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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위안화, 석유 결제 화폐로 자리 잡나…시진핑, 7일 사우디 방문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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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위안화, 석유 결제 화폐로 자리 잡나…시진핑, 7일 사우디 방문 주목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 사진=로이터
수십 년간 석유 결제는 달러로 이뤄졌다. 냉전 시대는 물론 그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평온한 달러 주도 흐름이 이어졌다. 하지만 물밑에서 변화가 있었다. 현상을 흔들 변수들이 커가고 있었다.

석유와 달러 거래 시스템은 미국과 사우디를 중심으로 하는 산유국 사이의 결합으로 가능한 체제이다. 당초 이 체제는 굳건했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 이익을 위해 약속을 파기하거나 제3자의 힘이 작용해 더 나은 선택이 가능하다면 변화할 여지를 내포한 불안정성도 가지고 있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국제정세와 석유생산에 변화가 발생하자 미국과 사우디의 협력이 흔들렸다. 미국은 중동에서 너무 많은 희생을 감내했다는 피로감, 셰일 오일 혁명 이후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이 되면서 중동 필요성이 감소하자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사우디도 미국의 중동 관여 축소와 자국에 대한 적들의 공격에 미국의 지원과 관심이 소홀해지고 자국의 석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국이 미국과 패권을 다투면서 새로운 지정학적 강자로 부상하자 미국 일변도에서 탈피하는 실리외교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단극체제의 가장 큰 힘 가운데 하나가 달러 결제 시스템이라고 보고 미국 대비 구매력이 앞서고 GDP도 거의 따라잡자 위안화 위상 강화를 도모했다. 위안화의 힘을 높이는 유력 수단 가운데 하나가 석유 거래에 위안화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보고 사우디와 교섭을 확대했다.

◇중국, 석유-위안화로 위안화 위상 강화 도모


대부분 석유 판매가 달러로 이루어지더라도 인도가 루블ㆍ루피 거래를 통해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는 것처럼 점점 더 많은 국가에서 달러 외 통화로 거래를 하고 있다. 현재는 80%가량이 달러 결제이다.

중국도 러시아와 석유ㆍ가스에 대해 위안화ㆍ루블 결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점차 달러 외 결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사우디와도 위안화 결제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 무역 변화, 공급망 재편, 결제 네트워크 파편화, 외환보유고에 변동을 일으키면 세계경제 및 지정학적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일부 석유기업, 위안화 거래 검토

중국 위안화 거래가 확대되고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하락함에 따라 이를 부정하기보다는 현실로 인정하고 적응하려는 에너지 기업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 달러는 세계 무역에서 패자(霸者)였다. 닉슨이 사우디와 맺은 모든 OPEC 계약이 달러로 표시되는 대가로 사우디에 군사 원조를 제공하기로 한 거래는 석유-달러 체제를 형성하도록 했다. 달러는 글로벌 준비통화 역할을 했다. 그 결과 대부분 국제상품 계약은 달러로 표시됐다.

2018년 3월 중국은 기존 질서를 변경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공개적으로 거래되는 위안화 표시 석유 계약으로 페트로-위안을 출시했다. 정치적 위험 다각화와 미국 외교정책에 대한 국제적 불안감으로 러시아와 유럽연합(EU)이 여기에 합류하면서 페트로-위안이 동력을 얻었다.

또한, 미·중 무역 경쟁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자유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간 세력대결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중국의 경제력과 막대한 석유 수입은 무역 레버리지를 제공하며 페트로-위안화 지지 논리에 도움을 제공했다.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는 데는 역사적 배경도 작용한다.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1998년 말레이시아 링깃, 태국 바트, 한국 원화에 대한 외환 공격으로 아시아에서 비방을 받았다. 이는 국제상품 계약의 대부분이 달러로 표시되었기 때문에 국제 무역을 수행하는 모든 국가는 거래를 위해 자국 통화 대비 달러 준비금을 보유해야 한다.

외환 시장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통화의 상대적 가치는 여러 국가 정부에 대한 시장의 신뢰와 필수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장기적 지불 능력을 모두 반영한다.

달러가 부족해지자 링깃, 바트 및 원화에 대한 신뢰도가 급락했다. 부채를 상환하면 달러는 더 빨리 소진된다. 달러가 부족하면 식량ㆍ연료ㆍ물이나 의약품 등 부족한 물품을 구매할 수 없다. 국가 부도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대안이 있다면 달라질 수 있다. 달러 외 화폐로 제품 및 서비스를 쉽게 구매할 수 있다면 긴축과 부도는 피할 수 있다. 경제적 폭풍 속에서 숨쉴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국제무역 계약 협상에서 제외되지 않을 수가 있다.

달러에 미치지 못하지만 중국은 전 세계 120여 개국에서 교역량이 1위이기 때문에 중국에 유익한 것은 많은 무역 상대국에도 좋을 수가 있다. 중국과 상호 무역을 하고 있어 필연적으로 점점 더 위안화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2019년 5월 동남아시아를 주요 투자지역으로 삼았다는 발표를 감안할 때 해당 국가에서 위안화 확산이 계속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국제거래에서 달러가 확실히 계속 우위에 서겠지만, 유동성ㆍ유용성 증가로 이들 국가에서 위안화를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감소하면 잠재적으로 달러의 지위가 유로, 엔 또는 파운드와 유사한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

IMF는 아세안 국가들이 역사적 선례를 감안해 달러를 포기할 수도 있으며, 회원국 사이에 위안화가 보편화될수록 위안화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2018년 3월 스위스 연방은행은 위안화 확산이 무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광범위한 관점을 제공하는 페트로-위안 백서를 발표했다.

중국에 석유를 수출하는 산유국들은 위안화 비축량을 축적할 것이고, 다른 중국 상품을 사기 위해 위안화를 사용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보았다.

백서는 중국에 석유를 수출하는 국가들이 다른 유형의 무역에 대해 미래에 위안화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추세는 이미 상당한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예를 들어, 사우디와 함께 중국 최대 석유 공급국이 된 러시아는 위안화로 중국과의 국제 무역을 확대했다. 연간 중국-러시아 거래가 1000억 달러 이상인 2019년 7월 발표에서 양국 간의 향후 모든 결제가 달러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모든 대형 국제자금 이체를 달러로 강제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네트워크에서 비즈니스 공간을 잃게 되거나 피하려는 국가들은 위안화를 더 많이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이란과 북한의 거래 또는 기타 비달러 표시 사업을 수행하는 데 위안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중국, 러시아, 산유국, 브릭스와 상하이협력기구 회원 국가들이 위안화로 거래할 의향이 있다면 미국 석유회사를 비롯해 다른 기업들도 달러 외 위안화 결제를 수용하지 않기가 어렵다.

예를 들면, 엑손모빌은 시노펙ㆍ페트로차이나와 장기 LNG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석유화학 제품의 마케팅을 위해 2개의 윤활유 공장과 상하이에 기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중국ㆍ인도네시아ㆍ캄보디아ㆍ말레이시아ㆍ필리핀ㆍ한국ㆍ태국ㆍ싱가포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셰브론도 페트로-위안이 세계 화폐가 될 경우 사업에 유리할 수 있다. 환태평양 비즈니스 플랫폼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셰브론은 남중국해에서 석유 및 천연가스 탐사 및 생산을 위한 중국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셰브론 제품인 칼텍스 브랜드도 중국에서 인기가 높다.

반면, 중국과 거래가 약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위안화 결제에 불리할 수 있다. 더 높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거래 기업이 위안화로 지불을 요청하면 더 비싼 비용으로 위안화를 구해야 한다. 수입 석유에 대한 중국의 갈증이 페트로-위안 야망을 뒷받침하면서 위안화 거래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에너지 회사들은 불리한 게임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이 변화는 상당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세계정세 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이 해결되지 않고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고 중국의 경제 엔진이 다소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강세를 보이면서 국제적으로 위안화 표시 거래의 성장은 계속될 수 있다.

◇기관투자자들도 위안화 통화 질서 대비


기관투자자도 새로운 세계통화 질서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이 경제 제재를 무기로 활용하면서 중국, 인도, 사우디, 러시아 같은 국가들이 탈(脫)달러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러시아, 중국 및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들도 국제금융 시장에서 미국 달러의 지배력에 짜증을 내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시작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역설적으로 글로벌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 지배력을 강화했다. 유럽인들은 몇 년 후 유로존 부채 위기 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미국 경제 제재의 힘은 글로벌 지불 시스템에서 미국 달러의 중심성과 연결되어 있다. 러시아가 SWIFT와 미국 및 유럽 금융시스템에서 제외되면서 러시아는 권위주의 진영에 도움을 구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책으로 G7 국가는 러시아의 외화 보유 자산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에 러시아는 제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약 5000억 달러의 외화 보유 자산을 축적했다. 그 돈은 동결된 상태로 남아 있다. 이번 제재는 러시아 국부펀드인 러시아 국민복지기금과 러시아 직접투자기금도 겨냥했다.

국부펀드, 공적연금펀드 그리고 어느 정도 중앙은행의 준비금 관리자 같은 기관투자자들은 탈달러화 추세의 전개를 주시하고 있다. 동결로부터 자산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도 미국 자산 보유를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여 미·중 무역 경쟁을 촉발하는 동안 중국은 달러의 위력을 실감했다. 장기적으로 중국은 미국 달러를 사용하는 것에 큰 위기의식을 갖게 되었다.

중국은 미국 달러가 어떻게 세계 준비통화가 되었는지 연구하고 배웠다.

중국은 석유와 상품시장이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를 보장하는 보험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석유 달러는 미국 달러와 미국 정부가 수십 년 동안 점점 더 저렴한 금리로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도록 실현하는 핵심 촉매제였다.

중국은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세계 공장으로서 막대한 외환을 창출할 수 있었다. 2010년대에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자국 통화를 더 많은 시장에 통용되도록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2016년 중국은 위안화를 IMF의 특별인출권(SDR) 바스켓에 편입할 수 있었다. SDR은 IMF 예비 자산이며 미국 달러, 유로, 엔, 중국 위안화로 교환할 수 있다. 외국 중앙은행은 위안화를 외환보유고로 보유하고 양자 무역 결제에서 위안화를 사용하는 데 더 개방적으로 변했다.

중국은 이미 2012년부터 러시아ㆍ이란으로부터의 원유 수입에 대해 위안화 지불을 시작했다.

중국 해관총서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사우디는 하루 176만 배럴을 판매하는 중국 최대 원유 공급국이었다. 러시아는 하루 160만 배럴을 팔아 2위였다. 중국은 사우디 최대 석유 수입국으로 석유 수출의 25% 이상을 구매하고 있다. 2013년 이후 중국은 세계 최대의 석유 순수입국이 되었다.

중국은 시대 흐름의 변화를 기회로 포착하기 위해 사우디에 꼭 필요한 이익을 주고 위안화 결제 허용을 설득하고 나섰다. 중국은 사우디에 제조 산업, 관광, 군사와 원자력으로 돕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사우디가 석유를 위안화로 지불하는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중동의 위안화 사용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 결과로 중국이 더 많은 위안화 채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되면 중국 위안화의 위력은 더 강력해진다.

현재 사우디는 대부분의 석유 거래를 미국 달러로 진행하고 있지만 최근의 정세 변화는 탈달러화 추세를 가속화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따라서 미국 재정​적자가 증가하고 더 커지면 위안화의 상대적 성장이 국부 투자자와 중앙은행 준비금 관리자에게 새로운 관심사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관심사다. 미국은 달러 패권이 무너지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12월7일 시진핑의 사우디 방문 이전에 모종의 조치를 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위안화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것을 막으려고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