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바이든 정부가 표방한 신 세계 경제 질서는 그 어떤 것보다 무질서하게 보인다”고 최근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비판론자들이 자유무역 시대가 끝났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다음에 어떤 체제가 올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재등장을 겨냥해 ‘바이 아메리카’를 내세우며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구체화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양대 산업 정책을 대표하는 ‘반도체 지원과 과학 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신자유주의의 종말을 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추구하는 신 세계 경제 질서는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신자유주의 질서를 악용하고, 왜곡하는 현실을 더는 방치할 수 없어 서방 경제가 중국 등과 ‘디커플링(탈동조화)’을 할 수 없다면 ‘디리스킹(위험 제거)’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이코노미스트가 전했다.
지난 3월 30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디리스킹'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중국과 디커플링이 가능하지도, 유럽의 이익에 맞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4월 27일 정책연설에서 "우리는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디리스킹은 공식 석상에 등장한 지 석 달여 만에 주요 7개국(G7) 공동성명에 나왔다. 지난 5월 20일 바이든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하려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디리스킹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다변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디커플링이나 디리스킹 용어와 관계없이 중국 포위 전략을 구체화하면서 한국 등 동맹국과 우방국의 동참을 종용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을 포함해 14개국 다자 경제협력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참여국들이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구축 협정을 타결했다. 중국이 주도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지난해 출범시킨 IPEF는 공급망, 무역, 청정 경제, 공정 경제 등 4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