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전기차 업계의 시선을 집중시킨 사건이 최근 있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미국의 테슬라가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지난해부터 팔을 걷어붙인 가격 인하 정책을 멈출 것 같은 입장을 피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날 중국 상하이에서 중국자동차산업협회(CAAM) 주최로 열린 ‘2023년 차이나 오토 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도 중국식 사회주의 가치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참석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머스크 CEO의 이같은 발언은 테슬라가 촉발시켰고, 테슬라의 중국 경쟁사들이 따라붙으면서 격화된 전기차 가격인하 경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머스크는 ‘비정상적인’ 가격 인하 정책을 지속하지 않겠다는 언급도 했다.
이 자리는 중국 공업정보화부 고위 관계자가 무모한 가격 인하 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자리였고 테슬라는 머스크의 이같은 약속과 함께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를 비롯해 CAAM 회원사인 15개 중국 업체들이 연서한 공동선언문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이 선언문은 중국 정부의 압력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공동선언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테슬라와 중국 기업들의 공언은 공수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테슬라, 가격 인하 자제 선언 다음 달 가격인하 조치 발표
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 이유는 테슬라가 선언문에 서명한 다음 날인 7일 모델Y와 모델3를 테슬라의 ‘리퍼럴 제도’를 통해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게 480달러(약 62만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현금으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중국 최대 온라인 플랫폼 웨이보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했기 때문이다.
리퍼럴 제도는 테슬라 전기차를 먼저 구매한 사람의 소개로 차량을 구매하는 경우 추천인과 구매자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아울러 이 차량을 사는 고객들에게 90일간 업그레이드된 오토파일럿 시스템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겠다고 테슬라는 밝혔다.
가격 인하 경쟁을 접을 것처럼 입장을 밝힌 지 불과 하루 만에 가격 인하에 해당되는 조치를 또 내놓은 셈이다.
올 초 테슬라와 중국의 경쟁업체들이 가격 인하 조치를 내놓으면서 이들의 전기차 매출이 모두 증가했으나 최근 들어 약발이 떨어지면서 다시 가격 인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중국 업체들도 “잘못 생각했다” 선언 철회
테슬라의 이같은 입장 번복에 중국 업체들도 방관하지 않았다.
선언문에 서명한 업체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CAAM은 8일 낸 성명에서 “테슬라와 함께 서명해 발표한 가격 경쟁 자체 선언문은 없었던 것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CAAM은 “우리 회원사들이 가격 경쟁을 자제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중국의 반독점 관련 법규에 사실 저촉되는 것이었다”면서 “회원사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고 강조했다.
가격 인하 경쟁을 자제하겠다는 선언이 사실은 가격 담합에 해당되는 행동이었다며 철회한 것이고, 선언문이 발표된 지 며칠도 지나지 않아 선언문이 휴지 조각이 된 셈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