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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쿠바에 비밀도청소 설치 의혹…美·中 해빙 분위기 산통깨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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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쿠바에 비밀도청소 설치 의혹…美·中 해빙 분위기 산통깨지나

쿠바 아바나의 미국대사관. 중국은 미국의 바로 코앞에 있는 쿠바에 비밀도청소를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쿠바 아바나의 미국대사관. 중국은 미국의 바로 코앞에 있는 쿠바에 비밀도청소를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로이터
중국이 미국의 턱밑 쿠바에 비밀도청소를 설치한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이 내용을 보도한 이후 미국 정부나 의회는 이를 기정사실로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물론 쿠바는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미국 언론의 보도가 사실인지는 더 두고봐야 하지만 미·중 갈등은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으며, 쿠바가 다시 냉전 당시처럼 싸움터가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쿠바와 관계개선 시도 무위로 끝나나?


바이든 행정부는 쿠바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했다. 2021년 4월, 바이든 대통령은 쿠바에 대한 일부 제재를 해제했다. 쿠바인들이 미국을 방문하고 미국인들이 쿠바를 여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한, 쿠바와의 대화를 재개했다. 2021년 7월, 미국과 쿠바는 50년 만에 처음으로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했다.

미 행정부는 쿠바가 권위주의 진영에 미국의 앞마당을 내주지 않도록 제어하려고 했다.

그러나 쿠바와의 관계 개선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많은 도전이 예상된다. 예를 들면, 쿠바의 인권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쿠바 정부는 여전히 미국에 적대적이다. 쿠바와의 관계 개선은 미국 내에서 부담이다.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비밀 도청 시설은 쿠바의 이중성을 드러내는 의도적인 도발이다. 해결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관계 개선은 어렵다.

◇쿠바에 중국의 비밀도청소 설치 논란


월스트리트저널은 기밀 정보에 정통한 미국 관리를 출처로 중국과 쿠바가 중국이 미국에 대한 불법 정보수집을 위해 쿠바에 전자 도청 시설을 설치할 목적으로 비밀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재정난에 처한 쿠바에 수십억 달러를 제공하고, 도청 시설을 비밀리에 건설하는 데 동의했으며 두 나라가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플로리다에서 약 100마일 떨어진 쿠바에 있는 도청 시설은 중국 정보기관에서 많은 군사 기지가 위치한 미국 남동부 전역의 전자 통신을 훔치고 미국 선박 교통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한다.

미국 앞마당에 첨단 군사 및 정보 능력을 갖춘 중국 비밀 기지가 건설되는 것은 전례 없는 새로운 위협이다.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 내용에 대해 “미국이 감시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 노력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비는 “이 보도는 정확하지 않다”며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국내와 지역에서 우리의 모든 안보 공약을 이행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최근 몇 주 동안 수집된 것으로 보이는 계획된 쿠바 기지에 관한 정보가 설득력이 있다고 반응한다. 그들은 이 기지가 중국이 전자메일, 통화 및 위성 전송을 포함한 다양한 통신의 모니터링을 포함할 수 있는 신호 정보수집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아직 도청시설의 위치나 공사 시작 여부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시설 완공을 중단시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상원 정보위원회의 마크 워너와 마코 루비오 의원은 공동성명에서 “중국 도청시설이 우리 국가 안보와 주권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행정부가 조치할 것을 촉구했다.

비밀 통신 시설에 관한 정보는 중국 스파이 풍선이 미·중 긴장관계를 촉발한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미·중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나왔다.

번스 CIA 국장이 지난달 베이징을 방문했고,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도 빈에서 중국 최고위 관리와 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 도청시설 설치 문제가 논의되었는지는 불확실하다.

블링컨 국무장관도 이달 말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예정이다. 바이든은 최근 대중 긴장에도 불구하고 미·중 관계가 해빙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쿠바에서 발생한 도청시설 논란은 미·중 해빙 분위기와 상관없이 중국이 미국 앞마당에서 비밀 정보활동을 모색해 왔음을 보여준다.

◇쿠바, 다시 냉전의 싸움터로 변모하나?


워싱턴 주재 쿠바 대사관은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완전히 거짓이고 근거 없는 정보”라고 주장했다.

쿠바는 1950년대 혁명 이후 공산 독재정권이 된 이후 미국에는 눈엣가시였다. 쿠바 미사일 위기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카스트로는 소련의 흐루쇼프에게 전보를 보내 미국에 대한 핵공격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후 수십 년 동안 이 섬은 공산주의와 반미를 확산시키려는 시도로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불안정하고 폭력적인 혁명운동을 선동했다. 그 행동은 냉전 종식 후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아메리카에서 유일한 공산주의 독재국가로 남아있다.

쿠바는 소련이 붕괴할 때까지 소련의 보조금에 의존했다. 장기 경제 불황에 빠져 2000년대에는 베네수엘라 원조에 의존했다. 최근 베네수엘라 경제가 파탄에 이르면서 이제 중국을 새로운 생명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쿠바는 중국과의 협정에서 절실히 필요한 현금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중국의 요구를 수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도 쿠바와 긴밀한 외교 및 경제 관계를 구축해 왔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회담했다.

냉전 동안 소련은 아바나 바로 외곽에서 가장 큰 해외 신호 정보 사이트를 운영했다. 2001년 이후 폐쇄된 이 사이트 기능을 러시아가 재개할 것이라는 보도도 2014년 있었다.

한편, 중국과의 관계 개선 외에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도 나타나고 있다.

내년에 러시아 대학 분교를 쿠바에 개설한다. 최근 모스크바를 방문한 고등교육부 장관 발루자 가르시아는 러시아 대학이 아바나에 분교를 열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쿠바는 5월 초부터 이례적인 계약을 통해 러시아 기업들이 쿠바 땅을 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도 제공했다.

쿠바가 다시 냉전 당시처럼 자유 진영을 대표하는 미국의 코앞에서 권위주의 진영의 대표인 중국과 러시아에 땅을 내주고 있다.

◇중국, 쿠바에 비밀도청소 설치


중국 정부나 대사관은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쿠바 기지가 중국 인근에서 정보 활동과 군사 활동을 하는 미국을 고려할 때 정당하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팔고 소수의 병력을 배치해 군사를 훈련시키고 해군 함정을 띄워 대만해협을 통과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미국 군용기가 남중국해 상공을 비행하며 전자감시를 벌이고 있다고 항의할 수 있다.

중국이 유일하게 선언한 해외 군사 기지는 아프리카의 지부티에 있다. 캄보디아, 아랍에미리트 등지에서 글로벌 항만 개발도 착수했다. 중국은 지금 전 세계에 중국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군사 항구와 정보 기지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다.

◇향후 전망


중국은 쿠바가 거부하지 않는 한 이를 관철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에 이를 양보하면 국제적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거래를 할 수는 있다. 미국에 상응하는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

미국은 쿠바를 설득할 수도, 중국을 설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