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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토요타 배터리 공장 계획 취소로 일본 공급망 전략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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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토요타 배터리 공장 계획 취소로 일본 공급망 전략 위기

중국 지배력 앞에 좌절된 국내 생산 목표, 경제 안보 우려 증가
부진한 실적과 재정 부담으로 인한 전략 수정 불가피
닛산 자동차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닛산 자동차 로고. 사진=로이터
닛산자동차가 일본 내 첫 전기차 배터리 공장 계획을 취소하면서 자국 내 배터리 공급을 확보하려는 일본의 노력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12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닛산은 지난 1월 지역 당국과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이 프로젝트를 폐기하기로 결정했으며, 그 이유로 자동차 제조업체의 부진한 수익과 "투자 금액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했다.

닛산은 규슈 섬 기타규슈시에 인산철 리튬(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1,533억 엔(약 10억 6,000만 달러) 규모의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이 공장은 빠르면 2028 회계연도에 전기 미니카용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었으며,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 프로젝트에 최대 557억 엔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었다.

LFP 배터리는 표준 배터리보다 생산 비용이 약 30% 저렴하며, 중국 최고의 전기차 기업인 BYD가 이미 자체 생산하고 있어 현지 생산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열쇠로 여겨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닛산의 비즈니스 전략뿐만 아니라 일본의 국내 배터리 공급망 개발 야망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올해 초 토요타 역시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시설 건설을 연기한 바 있어, 일본 자동차 산업의 전기차 전환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은 2030년까지 일본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연간 150기가와트시(GWh)로 늘리는 목표를 설정했으며, 부품 및 자재 생산을 포함한 약 30개 프로젝트에 보조금을 승인했다. 정부 지원으로 일본은 120GWh 생산 능력 달성을 목표로 했으나, 닛산의 프로젝트 취소로 이 목표 달성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파나소닉 에너지는 2027년부터 스바루와 마쓰다에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며, 스바루와 함께 총 4,630억 엔을 투자해 일본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닛산과 토요타의 프로젝트 재고 결정으로 규모가 작은 스바루가 이 대규모 투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본 기업은, 특히 파나소닉은 한때 자동차 배터리 분야의 선두주자였다. 2009년 세계 최초 양산형 전기차인 미쓰비시 i-MiEV와 2010년 출시된 닛산 리프 초기 모델은 모두 일본산 배터리를 사용했다. 그러나 공공-민간 협력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일본은 결국 중국에 추월당했다.

한국 SNE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10대 자동차 배터리 제조업체 중 6개가 중국 기업이었으며, 컨템포러리 암페렉스 테크놀로지(CATL)가 37.9%의 시장 점유율로 8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파나소닉은 이 명단에 포함된 유일한 일본 기업으로 6위에 그쳤다.

중국은 이제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도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2023년 야노연구소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시장의 85% 이상을 장악했다.

중국 기업의 강점은 원자재 조달부터 배터리 제조까지 아우르는 수직 통합형 공급망에 있으며, 일본은 양극재에 필요한 수산화리튬 수입을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수직적 통합을 통해 중국 기업들은 저비용 전기차를 생산하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BYD는 일본에서 이미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으며, 2026년에는 일본 경차(케이카)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공급 확대를 위해 유럽에도 공장을 설립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