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술주, 1990년대 닷컴버블 능가...시장 '거품 논란' 속 신중론

◇ AI 열풍에 상위 소수에 쏠린 몸값... "전례 없는 기술주 집중"
최근 S&P500 상위 10개 기업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애플, 아마존, 구글(알파벳), 메타 등 기술기업이 대부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더 인포메이션과 코이핀 등의 자료를 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최근 35배 안팎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2021년 말 단기 고점을 빼면 200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1999년 닷컴버블 정점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PER은 80배에 이르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S&P500 전체 평균 PER도 1990년대와 지금이 24~25배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25년 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인기 있는 기술주가 시장 전체와 비교해 훨씬 높게 평가받았지만, 현재는 상위 10대 기술주 대부분이 시장 평균보다 월등히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 애플 등 주요 기술주는 시가총액 3조~4조 달러(약 4000조~5500조 원)를 기록했다. 상위 10개 기업이 S&P500의 20% 넘는 시가총액(2024년 기준 전체 약 5조2800억 달러)을 차지하는 등, 기술주 쏠림이 역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상위 10개 기업의 집중도도 사상 최고 수준이다. 1999년에는 제너럴일렉트릭(GE), 월마트, 엑슨모빌 등 여러 산업 기업이 상위권에 있었지만, 최근에는 버크셔 해서웨이를 빼고 대부분 기술주로 채워졌다. 시장에서는 AI 붐 덕분에 기술주에 쏠림이 극심해졌다고 본다.
◇ "한 번에 무너지기엔 실적 달라"...시장에선는 신중론
IT 업계와 증권가는 "AI 기대감이 기술주 밸류에이션을 최근 들어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면서도 "25년 전 닷컴버블과 똑같이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 따른다. 닷컴버블 당시에는 실적 없는 인터넷 기업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기술 대기업들이 실제 돈을 벌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엔비디아는 최근 4조 달러(약 5560조 원), 마이크로소프트는 3조 달러(약 4170조 원) 이상의 몸값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AI 기업 주가가 너무 올라간 건 맞지만, 닷컴버블만큼 일시에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는 조심스럽다"는 분석이 많다. 기업 구조와 실적, 시장 구성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AI 혁명이 기술주 몸값을 과도하게 끌어올린 건 사실이지만, 거품의 최정점인지 단순 비교하기에는 산업 구조와 기업 실적이 예전과는 다르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슬록 이코노미스트도 "상위 10개 기술주에 쏠린 밸류에이션이 금융시장 위험 요소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