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중·러·이란 견고해지는 '반미 동맹'…워싱턴 "수년간 함께 문제 일으킬 것" 긴장

공유
0

[초점] 중·러·이란 견고해지는 '반미 동맹'…워싱턴 "수년간 함께 문제 일으킬 것" 긴장

미국 제재 당해온 이란과 두 강대국 사이 급속히 가까워져

중국은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를 중재하면서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높였다. 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은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를 중재하면서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높였다.
적의 적은 친구다. 외교에서 이 엄연한 철칙은 초강대국 미국에 맞서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이란 세 나라의 관계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당초 이란은 미국과 더 가까웠다. 러시아는 한 때 이란을 침략한 적 있었고, 이슬람을 탄압하는 중국과는 냉랭한 사이였다. 그러나 미국이 세 나라에 각각 다른 이유로 제재를 가하면서 이들의 사이는 동맹 수준으로 격상되고 있다.

미국은 핵폭탄 개발을 이유로 이란을 제재했다. 또한 중국을 패권 도전자로 간주한 이후 전 방위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는 서방으로 하여금 ‘공공의 적’으로 내몰렸다.

적의 적들은 급속히 가까워졌다. 대미 항쟁의 깃발을 든 세 나라는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았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이들과 미국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월스트리트저널의 눈을 통해 조명해본다.

1977년 새해 전날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은 테헤란의 니아바란 궁전의 반짝이는 연회장에서 미국과 이란 사이의 깊은 유대를 말하며 축배를 제안했다. 샤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가 지켜보는 가운데, 카터 대통령은 이란의 현대화된 사회, 인권 및 군사력에 대한 관심을 칭찬하며, 국왕에게 찬사를 보냈다.

바로 다음 달 샤를 권력에서 몰아내고 이란과 미국의 긴밀한 관계를 단절시킬 이슬람 혁명이 시작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이란은 친미 군주국에서 열렬한 반 서방 신권정치로 빠르게 변모했다.

워싱턴과 적대적인 모스크바와 베이징은 신흥 이슬람 공화국의 잠재적 동맹국으로서 매력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이란 혁명과 같은 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소련은 ‘잔인한 침략자’였고, 샤와 더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던 중국 또한 ‘제국주의자’였다.

오늘날 이란은 40여 년 전 종교지도자 호메이니가 표명한 희망과 달리 광범위한 지정학적 재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란은 러시아 및 중국과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모두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는 나라들이다. 변화의 극적인 징후는 지난 3월 중국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외교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협정을 중재했을 때 나타났다.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지난 1월 이란 지도자로선 20년 만에 처음으로 베이징을 국빈 방문했다. 테헤란의 지도자들은 상황을 분명히 직시하고 있다. 그들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예멘, 시리아의 정권들이 최근 수십 년간 붕괴되거나 거의 붕괴되는 과정을 경각심을 갖고 지켜봤다.

그들은 미국이 강요한 고립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 이란이 다음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텍사스 A&M 대학의 이란 문제 전문가인 모하마드 아야톨라히 타바아르는 "그들은 미국이 더 이상 그들에게 경제적, 군사적으로 해를 끼칠 수 없도록 러시아와 중국을 장기적으로 국제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큰 파트너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이다. 핵무기를 개발 중인 이란은 그들의 보호가 절실하다. 이란 정권의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진정한 동맹인가


오늘날 이란을 이해하려면 최소한 2차 대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러시아의 붉은 군대는 제2차 세계 대전 초기에 이란 유전을 확보하고 독일이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이란의 북부를 점령했다.

러시아 군대는 1946년 떠났지만, 테헤란에서 모스크바의 영향력은 냉전 기간 내내 워싱턴의 지속적인 관심사로 남아 있었다. 러시아와 이란은 수세기 동안 카스피해와 페르시아만 무역로를 장악하기 위한 경쟁에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 왔다.

베이징과 테헤란의 관계는 그리 깊지 못했다. 1978년 당시 공산당 주석이었던 화궈펑은 이란 정권이 붕괴되기 전 마지막으로 샤를 만난 외국 관리들 중 한 명이었다.

이후 양국 관계는 조금씩 가까워졌다. 미국과의 갈등으로 중동 국가들로부터 석유 수입에 조바심을 느낀 중국 측이 더 열을 올렸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퀸시 책임국가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 전무는 "이제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에 대한 공통된 적대감과 단기적 실용주의 때문에 테헤란에 손을 내밀고 있다"고 밝혔다.

세 나라의 움직임은 워싱턴을 긴장시키고 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지난달 의회에서 "나는 이들을 진정한 의미의 동맹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이 세 나라는 앞으로 수년간 함께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고 말했다.

이란이 서방 밖에서 동맹국과 경제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는 개념은 2005년 보수주의자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처음 생겨났다. 이란 지도부 내에서 점점 더 강력한 목소리로 부상했던 이슬람 혁명수비대는 러시아를 첨단 무기의 잠재적 공급자로, 중국을 기술의 원천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란의 온건파와 부유한 엘리트들은 중국과 러시아와 동맹을 맺는 것에 반대해 왔다. 그들은 오랫동안 자신들이 경제적, 문화적으로 미국과 서유럽과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그들의 희망은 2015년 오바마 행정부와 이란이 제재 완화의 대가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기로 합의했을 때 결실을 맺는 것처럼 보였다. 이를 뒤집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미국의 제재로 이란 경제는 위기를 겪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제재로 이란 경제는 위기를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준 기회


트럼프 행정부가 협정을 탈퇴하고 훨씬 더 엄격한 제재를 가했을 때, 호메이니의 후임자인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러시아와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이란은 옳든 그르든 미국이 결코 이란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에 러시아가 합류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단 한 명의 친구가 아쉬워졌다.

러시아에 드론을 제공하기로 한 테헤란의 결정은 1979년 혁명 이후 주로 비이슬람 국가를 대신하여 전쟁에 개입한 첫 번째 결정이었다. 이란은 무인항공기 생산을 위한 공장도 러시아에 건설할 계획이며 탄도미사일 판매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한 답례로 이란은 모스크바에 제트 전투기와 다른 첨단 무기들을 요청했고, 무역과 투자를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선임 연구원인 알렉산더 가브예프는 이란에게 "푸틴이 이 전쟁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돕는 모든 것은 좋은 것이고, 전쟁 기계를 계속 가동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협력은 특혜다"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종교성, 이슬람교에 대한 관용, 그리고 일반적으로 보수적인 가치관을 포용함으로써 이란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해주었다.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하지만 이제 이란에게 더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

미 정보기관은 2023년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영토 침략 전쟁에서 미국과 국제 질서의 일부 규범에 도전하는 동안, 중국은 모든 영역과 여러 지역에서 규칙에 기반한 세계 질서를 바꾸려고 직접 시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라고 썼다.

중국은 이란의 최대 석유 소비국이자 극심한 제재를 겪고 있는 이란 경제의 붕괴를 막는 핵심 시장이다. 중국은 지난 12월 이란산 원유를 하루에 120만 배럴 수입하여 전년 동기 대비 130% 늘렸다.

베이징은 2021년 테헤란과 원자력, 항만, 철도, 군사기술, 석유·가스 개발 등의 분야에 투자하는 25년간의 경제·안보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중국은 또한 이란이 자국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정교한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를 회복시켰다.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누어진 두 나라의 화해는 미국으로 하여금 뒷목을 부여잡게 만들었다. 이란의 고립을 완화하고 이 지역의 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의 위치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이란은 대표적 친미국가였다. 지도를 펼쳐 놓고 보면 러시아와 이란 그리고 중국의 동맹은 거대한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삼각 동맹이 단단해지면 미국으로선 골머리가 아프지 않을 수 없다.


이수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