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에 미국이 직접 개입할지 여부를 두고 "앞으로 2주 안에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은 외교적 해법과 군사 개입 모두를 열어둔 것이란 해석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한 성명을 통해 "전쟁에 들어갈지 말지를 향후 2주 안에 결정할 것"이라며 미국이 전면전에 참여할 가능성과 동시에 외교적 출구전략을 제시했다. 백악관은 이번 발표가 "외교의 마지막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발표가 외교적 여지를 남긴 동시에 군사적 준비 시간도 확보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이 지난 6일간 진행한 공습은 이란 핵심 우라늄 농축시설 2곳 중 하나와 미사일 전력, 고위 간부 및 핵 과학자 다수를 제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지난달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거절했던 핵합의안의 재검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미 유럽사령관은 CNN과 인터뷰에서 "이번 발표가 사실상 즉각적인 군사 공격을 위한 위장일 수도 있다"며 "이란이 경계심을 늦추도록 유도하는 교묘한 전략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시간 확보 발언 직후 독자적인 군사 행동을 예고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우리는 이란의 모든 핵시설을 제거할 것"이라며 "그럴 힘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핵 농축시설이 위치한 포르도 지역의 방공망 제거와 전력 차단, 지하 시설 입구 봉쇄 등 다양한 군사·비밀 작전을 수년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이 나탄즈의 전력 시설을 파괴함으로써 지하에 있는 수천 개의 원심분리기 운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줬다고 밝혔다. 이란이 고농축 연료를 보관 중인 이스파한 역시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외교의 마지막 기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를 통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물밑 접촉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비공식 채널이다. 그러나 로라 홀게이트 전 IAEA 미국 대사는 "이란이 이번 기회를 외교적 탈출구로 볼지는 미지수"라며 "완전한 항복이나 농축 중단은 지금도 어려운 조건"이라고 말했다.
조지워싱턴대학의 로버트 리트왁 교수는 "미국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리를 인정하고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전면 해체해야 한다"며 양측이 절묘한 외교적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조기 종료하고 귀국한 뒤 이란과의 전면전 가능성을 시사하는 강경 발언을 잇따라 쏟아냈다. 그는 테헤란 시민 1000만명에게 대피를 촉구하고 "미국은 이란 상공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며 "이란 최고지도자의 은신처도 파악하고 있지만 당장은 제거하지 않겠다"고 했다.
◇ 내부 분열된 '아메리카 퍼스트'
전면전 참여 여부를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은 크게 갈라지고 있다. JD 밴스 부통령은 지난 18일 SNS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오직 미국 국민의 이익을 위한 군사력 사용만을 고려하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반면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 터커 칼슨, 스티브 배넌 등 트럼프 지지 성향의 강경 우파 인사들은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미국이 관여하는 것은 '아메리카 퍼스트' 정신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그린 의원은 "미국이 이 전쟁에 끌려들어가길 바라는 자는 미국 우선주의자가 아니다"라고 SNS에 글을 올렸다.
한편 린지 그레이엄, 톰 코튼 등 상원의 공화당 강경파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의 핵 위협을 제거하는 데 전면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