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IC, 13일부터 파산 절차 돌입…계좌 당 25만 달러까지만 보험으로 지급

로이터 통신은 이날 “투자자들과 고객들은 SVB가 신속하게 매수자를 찾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당시에 워싱턴뮤추얼은 즉각 인수자를 찾았다. 그러나 지난 2009년에 인디맥(IndyMac)은 인수자를 찾는 데 8개월이 걸렸다.
SVB는 실리콘 밸리와 함께 지난 40년 동안 성장해왔으나 뱅크런 사태로 44시간 만에 무너졌다. 이 은행은 8일 오후 투자했던 장기 채권 210억 달러 어치를 매각해 18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 은행은 현금 확보와 고객의 예금 인출에 대비하기 위해 22억 5000만달러 규모의 증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고객들은 앞다퉈 예금을 인출했다. 그 결과 이 은행은 9일 오후에 거래 중단 사태에 빠졌다. 9일 하루 동안 빠져나간 예금이 420억 달러에 달했고, SVB금융그룹의 주가가 60% 폭락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10일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이 은행에 운영 자금을 예탁한 수백 개의 스타트업은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자금 동결로 인해 당장 직원 봉급을 줄 수 없고,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는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3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약 400개 기업이 SVB와 관련돼 있고, 이 중에 100개가량의 기업은 이번 사태가 신속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향후 30일 이내에 직원들에게 봉급을 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SVB 예치금 중에서 계좌당 25만 달러까지는 보험으로 지원되고, 13일 중에 이를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스타트업들이 이 은행에 예치해둔 금액이 수백만 달러 이상이어서 25만 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당장 찾을 길이 없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샌타클래라 예금보험국립은행(DINB)'라는 법인을 설립해 SVB가 보유한 예금을 모두 이전받고, 자산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FDIC는 13일 이전에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파산 절차에 돌입한다.
SVB 파산은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 SVB의 총자산은 2090억달러, 총예금은 1754억달러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무너진 JP모건체이스의 워싱턴뮤추얼 파산 이후 두 번째다. 워싱턴뮤추얼은 당시 총자산 3070억달러, 총예금 188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었다. SVB는 미국 16위 은행이고, 이 은행 파산 사태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처럼 미국과 주요 국가의 금융위기로 확산할지 주목받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