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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가난한 국가 부채 탕감 국제적 노력 외면하는 중국의 '꿍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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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가난한 국가 부채 탕감 국제적 노력 외면하는 중국의 '꿍꿍이'

중국 인민군 열병식.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인민군 열병식.
중국은 세계의 공장을 하면서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 달러를 가난한 국가에 빌려주고 중국은 대출해준 나라의 항구나 공항, 도로, 철도, 자원 등에 대한 개발과 운영 권한을 가졌다.

2021년 기준 중국은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에 공식적으로 약 1800억 달러를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돈을 빌린 대부분 국가가 빚을 갚을 수 없는 지경에 있다는 것이다.
가난해서 혹은 다른 이유로 돈을 빌린 국가들이 빚을 갚지 못하면 대출을 해준 국가나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에서 빚을 일부 탕감해주거나 추가 대출을 통해 빚을 장기적으로 갚도록 해서 빚 문제를 해결하는 글로벌 구호시스템을 작동해 왔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지금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이에 빚진 다수의 가난한 국가들의 경제 사정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30% 이상이 부채 위기에 처해 있거나 직전에 있다. 최소 19개국이 채무 불이행 위험에 처해 있으며 최대 2370억 달러를 빚지고 있을 수 있다. 이는 달러, 유로 또는 위안화로 표시되는 신흥국 외채의 17%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문제는 두 가지다. 국가 부채 가운데 달러나 유로 부채의 경우 서방 국가나 국제기구에서 이를 일부 탕감해주거나 이자를 싸게 해주는 조치를 하지만, 위안화 부채를 빌린 나라의 경우 중국이 이를 미적거리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상당수 국가들이 실제 국가 부도로 빠져들 수 있는 상황이고, 이렇게 되면 세계 경제와 정세는 다시 한번 소용돌이칠 수 있다.

◇ 중국이 부채 탕감에 소극적인 이유


중국은 저소득 국가 5곳 중 3곳이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채무 불이행 위험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출 탕감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중국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중국의 자체 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는 것이다. 중국 부채 문제의 규모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모든 종류의 부채(공공·민간 경제의 모든 부문)는 51조9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중국 GDP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중국 경제도 이전처럼 5% 이상의 강력한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어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이 부채 탕감에 소극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다른 이유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지정학적 권력 다툼이 심해지면서 부채를 영향력의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의도로 본다. 부채를 가진 나라들에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라는 지렛대로 부채를 활용하려 한다는 의구심이 든다.

그것은 IMF와 세계은행의 봄 회의를 위해 이번 주 워싱턴에서 최고 재무 관리들이 모일 때 미국 및 서방 동맹국들과 새로운 긴장을 조성할 것이다. 미국은 서방 우방국들과 함께 IMF와 세계은행 행사에서 중국 정부에 더 많은 부채 탕감을 제공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IMF, 세계은행 및 기타 개발 대출 기관들은 특정 조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의 부채를 최대 100% 탕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현재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다른 관리들은 대출에 대한 중국의 강경 접근 방식이 가난한 국가를 압박하고 아프리카와 다른 지역의 빈곤 심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차용자와 부채 탕감을 협상하고 지원을 제공하는 서구 모델과는 다른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대출에 대한 중국의 해결 방식은 거래적인 것으로 간주되며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석유, 광물 및 기타 원자재에 접근하려는 중국의 열망은 중국 대출기관이 엄격한 조건을 적용하도록 한다. 정부가 이러한 자원과 도로, 교량 및 철도에 대한 사업권을 따기 위한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중국이 부채 탕감을 해주지 않고 가난한 나라의 자원이나 인프라 사업권을 장악하고 부채 탕감을 전제로 글로벌 이슈에 중국 입장을 지지하게 하는 것은 세계 질서의 건전한 유지에 큰 훼방을 하는 행위이다. 아프리카와 다른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안정을 위한 부자 나라들의 가난한 나라에 대한 부채 탕감을 저해함으로써 글로벌 안정을 저해한다.

◇ 미국 등 서방의 중국 태도 변화 요구


미국과 서방에서는 4월 12일(현지 시간)에 열리는 글로벌 국가 부채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이 문제를 쟁점으로 취급할 작정이다.

이 회담은 대체로 교착상태에 빠진,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국가를 도우려는 국가별 노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옐런 장관은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달 미국 국회의원들에게 “중국이 전 세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일부 활동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국가를 부채에 갇히게 하고 경제 발전을 촉진하지 않는 방식으로 국가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지난 1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당시 중국 부총리인 류허에게 이 문제를 제기했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부채의 덫을 통해 채무국에게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도록 강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일대일로는 부채의 덫을 통해 채무국에게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도록 강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하지만 미국이나 서방이 중국에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이 부채의 일부를 탕감하지 않는 한 절대 갚지 못할 것이라는 호소 외에 베이징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부 초기 보증을 넘어 부채를 탕감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 같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최근 중국을 방문했을때 중국 고위 관리들이 부채 문제에 협력할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옐런 장관의 발언에 대해 “우리는 미국의 부당한 비난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항상 국제 규칙과 개방과 투명성의 원칙에 따라 개발도상국과 투자 및 금융 협력을 진행해 왔다”며 “결코 정치적인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갈등은 지속


2017년 이후 중국은 세계은행, IMF, 파리 클럽을 넘어 세계 최대의 공식 채권국이 되었다. 한 추정에 따르면 2000~2017년 중국이 다른 국가에서 프로젝트에 자금을 제공한 금액은 총 8000억 달러 이상이며 대부분은 대출 형태였다.

중국의 대출은 지난 5년 동안 줄어들었지만, 코로나 지출로 재정이 타격을 입은 여러 국가에 지속 불가능한 부채의 유산을 남겼다.

중국 대출은 종종 다른 정부나 은행에서 제공하는 것보다 더 높은 금리로 제공된다. 많은 경우 차입국은 중국 기관에 빚진 것을 다른 채권자와 공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비공개 계약에 서명해야 한다. 그리고 부채 탕감을 제공할 때는 지불에 대한 유예 기간을 주는 형태로 제공된다.

미국이나 서방의 골칫거리는 또 있다. 미국이나 서방이 부채를 탕감해주면 가난한 나라들은 오히려 국가에 남은 돈으로 부채를 탕감해주지 않은 중국 부채를 갚으려고 할 수 있다. 이는 왜곡이다.

다만 중국이 가난한 나라에 빌려준 부채를 가지고 악덕 상인처럼 자기편을 들라는 행동은 패권을 차지하려는 국가가 보여서는 안 될 행위다.

중국이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한 나라에 미국이나 서방, 국제기구처럼 부채 탕감을 해주지 않으면 이것이 국제사회로 알려지고 다른 나라들이 중국에 빚을 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가난한 나라의 국민도 중국에 대해 강경한 거부감을 표할 것이다.

중국이 부채 탕감을 가치나 이념, 요구에 충실한 특정 국가에만 해준다면 중국은 2류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 최근 시진핑과 중국 지도부가 펼치는 ‘매력 외교’도 힘을 잃게 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