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초격차 기술 보유만이 생존 가능

세계화는 국가 간의 경제적·문화적·사회적·정치적 변화와 통합을 촉진하는 현상이다. 이 흐름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본격적인 세계화는 미국이 소련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공산주의가 몰락하면서 시작되었다.
미국은 ‘교역을 통한 변화’라는 기치 아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 세계로 확대하는 정책 기조를 펼쳤다. 이에 과학기술의 혈류와 같은 반도체 기술이 대만으로도 전달되었다. 반도체 제조 기술은 동맹이 아니면 이전을 하지 않은 국방 기술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대만은 파운드리라는 주문 생산에서 특화해 여러 고비를 넘기면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게 되었다. 세계화에서 성장한 이 기업은 대만을 생산의 허브로 삼아 동남아 주변 국가에 더 저렴한 가격으로 칩을 생산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했다.
세계화는 시진핑이 등장하면서 도전을 받기 시작했다. 중국은 세계화에서 가장 큰 이익을 본 국가였지만 경제가 커지면서 미국이나 자유 진영이 정한 세계질서를 따르려고 하지 않았다. 중국식 현대 사회주의를 글로벌 질서의 축으로 삼겠다는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웠다.
미국은 중국을 설득해 중국몽이 자유 진영의 질서 속에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권유했지만 중국은 이를 거부했다. 세계화의 수혜는 누리면서 세계화를 위한 의무를 준수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여기서 세계화가 재정립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미국의 이론가들과 전략가들이 세계화를 재정립하기 시작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중국식 현대 사회주의가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권위주의가 민주주의를 지배하는 구도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결정적이었다.
미국은 중국을 중진국의 늪에 오랜 기간 머물도록 하려고 했다. 그것이 공급망 재편이고 과학기술, 특히 반도체 칩 기술의 제한으로 나타났다.
이제 미국도, 중국도 모두 경제를 경제로 풀지 않으려고 한다. 처음에 중국의 막대한 시장을 보고 이를 거부했던 미국의 기업인들도 점차 여기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최첨단 기술은 중국에 절대 넘기지 않는다. 중국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 국가나 지역에도 넘기지 않는다. 중국은 시장으로 존재한다. 중국은 중저가 제품의 공급처로 남겨둔다. 탈세계화가 아니라 재세계화로 간다는 담론이 세계질서의 큰 흐름이 되었다. 30년 이상이 걸리는 싸움이라고 한다.
모리스 창은 애초 탈세계화에 강력히 반대했다. 세계화에서 성장한 기업인으로서 기업의 가치인 효용성을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세계화의 한 축이 의무를 다하지 않고 과실만 누리려는 행위에 대해 묵과할 수 없다는 자유 진영 내부의 세계적인 공감대 앞에서 한 기업인의 호소는 메아리가 없었다.
TSMC는 추가 비용을 감내하고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제 기업으로서 역할 외에 대만을 지키는 큰 강이요, 산으로서의 역할도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 TSMC의 최첨단 칩을 다른 지역이나 국가, 기업에서 대체할 수 없을 때 우방국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중국의 대만 침략을 최대한 저지하는 인계철선의 역할도 해야 한다.
TSMC에 생명과도 같은 것은 결국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초격차 기술이다. 이것이 없으면 TSMC도 없고 대만도 없다. 세계화가 재세계화로 전환되더라도 TSMC가 독보적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면 TSMC는 생존할 수 있다.
모리스 창의 발언은 세계화의 정의와 방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그는 세계화가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이익과 가치를 고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세계화가 국가 안보와 기술 리더십과 같은 우선순위에서 뒷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는 세계화가 국가 안보, 기술 우위 및 경제 리더십에 해를 끼치지 않는 조건에서만 기업이 국경을 넘어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TSM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칩 제조업체로서, 세계화를 통해 성장한 기업이다. TSMC는 전 세계적으로 500개 이상의 기업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으며, 스마트폰·컴퓨터·자동차·항공기 등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TSMC의 본사가 위치한 대만은 중국과의 복잡한 역사적 관계로 인해 정치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중국은 대만을 강제 통일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대만의 고급 기술을 유치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TSMC는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생산공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약 15조1652억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조만간 70억 달러(약 8조8470억원) 규모의 공장 설립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는 TSMC가 미국·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이다.
재세계화는 세계화가 국가 안보와 기술 리더십과 같은 우선순위에서 뒷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세계화를 새롭게 정의하고 조정하는 과정이다. 재세계화는 국가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다른 국가들과 협력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다. 기업이나 시장은 이념과 안보 앞에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재세계화는 세계화의 종말이 아니라 시작이다. 재세계화는 세계화를 더욱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주며 더욱 공정하고 평등하게 만들어준다. 재세계화는 세계화를 더욱 다양하고 창조적으로 만들어준다.
홍정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