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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경제협력 못끊어"…美·中 갈등속 살길 찾는 EU국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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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경제협력 못끊어"…美·中 갈등속 살길 찾는 EU국가들

리가르드 ECB총재, 중국 의존도 줄이면서 파트너십 유지 입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총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총재. 사진=로이터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EU27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EU27은 미국과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지만, 무역에서는 중국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해 무역이 분리되면 EU27은 양쪽 모두에게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EU27에서 가장 큰 국가인 독일은 2021년 GDP 대비 무역 비율이 88.74%에 달했다. 두 번째로 큰 국가인 프랑스도 60.84%였다. 이들 국가는 미중 갈등으로 인한 재세계화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U27은 미국의 지원을 바라지만, 미국도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미국은 온쇼어링과 보호무역주의로 해외 투자를 자국으로 유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EU27은 자신의 경제 안보를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CB, 미중 무역 분열로 EU27 경제 위기 직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17일(현지시간) 외교 관계 위원회에서 “세계 경제가 분열되고 있으며, 각 블록은 세계의 나머지 부분을 각자의 전략적 이익과 공유 가치에 더 가깝게 끌어들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18일 스트라스부르그에서 열린 유럽의회 전체회의에서 EU27 고위 관리들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도 중국과 파트너십을 유지해야 한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ECB 총재는 “세계 경제가 블록으로 분열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으며, 각 블록은 세계의 나머지 부분을 각자의 전략적 이익과 공유 가치에 더 가깝게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라가르드는 뉴욕의 외교 관계 위원회에 “미중 갈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균열이 인플레이션을 5%까지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가 자동차 산업 등 중요 부문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가르드는 세계화 시대의 상대적 안정성이 재세계화 흐름으로 인해 낮은 성장, 높은 비용 및 불확실한 무역 관계를 초래하는 지속적인 불안정성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 갈등에 따른 달러 패권 도전 가속화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달러의 국제 통화 지위가 도전받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일부 국가들은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위안화나 루피와 같은 대체 통화를 사용하거나 금을 축적하고 있다.

ECB의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화보유고와 국제 부채의 약 60%가 달러로 표시되고 있으며, 유로는 20%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 지배에 맞서 권위주의 동맹을 구축하고 있으며, 브릭스에서 위안화 무역 결제 시스템을 논의하는 등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부유하고 민주적인 서방의 국가들은 전쟁, 전염병, 중국을 포함한 권위주의 정권의 강압 시도로부터 완충 장치를 확보하기 위해 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의 역할이 약화되면 세계 경제에 불안정성을 가져올 수 있다.

◇EU, 미중 갈등 속에서 자신만의 길 찾기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EU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고 있다. EU는 미국과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지만, 중국과도 협력하고자 한다. 하지만 미중 갈등으로 인해 세계 무역이 분열되면 EU는 양쪽 모두에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17일(현지시간) 외교 관계 위원회에서 “EU가 어디에서 자신을 찾을 것인가?”라고 묻고, “블록의 일원이 되거나 사이에 낀 존재가 아닌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제프 보렐 EU 외교 정책 책임자도 18일 스트라스부르그에서 열린 유럽 의회 전체회의에서 “신냉전을 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EU가 중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으며, 기후 변화와의 싸움에서도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탈세계화는 유럽에 실행 가능하거나 바람직하거나 실용적이지 않다”면서 “EU가 관계의 중요하고 민감한 부분을 재정립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녀의 발언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EU가 대만을 둘러싼 미중대결에 휘말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힌 이후 나왔다.

이제 EU 책임자들은 글로벌 갈등 앞에서 EU만의 독특한 접근 방식을 개척하고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조성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글로벌 질서의 파수꾼으로서 세상의 변화에 민감해야 하며,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버리고 우방과 협력해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