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한 것으로 드러난 혁신 기술이 처음부터 성공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빼면 성공의 길로 들어서기 전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티핑 포인트’나 ‘S 곡선’이란 개념이 나온 것은 기술의 이같은 발전 경로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성격이 크다.
티핑 포인트란 처음에는 작아서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변화가 시간을 두고 차츰 쌓인 결과 어느 순간에 이르면 폭발적인 변화를 초래한다는 가설이고, S 곡선이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경우 초기엔 발전 속도가 더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기하급수적으로 기술 발전이 이뤄진 후 마지막으로 성숙기에 이르면서 한계에 직면한다는 가설이란 점에서 서로 일맥상통하는 이론이다.
그러나 이는 이론에 그치지 않았다. 라디오의 보급 추이가 그랬고 TV의 보급 추이가 그랬으며 한창 기술혁신이 진행 중인 스마트폰도 이같은 경로를 걷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의 전기차 전문매체 클린테크니카에 따르면 전기차도 티핑 포인트에 근접했다는, 또는 S 곡선의 도입기를 막 벗어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 전기차 점유율 2019년 1.4%→2022년 6% 근접
클린테크니카는 미국의 자동차시장 조사업체 켈리블루북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미국 전기차 시장의 최근 추세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마침내 변곡점을 맞았을 가능성을 알려주는 신호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들어 그 시점까지 미국에서 팔린 신차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5.6%에 달했다는게 켈리블루북의 발표 내용이었다.
클린테크니카는 지난해 3분기 현재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한 비중은 6.1%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2021년 3분기 기준 비중이 3.7%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1년 사이에 배 이상 오른 셈이다.
클린테크니카가 소규모 업체의 판매량까지 전부 파악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힌 점을 고려할 때 지난해 전체적으로 6%는 넘을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CNN의 피터 발데스-다페나 자동차 담당 기자는 켈리블루북의 집계를 인용해 미국의 전기차 시장이 티핑 포인트에 근접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5.6%라는 점유율은 얼핏 보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지난 2019년 기준으로 전체 신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한 비율이 1.4%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발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청정에너지‧탄소시장 전문 분석업체인 블룸버그NEF의 코리 캔터 분석가도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유럽 시장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티핑 포인트에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대차 미국 시장점유율의 의미
자동차시장 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는 현대자동차의 미국 시장점유율 증가세를 글로벌 전기차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들어선 것과 관련 지어 분석했다.
콕스오토모티브는 “미국 신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이 5%를 넘어선 것은 현대차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선 것과 비슷한 흐름”이라면서 “현대차의 현재 시장점유율 자체가 높은 것으로 볼 순 없지만 현대차를 과거의 싸구려 자동차로 여기는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콕스오토모티브는 “이제 미국 어디서나 현대차를 흔히 볼 수 있게 된 것이 일상화된 것처럼 전기차 점유율이 5%를 넘었다는 것은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도 이와 맥이 닿는 전망을 내왔다.
맥킨지는 “올들어 기존 완성차 제조업체와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400개가 넘는 새로운 전기차를 시장에 쏟아낼 전망”이라면서 “공급이 크게 늘면서 전기차 가격도 하향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