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성패, 전기 공급에 달렸다

공유
7

[초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성패, 전기 공급에 달렸다

막대한 전기 사용 감당할 마스터 플랜 필요
탈탄소 시대 소형원자로 건설 대안 떠올라

정부가 첨단산업육성안을 발표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경기도 용인시 일대에 조성키로 결정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정부가 첨단산업육성안을 발표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경기도 용인시 일대에 조성키로 결정했다. 사진=뉴시스
우리 정부와 대표 기업들이 미래 국가 성장의 동력으로 삼을 대규모 신규 투자를 결정했다. 재세계화와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초유의 결단이라는 평가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은 3월 15일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면서 “기존 150개 이상의 국내외 소재·부품·장비 기업, 판교 팹리스 등과 연계하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세계 최대 규모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3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수도권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신규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계획이다.

이에 삼성전자도 정부가 2042년까지 용인에 조성할 710만㎡ 규모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에 향후 20년간 30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곳에 첨단 반도체 공장 5개를 구축하고, 국내외 소재·부품·장비 업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등 최대 150개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120조원을 투자한 원삼면 클러스터에 SK하이닉스와 50여 개 소부장 기업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한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과연 첨단산업 클러스터의 안정적 가동에 공급되어야 할 충분한 전기를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이다.

우리 정부나 삼성전자, 민간 전문가들이 전기 문제를 생각하지 않고 이 사업을 추진했을 리는 없다. 다만, 탄소 배출을 줄이고 저렴한 산업용 전기를 충분히 안정적으로 가동시간 이전에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 마스터 플랜이 잘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일 것이다.
이 과제는 해결이 쉽지 않다. 현재도 우리는 탈탄소 사회의 가속화로 탄소 배출 감소와 전력 부족 대응에 항상 긴장하고 있다. 천문학적 투자는 이에 더해 새로운 도전 과제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 시장에서 제기하는 몇 가지 질문


투자 기간이 2042년으로 20년 동안의 장기 투자이고 그동안 많은 변수가 발생하겠지만 다른 어떤 인프라보다도 최우선으로 검토돼야 할 전기에서 차질 없이 준비될지 의문이 나오고 있다. 국가 전체 전력 생태계와 기후 환경, 이 첨단 클러스터에 충당될 전기 공급 문제에 대해 완벽한 답을 묻고 있다.

우리는 현재 전체 전기 공급 가운데 산업용이 55%를 차지한다. 산업용은 지난 30여 년간 우리 산업의 제조업 비중과 첨단화로 다섯 배가 늘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증가율에서 2위다. 우리는 국가 규모 면에서 세계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에 속한다.

산업용은 계약 단위 수로는 전체의 0.2%에 불과하지만, 전기 사용 비중은 전체의 55%로 일반용(22%)·주택용(15%)·농사용(4%)보다 많다. 그러나 판매 단가는 ㎾h당 주택용·일반용보다 싸다.

삼성은 세계 최고의 기술회사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를 소비하는 기업에 해당한다. 삼성의 많은 전력 소비는 그 규모를 고려할 때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전력 소비량은 가장 가까운 경쟁업체인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TSMC)의 두 배가 넘는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애플의 총 전력 소비를 합쳐도 삼성의 그것보다 적다.

향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부문별 전기요금 차등 해소가 첫 번째 질문이 될 수도 있다.

한국경제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전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경제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전자. 사진=로이터

다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전기 사용량이 많은 이 미래 첨단기업이 입주할 클러스터에 어떻게 전기를 만들어 차질 없이 공급할 것인가이다.

지금도 삼성전자는 한국 전체 전기 소비의 20%를 차지한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EU의 탄소세, 미국의 탈탄소화 정책 추진 등을 감안할 때 화력발전으로 새로운 수요를 공급할 수는 없다.

원전이 해법이지만 동해안에 위치한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용인에 입주할 클러스터에 송전할 수 있는 송전탑을 신설하기도 쉽지 않다. 기존 송전선로 재활용도 용량을 안정적으로 보내기가 쉽지 않다.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의 반발 역시 달래기가 어렵다.

그 대안으로 지난 대선에서 이슈가 되었던 소형원자로(SMR)가 거론된다.

◇ SMR 현황


SMR은 일반적으로 기존 대규모 원자로의 일반적인 1000MW와 비교해 50~300MW의 전기를 생산하도록 설계되었다. 기존 원전보다 훨씬 저렴하고 더 빨리 건설될 수 있어 시장에서 기대가 높다.

모듈식 제조도 장점이다. 모듈이란 따로 떨어진 형태의 것들을 합쳐 기능을 확장한 구조체를 말한다. 휴대성 및 확장 가능한 배치를 고려해 설계할 수 있다.

원자력 업계에 따르면 기존 1000~1400MW급 원전을 지으려면 5조~10조원의 비용이 들고, 건설 기간도 4~5년이 필요하다. 반면 100MW급 SMR을 짓는 데 필요한 비용은 1조원 수준이며 건설 기간도 2년 안팎에 불과하다.

또한 저탄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설치 공간이 작고 깨끗하며 안전성을 신뢰할 수 있으며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한다. 30년 정도의 수명을 갖기 때문에 장기 수급에도 문제가 없다.

기존 대형 원전은 많은 냉각수 풀을 확보하기 위해 해안이나 강가에만 둘 수 있지만, SMR은 이런 많은 양의 냉각수가 필요 없어 산간 지역 등 다양한 곳에 설치할 수 있다. 주민 반발을 피하기 위해 클러스터 내에 설치할 수도 있다. 발전량이 적다는 문제가 있지만, 다수의 SMR을 건설함으로써 해결할 수도 있다.

◇ SMR의 상태 및 전망


현재 전 세계에 약 400GW의 총 용량을 갖춘 약 440개의 상업용 원자로가 운영 중에 있다. 아직 SMR은 가동 중인 것이 없다. 한국을 포함해 대부분 국가에서 적어도 2030년께 상용화가 가능하다.

2020년에 SMR은 약 18개의 디자인이 존재했다. 모두 서로 표준을 향해서 경쟁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70개 이상의 상용 SMR 설계가 진행 중이다. 전기, 하이브리드 에너지 시스템, 난방, 담수화 및 산업용 전기와 같은 다양한 출력과 다양한 응용 분야를 대상으로 개발 중이다.

향후 전 세계는 전기 사용량의 증가로 원전에서 23%를 추가할 전망이다. 더 많은 기업들이 원전에서 전기 공급을 받으려고 할 것이다. 이런 흐름에 주목하는 시장 전문가들은 SMR이 2040년께가 되면 원전의 주역으로 부상할 것으로 본다.

GE와 히타치의 소형원자로.이미지 확대보기
GE와 히타치의 소형원자로.

이에 공공 및 민간 기관 모두 SMR 기술이 10년 안에 결실을 보도록 노력하고 있다. 2020년 5월 상업 운전을 시작한 세계 최초의 부유식 원전인 러시아의 아카데믹 로모노소프(Akademik Lomonosov)는 35MW인 SMR 2기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캐나다, 중국, 러시아, 미국에서 건설 중이거나 허가 단계에 있다.

우리는 SMART라는 SMR 모델을 1997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2012년 7월에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받았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향후 8년 동안 한국형 독자 SMR 개발에 총 4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 SMART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수력원자력은 179MW급 혁신형 SMR(i-SMR)의 기본 설계도 추진하고 있다. 2028년 허가, 2030년대 수출이 목표다. i-SMR 4기를 모으면 600MW급 기존 화력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다. i-SMR은 공장에서 사전 제작해 단 24개월에 공사를 끝낼 수 있다.

◇ 문제점


첫째는 전기 단가다. SMR의 현재 비용에 대한 데이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결과, 비용이 재생 가능 에너지 수준으로 떨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기존 원전보다 발전 단가가 1.5배에서 2배 가까이 비싸다. 보조금을 받으면 가격은 낮아질 수 있다.

SMR 원자로의 전제는 대량생산이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 단가는 훨씬 낮아질 수 있다. 초기 비용만 많이 들고 이후에는 경험이 쌓이고 관련 산업 발전으로 가격이 저렴해질 수 있다.

둘째는 시기이다. 현재 정부 발표에 따르면 상용화 일정은 2030년이다.

하지만 정부의 투자와 관심, 관련 업계의 호응이 상응한다면 그 시기가 좀 앞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부지 조성 등 클러스터 조성에 들어가더라도 시간은 걸린다. 정부와 민간 협력으로 SMR이 들어갈 위치를 확보하고 공간을 비워둘 수 있다. 설계와 건설을 동시에 하면 2년에 완공할 수 있다.

답은 SMR 가동을 최대한 앞당기면서 그 이전까지 필요한 전기를 원활하게 공급하는 비상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다.

◇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은 ‘신의 한 수’


윤 대통령과 삼성전자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한 결정은 우리에게 ‘신의 한 수’이다. 미·중 갈등과 지정학적 위기가 눈앞에 도래하는 가운데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꼭 필요한 결단이었다.

미국에 우리의 첨단 칩 제조기술을 모두 내놓지 않아도 되고 중국 시안, 우시, 다롄에 투자한 낸드와 D램 공장을 최대한 손실 없이 활용하며 국내로 이전하는 데에도 활로가 될 수 있다.

더욱이 이 클러스터에 첨단 연구 촉진, 공급망 탄력성 증가, 글로벌 인재 확보, 정부 정책 탐색 및 지식재산 보호 등을 확보할 수 있다.

팹을 건설할 때 위치는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 중 하나다. 가능하면 반도체 업체는 여러 반도체 회사 또는 관련 기업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에 새로운 시설을 배치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클러스터는 협력을 장려하고 회사 간, 심지어 전통적인 경쟁사 간의 시너지 효과를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한다.

2021년 3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반도체 기술 무역 박람회인 세미콘 차이나(Semicon China)에서 한 여성이 디스플레이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2021년 3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반도체 기술 무역 박람회인 세미콘 차이나(Semicon China)에서 한 여성이 디스플레이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로이터

클러스터 참가 기업들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단일 회사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성과와 더 큰 국제적 가시성을 얻을 수 있다.

클러스터는 여러 반도체 회사 또는 관련 비즈니스가 강력한 입지를 구축한 곳에서 발전했다. 예를 들면 미국 내에서는 실리콘밸리, 피닉스, 북부 뉴욕 및 오스틴에 칩 제조 및 장비 클러스터가 있다. 다른 클러스터에는 중국, 독일, 일본, 싱가포르, 대만의 클러스터가 포함된다.

클러스터는 일반적으로 하나 이상의 세계적 수준의 제조업체와 근처에 있는 연구기관에 의해 주도된다. 클러스터에 위치한 반도체 회사는 또한 더 큰 인재 풀에 접근할 수 있다. 적합한 기술을 갖춘 잠재적 직원이 해당 지역에 끌리고 지역 교육기관의 학생 모집이 용이하다. 기업이 인근 공급업체에서 부품이나 기타 투입물을 받는 경우 공급망 중단 위험도 낮다.

클러스터는 유틸리티 및 물류 비용을 공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창출하므로 입주 기업 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여러 회사가 동일한 창고를 사용하거나 배송을 단일 배송으로 통합할 수 있다. 공급업체의 제조 기술자가 제공하는 빠른 도움과 같이 지원을 필요로 하는 경우 근처에 있는 공급업체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공동 기금을 조성할 경우 연관 산업의 협력 연구를 비롯해 새로운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 클러스터에 미국이나 일본의 글로벌 최고 설계기업과 장비, 소재 기업을 유치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이 클러스터를 성공적으로 준비하고 가동할 경우 ‘아시아 최고 반도체 허브’ 공간으로 성장할 것이다. 세계인이 주목하고 몰려들 수 있다. 경제 안보에도 큰 도움이 되고 지정학적 위기 대처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TSMC, 신주 과학단지가 대만을 지키는 큰 산이요 강이듯 이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비엠, 용인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대한민국을 지키는 큰 산이요 강이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