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전기차 업계가 테슬라의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전략 때문에 고심에 빠졌다.
그동안 가격 인하 정책과는 담을 쌓아왔던 테슬라가 지난해 말부터 수요 확대 전략으로 가격 인하에 팔을 걷어붙인데 이어 올들어서도 같은 기조를 이어가면서 전세계 전기차 제조업계가 추격에 나설 조짐이 보였으나 테슬라 전기차 중고차의 감가율도 급상승하는 것을 목도하면서 주춤하고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테슬라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역대급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 역시 가격 인하 전략이 크게 먹힌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다. 다만 판매 실적은 개선됐더라도 수익성에서는 손해를 봤을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도 아울러 나오고 있다.
그러나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테슬라가 불을 당긴 가격 인하 경쟁 때문에 테슬라 중고 전기차의 감가율도 급격히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 전기차를 신차로 구입한 차주들도 졸지에 피해를 입는 처지에 놓인 것은 물론이고 중고차 거래상들도 된서리를 맞을 판이다.
테슬라가 촉발시킨 가격 인하 경쟁에 뛰어들려던 다른 전기차 제조업체들도 전기 중고차 감가율의 폭락세를 보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테슬라발 가격 인하 경쟁으로 ‘중고차 감가율’ 큰 폭 증가
FT는 시장정보 조사업체 캡HPI가 최근 파악한 자료를 인용해 테슬라가 공세적으로 가격을 내린 여파로 테슬라 중고 전기차의 감가율이 치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예컨대 테슬라가 가장 공격적으로 가격을 인하한 모델3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영국 시장에서 지난 1월 기준 평균 5만7435파운드(약 9200만원)이었던 모델3의 중고 가격은 감가율이 빠르게 올라가면서 내년 1월께 3만1300파운드(약 5000만원)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테슬라의 주요 시장에 속하는 영국에서 앞으로 1년 사이에 모델3 중고 가격이 46%나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는 뜻이다. 캡HPI는 “2021년 9월에 출고된 모델3 중고 가격이 1년 뒤 4%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폭락 수준”이라고 밝혔다.
캡HPI에 따르면 테슬라 중고 전기차 정도는 아니지만 다른 메이커의 차도 감가율이 대폭 오르고 있다. 볼보자동차 산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가 출시한 ‘폴스타2’의 경우에도 영국 중고차 시장에서 지난 1월 기준 평균 5만395파운드(약 8000만원)였으나 내년초에는 감가율이 35%로 뛸 것으로 예상됐다.
FT에 따르면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특히 영국뿐 아니라 테슬라 가격 인하를 대대적으로 단행한 중국 시장, 미국 시장, 유럽 시장 모두에서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게 FT의 분석이다.
◇감가율 급증에 전기차 업계 ‘신중 모드’


FT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포드자동차 정도만, 중국에서는 비야디 정도만, 유럽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정도만 테슬라가 일으킨 가격 인하 경쟁에 가세한 것도, 즉 대다수의 전기차 업체들이 가격 인하 경쟁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것 역시 이같은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적어도 신차에 대해서는 섣불리 가격 인하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실제로 프랑스 완성차 제조업체 르노의 루카 드 메오 최고경영자(CEO)는 FT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가 만드는 전기차의 가치를 최대한 방어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혀 테슬라가 불을 당긴 가격 인하 전쟁에 뛰어들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FT는 “테슬라에 이어 가격 인하를 한 업체 중에서도 포드차의 경우 유럽향 2023년형 머스탱 마하-E에 대해서만 가격을 내렸고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도 중국에서 판매하는 EQE 모델에 대해서만 가격을 내리는게 그쳤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