들. 사진=로이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곡물 운반 선박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는 유엔 중재 협정에서 탈퇴함으로써 세계 식량 위기가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1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흑해 지역은 전통적으로 밀과 옥수수 같은 중요한 곡물의 주요 공급처이며, 그 곡물의 주요 목적지는 아시아 지역이다. 선적 출하량 감소는 최근 몇 달 동안 완화되었던 곡물가를 다시 상승시켜 생활비 상승과 소비자 고통을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소재 싱크탱크 글로벌연구전략센터 아태국장 옥사나 레스냐크는 "우크라이나로부터 곡물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 정부가 곡물 수출 거래를 방해하며 식량을 무기화하려는 것은 결코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22일에 유엔, 러시아, 우크라이나, 튀르키예가 공동 서명한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는 120일 동안 지속될 예정이었고, 유엔은 그때까지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재개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29일(토) 흑해함대에 대한 공격 이후 협정에 따라 항해하는 "민간 선박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안전 보장 역할을 무기한 중단했다.

레스냐크는 러시아가 잠재적으로 식량 부족 사태를 이용해 서방국가들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국가들이 다시 대화에 나서면, 러시아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과 크렘린의 조건에 따른 평화협정을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이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실 하미아닌 주인도네시아 우크라이나 대사는 알제리에서 베트남에 이르기까지 이미 선박에 실려 있는 곡물과 기타 식품 200만t의 인도가 러시아의 협정 철회로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과 튀르키예는 협정 중단을 선언한 러시아를 설득하는 한편, 31일 현재 곡물 운송이 재개된 상태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인프라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29일 러시아의 협정 중단 선언 이후 출항이 막힌 선박은 모두 218척에 달한다고 밝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흑해 협정에 따라 전 세계 식료품 가격이 7월에 약 8.6%, 8월 약 1.9%, 9월엔 약 1% 하락하였다.
우크라이나 드래곤 캐피탈의 세르게이 푸르사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정부의 협정 철회는 곡물 갱신 협정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분쟁 고조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암모니아를 수출하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비료의 핵심 성분인 암모니아의 주요 공급처다.

또한 그는 곡물 수입가 통제를 원하는 중국이 러시아를 조용히 압박해 거래 연장을 촉구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협정 이행에 따라 식량 가격이 하락했을 때, 중국도 이익을 보았기 때문이다.

2021년 우크라이나는 중국에 옥수수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로, 그 옥수수가 돼지 사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미·중 관계 긴장 속에 미국이나 호주보다 우크라이나에서 사는 것이 훨씬 쉽다는 측면이 있다.

한편, 러시아는 자신들의 식량 수출을 촉진하고 우크라이나의 달러 등 외화 벌이를 제한하기 위해 흑해 회랑을 통한 수출 물량을 제한하려는 노력을 지속해 왔다고 농업 컨설팅 회사인 LMC 인터내셔널의 제임스 프라이 회장이 말했다.

그는 실제로 푸틴에게서는 선의를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며 새로운 회랑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러시아 지도부는 우크라이나에서 상당한 양의 물자가 선적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의 수출 능력을 없애기 위해 우크라이나 곡물 창고와 수출항 시설에 대한 추가 공격이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계속 공격하는 한, 곡물가는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명예기자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