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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러도 떨게 하는 '글로벌 사우스'의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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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러도 떨게 하는 '글로벌 사우스'의 영향력

신흥국·개발도상국 중심으로 구성된 글로벌 사우스의 영향력이 점점 확대되며 인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합의문 작성 과정에서도 이들의 영향력이 발휘됐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신흥국·개발도상국 중심으로 구성된 글로벌 사우스의 영향력이 점점 확대되며 인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합의문 작성 과정에서도 이들의 영향력이 발휘됐다. 사진=연합뉴스
신흥국·개발도상국 중심으로 구성된 글로벌 사우스의 영향력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인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합의문 작성 과정에서도 이들의 영향력이 발휘됐다.

미·중 갈등이 심해지는 가운데 UN 등 국제기구에서 표 대결 과정에 글로벌 사우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100개국이 넘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 가운데 상당수가 자원 부국이어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모두 이들의 지지를 얻으려 노력하고 있다. 국제 사회 여론을 장악하려면 이들의 지지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향후 국제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글로벌 사우스 지지를 자유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많이 얻느냐가 영향력의 우위를 확보하는데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란 무엇인가?

글로벌 사우스란 아시아나 아프리카, 중남미 등 선진국에 비해 경제적으로 뒤처진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반드시 남반구에 있는 것은 아니며, 산업화에 성공한 선진국 어느 나라와 지역이 해당되는지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선진국과 중국이나 러시아를 제외한 신흥국·개발 도상국이 이에 해당한다.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나이지리아 등이 대표적인 나라다. 선진국에 속하지 않는 이 나라들을 통상 '사우스'라고 부른다.

글로벌 사우스의 일반적 특징은 인구다. 인구가 많고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 환경과 빈곤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격화되자 양대 진영에 속하지 않는 이들 제3의 신흥국·개발 도상국의 존재의 가치가 더 부각되고 있다.

냉전 시대에도 동서 양대진영과 거리를 두는 국가의 모임이 있었다. 1960년대에도 인도네시아나 인도 등은 ‘비동맹운동’으로 국제정치에서 ‘제3의 지대’를 만든 사례가 있다.

글로벌 사우스 영향력의 실체

글로벌 사우스는 풍부한 인구와 자원 등을 배경으로 높은 성장을 보이며 세계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과거 ‘제3세계’나 ‘제3의 지대’와 다르게 강대국들도 그 존재를 무시할 수 없다. 글로벌 사우스에 속하는 인도는 2023년 인구가 세계 제일이 됐고, 2022년 GDP에서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사우스 맹주를 자처하는 인도가 올해 1월 온라인으로 ‘글로벌 사우스 정상회담’을 개최해 125개국이 참여했다. 이 회담이 글로벌 사우스의 존재감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모디 총리는 글로벌 사우스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미래에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인류의 4분의 3이 우리 지역에 살고 있다”라고 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강조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세계 GDP 상위 10개국 중 2022년 글로벌 사우스 국가는 인도뿐이었다. 하지만, 2050년에 인도네시아와 브라질이, 2075년에 나이지리아와 파키스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처럼 나머지 아시아와 아프리카 신흥국도 견조한 경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GDP 가운데 G7이 차지하는 비율은 1980년대 최고 정점을 이뤄 70% 수준에 도달했지만, 이제 40% 정도로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압도적인 경제력을 자랑했던 G7의 존재감은 이제 사라지고 나머지 국가들의 GDP 비율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 패권주의적인 움직임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사우스를 안보 관점에서 재평가하는 움직임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가고 대만의 리스크도 높아지는 가운데 자유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사이에 힘겨루기가 펼쳐지자 글로벌 사우스의 지지를 얻으려는 양측의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국제 질서가 여전히 힘에 의한 지배가 아니라 법과 규칙을 중시하는 UN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각종 국제기구에서 여론과 표 대결이 중요하다. 이는 국가 수가 많은 글로벌 사우스의 위상을 높여준다.

글로벌 사우스는 특정 진영을 지지하지 않는다. 각종 사안에서 자유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모두로부터 이익을 구할 수 있는 실리노선을 추구한다.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조코 대통령은 “ASEAN은 대국의 대리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가운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독자 중립외교 노선을 추진하겠다는 말이다.

10일 폐막한 인도 뉴델리 G20 정상회의에서도 러시아를 규탄하는 합의문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이들 글로벌 사우스의 입김이 작용했다. 인도는 미국 등 자유 진영 입장을 고려했고, 브라질과 남아공은 러시아와 중국 입장을 더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절충안이 만들어졌다. 양 진영에서는 이들의 지지를 호소하는 노력이 전개됐다.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신흥국·개발도상국이 중심이 되는 다양한 국제기구가 생겨나고 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로 구성된 브릭스는 8월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6개의 신규 회원국 가입을 결정했다. 이는 신흥국 목소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중국과 러시아, 중앙아시아 국가 등으로 구성되는 상하이 협력기구(SCO)도 7월에 이란이 신규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향후 벨로루시도 가입할 전망이다.

글로벌 사우스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면 미국 등 선진국에 대한 태도에 온도 차가 있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대립하는 미국과도 쿼드라는 프레임워크에 참여하고 있다. 인도는 제3외교의 경험이 많고 인구가 14억인 거대한 국가다. 인도는 지금 미국 등 자유 진영과 친밀한 관계를 통해 자본과 기술을 들여와 성장과 번영을 빠른 속도로 달성하려고 한다.

반면,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남아공,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양쪽 모두와 친교를 통해 자국의 안보와 이익을 도모하려 한다.

이처럼 글로벌 사우스에 포함되는 국가들은 다양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각국 사정도 달라, 한 방향으로 정렬되지 않고, 상황별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양상을 보인다.

미국은 그간 소홀했던 이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활발한 경제외교를 펼치고 있고,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이들을 중국의 영향력 아래 두려고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