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금융 혼란 틈에 다시 엔화가 상승하는 이유는?

공유
0

금융 혼란 틈에 다시 엔화가 상승하는 이유는?

세계 금융 시장 불안으로 다시 엔화가 주목 받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금융 시장 불안으로 다시 엔화가 주목 받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 은행권에서 일어난 격변이 엉뚱하게도 엔화 상승을 부채질 하고 있다. 일본의 저금리 환경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발생한 위험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다시 엔화를 안전 자선으로 여기게 만든 것이다.

25일(현지 시간)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엔화는 지난 2월 말 이후 25개 주요 통화 중 가장 많이 강세를 보이며 이틀 전 기준 3.2% 상승했다. 특히 달러 대비 상승폭은 24일 한때 130포인트를 넘어 한 달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리콘밸리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의 실패에 따른 은행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주된 변화의 원인으로 보인다. 금리 상승으로 은행들의 미국 국채 보유 가치가 잠식됐고, 크레디트스위스의 손실 흡수형 AT1 채권 소탕 처리는 투자자들의 고민을 가중시켰다.

금융 불안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엔화를 포함한 가치 하락 위험이 적은 자산에 돈을 넣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통화 긴축으로 일본과 다른 경제권 간 금리 차이가 확대되면서 일본 통화는 급락했지만 지금은 이런 정책 차이가 최근 반등의 요인으로 보인다.

느슨한 통화 정책에 대한 일본 중앙은행의 약속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수익률을 더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5년 만기 채권을 보면 미국 재무부 수익률은 2021년 말 1.2% 안팎에서 2022년 말 한때 4.5%까지 뛰었다. 일본 국채는 마이너스 0.08%에서 최대 0.33%로 소폭 상승했다.

엔화의 강세는 해외 투자자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24일 발표된 일본 재무성 자료에 따르면 3월 18일 끝난 주에 중장기 일본 국채의 순매수는 주간 최고치인 4조 엔(약 39조 9500억 원)에 도달했으며 이는 일본 통화에 대한 수요를 부채질하고 있다.

하지만 엔화로의 이탈은 과거 혼란의 시기만큼 뚜렷하진 않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대지진과 쓰나미 당시 대규모 무역흑자가 실물경제에서 통화 수요를 창출하면서 엔화가 급등했고, 국내 플레이어들이 해외 자산을 본국으로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했다. 엔화는 2011년 달러 대비 전후 최고치인 75.32를 기록했다.
현재 일본의 무역수지는 2011년 원자력 붕괴 이후 수입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경쟁력 저하로 인한 수출 부진 속에서 엔화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등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달 적자는 2월 사상 최대였다.
일본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함에 따라, 그들은 자산을 일본으로 돌려보낼 이유가 적어졌다. 미즈호 은행의 카라카마 다이스케는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감안할 때 국제금융 혼란이 더 고조되더라도 엔화 상한선은 달러당 125엔 선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교적 안정적인 아시아 경제의 다른 통화들도 이번 달에 상승세를 보였다. 위안화는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에 힘입어 0.6% 강세를 보였다.


이수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